스포츠조선

[트렌드100-41] '애니멀포토그래퍼에서 비즈니스까지' 미드나잇 서울 홍승현 대표

이한나 기자

기사입력 2017-09-03 09:17


※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마흔 한 번째 주인공은 애니멀포토그래퍼로 시작해 브랜드 사업으로 비즈니스 기획까지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트렌드세터 홍승현 대표입니다.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이한나 기자]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해요"

세상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좋아하는 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돈까지 벌 수 있다면 아마 천운에 가까울 것이다. 여기 그 천운을 타고난 이가 있다. 바로 애니멀 포토스튜디오로 유명한 땡큐 스튜디오의 탱크아빠 홍승현이다.

트렌드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홍승현은 늘 시대의 흐름을 잘 캐치하고 유행의 촉을 잘 세워 세상에 없던 것을 자신있게 내어놓는다. 애니멀 포토스튜디오, 땡큐 스튜디오가 그랬고 그 사진을 이용한 굿즈들을 판매하는 땡큐스토어가 그랬으며, 힙스터들의 아지트였던 미드나잇 서울이 그랬고, 또 각종 씨리얼을 이용한 디저트 바인 미드나잇 카페가 그렇다. 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이젠 그가 사랑해 마지 않는 '겜블링(도박)'을 주제로 한 쇼룸, 하프하프(HALF HALF)에서 그 모든 아이템을 만나볼 수 있다고. 이쯤 되면 그의 실행력과 기획력이 어디에서 나오는 지 궁금하지 않나. 지금부터 홍승현, 그를 만나보자. (이하 일문일답)


- 처음 포토그래퍼는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거예요?

▶저는 대학생 때 태호에이전시라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상업사진 에이전시에서 유명한 포토그래퍼 형들한테 2년 동안 사진을 배웠어요. 24살 군대 다녀오자마자 시작해가지고 2년이 되니까 패션 쪽 일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스튜디오를 나왔는데 학비랑 용돈을 벌어보려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제가 제일 잘 하고 쉽게 할 수 있는 게 사진이겠더라고요.


땡큐스튜디오
그래서 마음 맞는 친구들이랑 스튜디오를 열었어요. 그렇게 사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28살 쯤 되니 또 새로운 걸 하고 싶더라고요. 신사동 가로수길에 헬로다이너라는 식당도 잠깐 했었죠. 땡큐 스튜디오는 제 반려견 탱크를 만나고 나서 부터 동물 사진에 관심을 갖게 돼서 시작하게 됐어요. 동물을 전문적으로 찍는 포토그래퍼가 그 당시 한국에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전 언제나 새로운 걸 하는 게 좋아요!



- 포토그래퍼에서 사업까지 이어지는 그 동안의 행적이 범상치 않아요. 흔히 수완이 좋다고들 하잖아요.

▶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물건을 팔았거든요. 그 당시 농구카드가 유행이었는데 하나에 1000원이었어요. 그런데 양재동 가서 그 카드를 사면 100원인 거예요. 그래서 그걸 아무한테도 말 하지 않고 혼자 사다가 카드 파는 가게에서 되팔았어요. 덕분에 제가 초등학교 때 돈이 엄청 많았어요. 통장에 200만원 씩 있었어요.(웃음)혼자 농구공도 30만원 짜리 들고다니고 그랬으니까요.


- 초등학교 5학년인데 대단하네요. 사업적인 감각이 있나봐요. 남들이랑 다른 걸 하는.

▶그런 게 너무 좋아서 고등학교 때도 학교에서 햄버거 팔고 걸려서 혼나고 그랬어요. 그 당시 맥도날드 햄버거를 500원에 할인 하는 행사가 있었어요. 그래서 3교시 끝나고 햄버거 100개를 반값에 떼어와서 애들한테 1000원에 팔았어요. 애들은 원래 가격에 먹고 싶은 햄버거를 먹는 거죠. 나중에는 500개까지 팔았거든요.


처음엔 '아 나도 천 원이면 먹겠는데' 싶어서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수요가 많아지니까 혼자 못 가지고 오겠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들한테 "5만원 씩 줄게 따라붙어" 해서 같이 가서 가지고 오고 그랬어요. 하하. 저는 그런 거에 희열을 느껴요. 사실 패션스튜디오 다닐 때도 사진을 잘 찍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걸로 사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 국내 최초 시리얼 바를 오픈한 것도 사실 신기했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미드나잇 서울은 원래 여행을 같이 다니는 네 명의 친구들의 아지트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 네 명의 혈액형이 O형이거든요. 그래서 0 네 개가 모인 시간, 00:00 자정(미드나잇)이 우리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붙였어요. 처음엔 씨리얼이 아니라 노가리를 안주로 파는 바를 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제가 씨리얼에 꽂혀가지고 씨리얼 바가 됐죠.

