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음원 순위 시대는 끝났다' 멜론의 흔들리는 아성, ·해외사업자 진출 겹치며 30% 점유율도 무너지나

조민정 기자

기사입력 2020-03-10 08:45


'음원계의 넷플릭스'라 불리는 세계최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Spotify)'가 한국 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업계 1위인 '멜론(Melon)'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음악감상 트렌드 변화와 음원 사재기 논란 등에 시달려온 멜론으로서는 이제 시가총액 약 30조원의 스포티파이라는 새로운 난관을 만나게 된 셈이다.

관련 업계에선 10년 넘게 점유율 1위를 지켜온 멜론이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현재의 점유율 30%선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음원 사재기 논란부터 스포티파이 국내 진출까지…멜론에 닥친 '애(哀)소식'

스포티파이는 2018년 기준 전 세계 1억9700만명이 사용하고 7000만명의 유료 구독자를 보유한 세계최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 업체다.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은 '사설망(VPN)을 통한 IP 우회 접속 방식'으로 스포티파이를 이용했다. 이용자들은 한국에 미발표된 고품질 음원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고, 자신들의 취향에 적합한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해준다는 장점 때문에 우회 접속을 불사하면서까지 스포티파이를 찾았다.

따라서 이미 국내에서도 다수의 '충성 고객'을 보유한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 소식은 음원업계 판도를 뒤바꿀 '빅뉴스'가 아닐 수 없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최근 한국법인 설립을 앞두고 저작권료 배분비율 논의를 위해 국내 저작권 신탁단체들과 접촉하고 있다. 또한 서울 강남 인근에 한국 지사 사무실을 꾸리고 연내 한국 시장 진출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해외사업자인 스포티파이의 시장 진출 소식에 국내 음원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점유율 축소를 우려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부동의 점유율 1위를 지켜온 멜론의 경우 점유율 유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먼저 멜론은 보유 곡 수에 있어 스포티파이에 크게 밀린다.

현재 스포티파이에 등록된 음원곡 수는 5000만개가 넘는다. 여기에 70만개 이상의 팟캐스트와 30억개 이상의 재생목록을 보유하고 있어 취향에 맞는 플레이리스트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만든다.

반면 멜론이 보유한 음원 수는 4000만 곡 이상, 재생목록 13만개, 가입자 수는 3300만명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비 주체로 급부상한 밀레니얼 세대의 달라진 취향도 큰 문제다. 밀레니얼 세대는 '모두가 즐겨 듣는' 인기 순위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꼭 맞는 맞춤형 리스트를 선호한다. 이에 따라 멜론의 상징성과 업계 영향 또한 크게 줄어들고 있다. '실시간 차트' 100위 안에 진입하는 것이 인기 음원의 척도로 대변되던 시절의 막강한 파워를 더 이상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연말 가요계를 강타한 새벽 차트 역주행, 음원 사재기 논란 역시 멜론에게 큰 타격이 됐다. 이용자들은 점유율 1위 사업자이자 시장 대표주자인 멜론이 제공하는 차트를 더 이상 신뢰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일부 보이고 있다.

멜론은 "사재기 논란과 관련한 자료를 정부 및 수사 기관에 제출했으며, 의견개진 등의 방법으로 적극적 협조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수년 전부터 비정상적 이용 패턴에 대한 모니터링 및 필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적 행위로 피해를 입는 이용자와 아티스트가 발생하지 않고 신뢰받는 플랫폼 운영을 위해 지속적으로 시스템 보안과 신규 패턴 추가 등을 통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후발주자 맹추격·트렌드 변화 바람에도 '무사안일주의' 고집하는 멜론

여기에 음원 서비스 제공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후발주자들이 무섭게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양상까지 겹치며 멜론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모바일 기준 2019년 11월 멜론의 국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월 이용자 수(MAU)는 410만 명,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39.9%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년대비 실 사용자 수는 9만여명 감소했으며, 점유율 역시 5.3%포인트 하락했다.

이와 달리 KT 지니뮤직의 MAU는 약 258만명, 점유율은 2018년보다 2.3% 오른 25.2%를 기록했다. SK텔레콤 FLO의 MAU 역시 2018년 12월 출시 당시 138만 명에서 78만 명 증가한 약 216만명으로 점유율 21%을 차지했다.

게다가 이동통신사와 결합한 후발주자들은 이들과의 제휴를 통한 이용료 할인과 프로모션 정책들을 공격적으로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은 T멤버십 고객 전원에게 FLO 내 모든 서비스를 반값에 이용 가능한 이벤트를 제공한다. KT 지니뮤직 역시 자사 멤버십 포인트를 지니뮤직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에 반해 멜론의 경우 이용자들의 이목을 크게 끌 만한 차별화된 대책은 미비한 편. 특히 충성도 높은 장기고객을 위한 획기적인 정책이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현재 멜론은 장기결제 고객을 대상으로 'VIP 혜택관'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용금액 할인이나 서비스 사용 기간 연장 등 소비자들에게 직접 와 닿는 혜택보다는 공연 및 박람회 초대권 제공이나 굿즈·음반·도서 증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 멜론이 가진 경쟁력에 대한 질문에 회사 측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 큐레이션', '스타커넥션', '휴먼 큐레이션' 서비스 등의 정교화 및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면서 "심화된 큐레이션과 이용자 친화 서비스로 음악 감상 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멜론의 행보는 현 시장에 대한 지나친 낙관 또는 오만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음악 산업은 거센 변화의 바람을 맞이하고 있다. 이젠 가능한 넓은 폭의 음원을 제공하고 많은 팬층을 확보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지적한 음반업계 관계자는 "멜론이 10년 간 부동의 점유율 1위를 유지중이기는 하지만 대내외적 변화 흐름을 긴밀히 감지하고 보다 신중한 사업 운영에 나서지 않으면 단기간 내 큰 폭의 점유율 감소 사태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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