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액이 56조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과감한 투자로 높은 수익을 올린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넘어 해외 주식으로 눈길을 확대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던 투자 종목은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였고,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과정에서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거래 양상도 보였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액(매수 결제액+매도 결제액)은 497억2950만달러(약 55조9954억원)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종전 최대였던 지난 1월 368억120만달러(41조4381억원)과 비교해도 35%가량 큰폭으로 늘었다. 전년 동월 대비 일평균 거래액을 놓고 보면 7배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2월 미국 주식 하루 거래액은 3673억원이었지만 지난 2월 일평균 거래액은 2조 6957억원(23일 기준)에 달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은 종목별로 보면 테슬라(3억443만달러)가 순매수 금액 1위를 기록했고 팔란티어(2억5619만달러)와 유니티 소프트웨어(2억2961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팔란티어는 빅데이터 분석 기업으로 주로 정보기관 등을 상대로 사업을 진행한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에서는 '제 2의 게임스탑'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유니티 소프트웨어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게임업체다.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자산운용이 지난 1월부터 유니티 주식을 사들였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국내 투자자의 관심을 받았다.
두 기업 모두 작년 9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이후 혁신 기업으로 주목을 받으며 주가가 강세를 보여왔다. 테슬라, 애플(1억5513만달러·순매수 4위) 등 기존 주도주에 대한 선호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항홀딩스 등 국내 투자자가 선호한 종목에서 이슈가 발생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거래도 나타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중국의 드론 제조업체 이항홀딩스의 주가가 부정적인 공매도 보고서로 63% 급락하자 이후 국내 투자자들은 이항 주식을 팔아치웠다. 2월 이항홀딩스 거래액은 8억6768만달러(9770억원)로 가장 많은 거래 종목 6위에 올랐다. 순매도 금액은 1억5485만달러(1744억원)였다.
증권사들이 최근 해외투자에 나산 개인투자자를 적극 공략하고 있는 것도 주식 거래액 확대를 한몫 거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제공했던 과거 수수료 인하 및 환율 우대 이벤트, 투자 지원금 이벤트를 기본으로 최근에는 정규장 실시간 시세 서비스 제공과 프리마켓(장 전)·애프터마켓(장 마감후) 시간 확대 등 이용자 편의성 위주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섰다. 미국 주식시장은 국내 주식시장과 달리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에서도 동시호가가 아닌 경쟁매매가 진행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는 국내 경제의 모멘텀(동력)이 줄어드는 가운데 일어나는 대체적인 투자"라며 "유동성 장세가 펼쳐진 이후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크게 나타나고 있는데 게임스톱, 테슬라 열풍, 비트코인 열풍 등도 그러한 연장선 중에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로운 성장주를 찾기 위한 해외 투자가 보편화되고 있으며 현재의 쏠림 현상은 건설적인 투자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바람직한 투자로 연속성이 있으려면 그에 대한 리서치가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며 "포모(Fear Of Missing Out·상승장에서의 소외를 두려워하는 것)를 이겨내는 바람직한 투자 철학 및 문화 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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