미드나잇 시리얼
시작 하기 전에 (윤)계상이형이 영국으로 화보촬영을 갈 때 일부러 저희 멤버들이랑 같이 갔어요. 영국에 있는 전 세계의 씨리얼을 모아 놓은 카페를 보고 '저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거기서 착안해서 메뉴개발에 돌입했어요. 그런데 알고 봤더니 씨리얼을 구매대행해서 파는 게 법적으로 허락이 안되더라고요. 그걸 합법화를 하려다 보니까 돈도 시간도 너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럴 바엔 차라리 우리 만의 씨리얼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씨리얼 공장이랑 MOU를 맺었어요. 그래서 저희 이름으로 만들고 저희 캐릭터를 담은 씨리얼을 지금 판매하고 있어요!


조권 인스타그램
-지난 5월 연예인 조권 씨가 미드나잇 씨리얼 1호점의 사장이 되셨더라고요!

▶조권 씨와는 원래 친분이 있었어요. 원래는 미드나잇 씨리얼 2호점이 생기면 조권씨에게 점장 자리를 주고 싶었는데요. 씨리얼을 하다보니 조금 더 재미있게 사업할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미드나잇 씨리얼이랑 카페를 함께 기획해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자는 결론이 났어요. 그러니 차라리 1호점을 조권씨에게 맡기고 저는 제조랑 유통을 맡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올해 5월 부터 조권씨가 1호점을 맡아주고 있어요.


저희는 2호점, 3호점을 계속 만들 건데 앞으로도 연예인 친구들이랑은 계속 같이 사업을 하려고 생각 하고 있어요. 계상이 형에 이어 조권씨가 스타트를 잘 끊어줬죠. 또 그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캐릭터랑 씨리얼도 계속 출시 될 거예요. 6월에는 씨리얼로 홈쇼핑은 물론 올리브영, 현대백화점이랑도 콜라보 해서 유통되고 있고요. 여러 브랜드들과 협업한 콜라보 시리얼도 나오고 있어요.

- 씨리얼 공장과의 MOU라니 정말 사업의 범위가 넓고 예측불가능한 방향성을 띄어요. '안되면 되게하라' 이런 느낌이네요.

▶ 하하. '이게 돈을 벌어야지!' 라는 생각이 우선하면 절대 이렇게 할 일들이 아닌데 '이거 재미있겠는데?' 하고 시작하는 일이라서 어떻게든 방법이 보이더라고요. 솔직히 정말 안되면 마는 거니까요.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항상 생각해요. 내가 인복이랑 운이 정말 좋다고요. 동업을 그렇게 많이 했어도 한 번도 깨진 적도 없고요. 직원을 뽑을 때도 그렇고요.


땡큐스튜디오
지금 제가 다른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땡큐 스튜디오에는 예전만큼 제가 신경을 많이 못쓰는데 함께 하는 친구들이 정말 잘 해주고 있어서 잘 굴러가고 있어요. 든든하죠. 미드나잇 서울도 마찬가지고. 동업하면 흔히 친구사이 나빠진다거나 잘 안된다고 하는 이야기 많잖아요. 신기하죠.


홍승현 인스타그램
- 그냥 단순히 재미로만 진행한다기에 그 추진력과 기획력이 남다른 것 같아요. 본인이 생각할 때 원동력이 뭔가요?

▶저는 제가 주도하는 걸 좋아해요.뭘 하더라도. 제가 주도하는 게 아니면 굳이 하고 싶지 않아요. 그게 돈을 많이 버는 일이든 아니든 상관없이요. 하하.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전 제 마음대로 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대로 하고 망하더라도 내가 책임지면 되니까요. 그런 스타일이에요. 저는 망하는 건 사실 그렇게 많이 두렵지 않아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게 중요해요. 그 규모도 상관없어요. 형편이 되는대로 그냥 작게 구멍가게 처럼 시작해서 잘 되면 확장해나가는거죠. 여태까지 다 그렇게 해왔어요. 전 사람들이 안하는 걸 제가 한다는 거에 대한 재미를 느끼는 게 커요.


홍승현 인스타그램

하프하프
- 이번엔 하프하프라는 매장을 가로수길에 오픈하셨죠. 어떤 브랜드 인지 궁금해요.

▶이번에 땡큐 스토어를 다 정리하고 하프하프라는 법인회사를 만들었어요. 제가 만드는 브랜드들을 모아놓은 샵이에요. 미드나잇에서 저희 창업자 네 명을 캐릭터로 한 굿즈들이 나오거든요. 그거랑 땡큐 스튜디오에서 판매되던 제품들도 판매할 계획이고요. 하프하프라는 브랜드 자체에서도 재미난 아이템들이 출시될 예정이에요. 다른 브랜드들과 콜라보레이션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굿즈들을 모아서 판매하고 있어요.


미드나잇 서울
땡큐랑 미드나잇은 하면서 재미있었지만 100% 제가 너무 하고싶고 그랬던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하프하프는 정말 처음 기획부터 제가 하고 싶었던 컨셉의 샵이에요. 원래 저는 도박, 겜블링을 좋아해서요. 그걸 컨셉으로 만들었어요. 그래서 매장 안에 겜블링 머신도 있고요. 뽑기나 확률게임 들도 마련해놨어요. 사실 이름도 그래서 하프하프예요. 확률게임인거죠.


