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헬스가이드- 다이어트의 저주(상)] '독' 되는 식이요법·비만약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7-08-24 16:22 | 최종수정 2017-09-04 10:48





바캉스 시즌을 맞아 짧은 시간 높은 효과를 얻기 위해 '폭풍 다이어트'에 돌입했던 사람들이 가을의 문턱에서 '골병'이 들어 병원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음만 급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무리한 운동을 시작했거나, 검증되지 않은 약을 복용하다가 오히려 몸을 버린 경우다.

잘못된 식단으로 무리하게 살을 빼려고 하면 담석증이나 골다공증 등의 공격을 받는다. 또, 이른바 다이어트 약을 마음대로 복용하면 가볍게는 변비, 두통, 소화불량부터 심하게는 혈압 이상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한다. 무리한 식사 조절이나 약물 복용으로 살을 ?蹊졀 하면 어떤 위험이 닥치는지 알아본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건강한 다이어트는 '꾸준한 운동'과 '영양 균형을 유지하는 소식'이지만, 그러기가 힘들면 의사와 상의해서 자신의 체중이 늘어난 이유에 적합하고 부작용이 가장 적은 종류의 식욕억제제를 처방받는 방법도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체중 감량을 위한 목적으로 승인받은 다양한 '비만 신약'이 있다. 하지만, 이런 약은 모두 제각각의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가 처방한 약을 정해진 기간 동안만 복용해야 한다. 처방에 따라 올바르게 복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독이 된다.

◇처방받은 식욕억제제도 남용하면 '독'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올려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증대시키는 '벨빅'은 2년까지 처방받아 복용해도 되지만, 복용 초기에 두통이나 감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기존에 가장 많이 처방되고 저렴해서 인기가 좋은 '펜터민'과 '펜디메트라진' 계열의 약들은 식욕은 줄이고 기초대사량을 올리는 효과로 미국 FDA 승인을 받은 비만약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장기간의 임상연구가 이뤄지지 않았고 일부 부작용 때문에 안전성과 효과 등을 고려해서 4주 이내로 복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최장으로는 12주까지만 복용 가능한다.


펜터민과 펜디메트라진 등이 함유된 비만약은 혈압상승과 변비, 불면증, 불안감, 가슴 두근거림, 입 마름, 식은땀 등의 부작용이 흔히 동반될 수 있다. 때문에 고혈압 등의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나 갑상선기능이상 등이 있는 사람들은 주의해서 복용해야 한다.

대부분의 식욕억제제는 뇌의 기능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하지만, '콘트라브'는 유일하게 비향정신성 비만약으로 안전성을 획득한 신약이다. 이 약 역시 복용 초기에 소화불량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또, 4주에 걸쳐 복용량을 천천히 올려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가 처방해 준 복용법을 지켜야 한다.

이윤경 차움 디톡스슬리밍센터 교수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 비만치료제를 복용하더라도 허용된 치료기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며 "환자 중 A병원에서 처방받은 후 다시 B병원에서, 이후 C병원에 가서 각각 처방받는 식으로 장기복용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러면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펜터민이나 펜디메트라진 성분은 3개월 이상 장기간 복용이 금지된 약품이다.

오래 전부터 폭넓게 처방되는 '제니칼'은 식욕억제제가 아니라 지방흡수억제제이다. 먹은 음식에 포함된 지방 성분 일부(약 30%)를 소화 흡수시키지 않고 대변으로 배설시킨다. 제니칼을 먹으면 대변에 기름이 섞여서 나오는 '지방변'에 대한 불편함이 있다. 고기를 많이 먹는 서양사람에 비해 주식으로 탄수화물인 밥을 먹는 한국인은 이 약의 효용이 덜하다.

한편, 2000년대 초반 비만약의 베스트셀러였던 리덕틸(포만감 증가 효과)은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뒤늦게 확인돼 퇴출됐다.


◇폭풍 다이어트가 키운 몸속 '돌'

폭풍 다이어트가 일으키는 심각한 질환 중 하나가 담석증이다. 다이어트를 이유로 지방 섭취를 갑자기 제한하면 몸 속에 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저칼로리 식단과 단식 등 장기간 지방 섭취를 제한할 경우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담낭에 고인 상태로 농축돼 결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또, 단기간에 체중감량 효과를 얻고자 복용하는 다이어트 보조제도 담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유기원 메디힐병원 부원장(외과 전문의)은 "담석증 증상을 단순 소화불량이나 신경성 복통으로 오인해 치료시기를 놓치면 급성 담낭염이나 담낭이 터지는 중증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지방 섭취를 제한하는 도중에 명치 부근에 더부룩한 느낌이 들어서 위내시경을 받았는데 정상이라면 추가로 초음파검사나 CT를 통해 담석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흔히 담석이 생긴 사람은 요로결석일 때처럼 칼슘 섭취를 제한하거나 물과 맥주 등을 계속 마셔서 빼내려고 하는데, 이런 방법은 담석 배출에 효과가 없다. 의학적인 치료법도 전혀 다르다. 요로결석은 콩팥과 요도에 생긴 결석을 체외 충격파 쇄석술로 분쇄해 소변을 통해 배출하는데 반해, 담석은 분쇄 후 배출할 경로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에 외과적 수술만이 유일한 해결방법이다.


◇풀만 먹고 살 빼려다 '뼈' 부러진다

무리한 다이어트가 일으키는 또 하나의 질환은 장노년층 골절의 주범인 골다공증이다. 골다공증은 뼈의 양이 감소하고 푸석푸석해져서 골밀도가 낮아지는 질환이다. 폐경기 이후 여성은 워낙 골다공증이 많이 생기는데, 여기에 무리한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줄이려고 하면 골다공증 위험은 몇 배로 높아진다.

여성들이 단기간에 체중을 확 빼려고 많이 시도하는 방법이 탄수화물을 끊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 등만 섭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식이섬유 섭취는 골다공증을 악화시킨다. 식이섬유는 다이어트로 인한 변비 예방 등에 꼭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섭취한 식이섬유는 철분과 아연 등 필수 미네랄과 비타민A 등 지용성 비타민을 흡착해 대변을 볼 때 몸 밖으로 끌고 나가고, 이로 인해 골다공증이 악화된다.

카페인을 다량 함유한 커피와 탄산음료도 골다공증을 가져온다. 카페인은 소변으로 칼슘을 빠져나가게 해 체내 칼슘 수치를 떨어뜨린다.탄산음료에는 칼슘 흡수를 억제하고 배설시키는 인 성분도 함유돼 있어서 다이어트 할 때는 삼가도록 전문가들은 권장한다.

수면 부족 역시 골다공증 위협 요소 중 하나다. 8시간 정도의 충분한 숙면을 못 취할 경우 뼈를 튼튼하게 유지시켜 주는 칼시토닌 호르몬의 체내 분비가 줄어든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은 "골다공증은 환자가 느끼는 자각 증상이 없기 때문에 골절을 당한 뒤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골다공증 위험을 피하면서 체중을 줄이려면 다이어트 식단에 칼슘이 함유된 식품을 적절하게 포함시켜야 한다. 우유·치즈 등 유제품, 두부·두유 등 콩으로 만든 음식, 참깨·들깨, 견과류가 대표적이다. 장아찌나 젓갈 등 짠 음식은 나트륨이 칼슘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단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D의 합성이 잘 이뤄지도록 하루에 20분 정도 햇볕을 쬐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