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마흔 한 번째 주인공은 애니멀포토그래퍼로 시작해 브랜드 사업으로 비즈니스 기획까지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트렌드세터 홍승현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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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홍승현은 늘 시대의 흐름을 잘 캐치하고 유행의 촉을 잘 세워 세상에 없던 것을 자신있게 내어놓는다. 애니멀 포토스튜디오, 땡큐 스튜디오가 그랬고 그 사진을 이용한 굿즈들을 판매하는 땡큐스토어가 그랬으며, 힙스터들의 아지트였던 미드나잇 서울이 그랬고, 또 각종 씨리얼을 이용한 디저트 바인 미드나잇 카페가 그렇다. 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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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생 때 태호에이전시라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상업사진 에이전시에서 유명한 포토그래퍼 형들한테 2년 동안 사진을 배웠어요. 24살 군대 다녀오자마자 시작해가지고 2년이 되니까 패션 쪽 일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스튜디오를 나왔는데 학비랑 용돈을 벌어보려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제가 제일 잘 하고 쉽게 할 수 있는 게 사진이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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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그래퍼에서 사업까지 이어지는 그 동안의 행적이 범상치 않아요. 흔히 수완이 좋다고들 하잖아요.
▶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물건을 팔았거든요. 그 당시 농구카드가 유행이었는데 하나에 1000원이었어요. 그런데 양재동 가서 그 카드를 사면 100원인 거예요. 그래서 그걸 아무한테도 말 하지 않고 혼자 사다가 카드 파는 가게에서 되팔았어요. 덕분에 제가 초등학교 때 돈이 엄청 많았어요. 통장에 200만원 씩 있었어요.(웃음)혼자 농구공도 30만원 짜리 들고다니고 그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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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너무 좋아서 고등학교 때도 학교에서 햄버거 팔고 걸려서 혼나고 그랬어요. 그 당시 맥도날드 햄버거를 500원에 할인 하는 행사가 있었어요. 그래서 3교시 끝나고 햄버거 100개를 반값에 떼어와서 애들한테 1000원에 팔았어요. 애들은 원래 가격에 먹고 싶은 햄버거를 먹는 거죠. 나중에는 500개까지 팔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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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서울은 원래 여행을 같이 다니는 네 명의 친구들의 아지트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 네 명의 혈액형이 O형이거든요. 그래서 0 네 개가 모인 시간, 00:00 자정(미드나잇)이 우리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붙였어요. 처음엔 씨리얼이 아니라 노가리를 안주로 파는 바를 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제가 씨리얼에 꽂혀가지고 씨리얼 바가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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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권 씨와는 원래 친분이 있었어요. 원래는 미드나잇 씨리얼 2호점이 생기면 조권씨에게 점장 자리를 주고 싶었는데요. 씨리얼을 하다보니 조금 더 재미있게 사업할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미드나잇 씨리얼이랑 카페를 함께 기획해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자는 결론이 났어요. 그러니 차라리 1호점을 조권씨에게 맡기고 저는 제조랑 유통을 맡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올해 5월 부터 조권씨가 1호점을 맡아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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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리얼 공장과의 MOU라니 정말 사업의 범위가 넓고 예측불가능한 방향성을 띄어요. '안되면 되게하라' 이런 느낌이네요.
▶ 하하. '이게 돈을 벌어야지!' 라는 생각이 우선하면 절대 이렇게 할 일들이 아닌데 '이거 재미있겠는데?' 하고 시작하는 일이라서 어떻게든 방법이 보이더라고요. 솔직히 정말 안되면 마는 거니까요.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항상 생각해요. 내가 인복이랑 운이 정말 좋다고요. 동업을 그렇게 많이 했어도 한 번도 깨진 적도 없고요. 직원을 뽑을 때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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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주도하는 걸 좋아해요.뭘 하더라도. 제가 주도하는 게 아니면 굳이 하고 싶지 않아요. 그게 돈을 많이 버는 일이든 아니든 상관없이요. 하하.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전 제 마음대로 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대로 하고 망하더라도 내가 책임지면 되니까요. 그런 스타일이에요. 저는 망하는 건 사실 그렇게 많이 두렵지 않아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게 중요해요. 그 규모도 상관없어요. 형편이 되는대로 그냥 작게 구멍가게 처럼 시작해서 잘 되면 확장해나가는거죠. 여태까지 다 그렇게 해왔어요. 전 사람들이 안하는 걸 제가 한다는 거에 대한 재미를 느끼는 게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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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땡큐 스토어를 다 정리하고 하프하프라는 법인회사를 만들었어요. 제가 만드는 브랜드들을 모아놓은 샵이에요. 미드나잇에서 저희 창업자 네 명을 캐릭터로 한 굿즈들이 나오거든요. 그거랑 땡큐 스튜디오에서 판매되던 제품들도 판매할 계획이고요. 하프하프라는 브랜드 자체에서도 재미난 아이템들이 출시될 예정이에요. 다른 브랜드들과 콜라보레이션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굿즈들을 모아서 판매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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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번엔 올림푸스랑 협업해서 하프하프 컨셉의 귀여운 커스텀 카메라가 출시됐어요, 이걸 시작으로 저희 포토부스로 사업을 할 생각도 있어요. 포토부스를 전국 영화관에 배치해서 여행하듯 그 사진들을 모아오면 한 달에 한 두 명씩 올림푸스 카메라를 주려고 해요. 이런 다양한 시도들이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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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다양한 아이디어의 영감을 얻는 방법이 궁금해요
▶저는 1년에 한 두번은 꼭 여행을 가요. 특히 유럽을 자주 나가는데 유럽이 가장 선진국이라는 생각도 있지만 그들의 뿌리깊은 역사, 문화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독창성이 있죠. 항상 나가면 한국에 없는 것, 그 전에 본 적 없는 것을 찾아다니며 보고 듣고 먹고 배워요. 그게 가장 도움이 많이 되고 리프레쉬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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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돈을 더 벌지 않아도 상관없거든요. 돈에 큰 욕심이 없어요. 이 정도면 제가 먹고 싶은 걸 먹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으니 그걸로 됐다 싶어요. 결혼도 아직하지 않았고 크게 소유욕이 있어서 뭔가를 사는 것도 아니예요. 저는 항상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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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한 살 때 제일 친한 친구가 죽었어요. 연예활동도 할 만큼 잘생기고 유명한 친구였죠. 그런데 교통사고로 정말 한 순간에 가버렸어요. 그걸 보면서 정말 죽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너무 크게 와닿았어요. 그래서 그 이후에는 오늘 하루를 살면서 가장 하고 싶은 걸 해요. 후회없이 살아야지 하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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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드나잇으로는 씨리얼을 제조, 유통하면서 홈쇼핑 진출이 우선 목표고 앞으로도 F&B 쪽으로 수프랑 과자도 만들 예정이에요. 온/오프라인 판매처도 계속 늘려나갈 생각이고요. 땡큐 스튜디오는 기존에 해왔던 포토스튜디오로서의 역할과 그 사진들로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하는 작업을 이어나갈 거예요. 내년은 개의 해라서 뷰티 브랜드와의 협업도 지금 논의 되고 있어요. 화장품을 통해서도 땡큐 스튜디오의 감성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하프하프는 앞으로 다양한 브랜드들과 콜라보를 하면서 자체 제품을 계속 생산, 판매할 예정이에요. 기대 많이 해주세요!
사진 이새 기자 06sejong@, hale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