홍승현 인스타그램

하프하프
미드나잇은 일본 관광객, 땡큐는 중국, 홍콩 관광객들이 많았어요. 하프하프로 합치면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꼭 찾아 갈만한 그런 핫스팟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커요. 11평 정도 밖에 안돼요. 앞으로 제가 하는 브랜드에서 다른 브랜드들과 콜라보를 하는 것들을 전부 거기서 보여줄 예정이에요. 미드나잇 서울이랑 비욘드클로젯이랑 콜라보해서 나온 패션 아이템들도 완판이 됐고 곧 가을 셔츠도 나올 예정이에요. 그것도 하프하프에서 선보일 거예요.


하프하프
땡큐 스튜디오, 그리고 미드나잇 서울이 가진 각 브랜드의 확고한 정체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새로운 것들을 계속 보여줄 예정이에요. 빈티지와 고퀄리티의 아이템을 재구성하여 표현하는 크로스드 핑거스(CROSSED FINGERS) 와 카지노 컨셉에 어울리는 새로운 개념의 화분 브랜드 잭팟(JACK POT)을 새로 론칭하면서 더욱 다양한 카테고리와의 작업을 준비하고 있죠.


하프하프
- 땡큐 스튜디오 때 부터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이 화제였어요. 미드나잇 역시 패션브랜드 비욘드 클로젯이랑 만든 패션아이템으로 화제가 됐어요. 이번엔 카메라도 나온다고요.

▶네. 이번엔 올림푸스랑 협업해서 하프하프 컨셉의 귀여운 커스텀 카메라가 출시됐어요, 이걸 시작으로 저희 포토부스로 사업을 할 생각도 있어요. 포토부스를 전국 영화관에 배치해서 여행하듯 그 사진들을 모아오면 한 달에 한 두 명씩 올림푸스 카메라를 주려고 해요. 이런 다양한 시도들이 재미있어요.


홍승현 인스타그램


- 이런 다양한 아이디어의 영감을 얻는 방법이 궁금해요

저는 1년에 한 두번은 꼭 여행을 가요. 특히 유럽을 자주 나가는데 유럽이 가장 선진국이라는 생각도 있지만 그들의 뿌리깊은 역사, 문화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독창성이 있죠. 항상 나가면 한국에 없는 것, 그 전에 본 적 없는 것을 찾아다니며 보고 듣고 먹고 배워요. 그게 가장 도움이 많이 되고 리프레쉬가 돼요.


홍승현 인스타그램
-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건 정말 복이네요. 그걸로 돈 까지 버는 건 정말 행운인 것 같아요.

▶ 저는 돈을 더 벌지 않아도 상관없거든요. 돈에 큰 욕심이 없어요. 이 정도면 제가 먹고 싶은 걸 먹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으니 그걸로 됐다 싶어요. 결혼도 아직하지 않았고 크게 소유욕이 있어서 뭔가를 사는 것도 아니예요. 저는 항상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요.


- 죽을 수도 있다라니...그런 생각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스물 한 살 때 제일 친한 친구가 죽었어요. 연예활동도 할 만큼 잘생기고 유명한 친구였죠. 그런데 교통사고로 정말 한 순간에 가버렸어요. 그걸 보면서 정말 죽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너무 크게 와닿았어요. 그래서 그 이후에는 오늘 하루를 살면서 가장 하고 싶은 걸 해요. 후회없이 살아야지 하고 생각해요.


홍승현 인스타그램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남의 일만 하다가... 하기 싫은 일만 하다가 죽으면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정말 굶어죽기 직전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면 할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데도 그 상황에서 못벗어나서 불평불만을 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대기업 이라는 타이틀 때문에…월급 때문에… 그런데 당장 오늘이 삶의 마지막이라면 당연히 그걸 하고 있지 않을거잖아요. 그래서 더 저는 여행도 많이 가려고 노력해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책임은 자신이 질 수 있어야겠지만요.


홍승현 인스타그램
- 그 말을 들으니 정말 오늘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네요!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요.

▶ 미드나잇으로는 씨리얼을 제조, 유통하면서 홈쇼핑 진출이 우선 목표고 앞으로도 F&B 쪽으로 수프랑 과자도 만들 예정이에요. 온/오프라인 판매처도 계속 늘려나갈 생각이고요. 땡큐 스튜디오는 기존에 해왔던 포토스튜디오로서의 역할과 그 사진들로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하는 작업을 이어나갈 거예요. 내년은 개의 해라서 뷰티 브랜드와의 협업도 지금 논의 되고 있어요. 화장품을 통해서도 땡큐 스튜디오의 감성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하프하프는 앞으로 다양한 브랜드들과 콜라보를 하면서 자체 제품을 계속 생산, 판매할 예정이에요. 기대 많이 해주세요!


사진 이새 기자 06sejong@, hale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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