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기업 연체율이 약 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가계 대출을 포함한 은행 전체 연체율 역시 2년 반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업 및 가계 대출 부실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
은행권의 기업대출 대출자 수 역시 지난해 4분기 현재 가장 많은 350만명까지 불어났다. 230만명이던 3년 전보다 39.1% 증가했다.
가계 대출 증가세도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비은행금융기관(저축은행·상호금융·보험사·여신전문금융사 등)의 가계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8.7%(2019년 4분기 468조5000억원→2022년 4분기 509조1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대출 증가는 연체율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2금융권'으로 불리는 비(非)은행 금융기관(저축은행·상호금융·보험사·여신전문금융사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비은행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2.24%였다. 이는 직전 분기(1.81%)보다 0.43%포인트(p) 뛰었으며 지난 2016년 1분기(2.44%) 이후 6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한은 측은 설명했다.
업권별 연체율을 살펴보면 저축은행 2.83%, 상호금융 3.30%, 보험사 0.15%, 여신전문금융사(카드·캐피털 등) 1.01%이었다. 특히 상호금융은 지난 2020년 1분기(3.19%) 이후 처음 작년 4분기 연체율이 3%를 넘어섰다.
여신전문금융사의 연체율도 2019년 3분기(1.16%)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은행권 연체율 역시 코로나19 사태 직후 수준까지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른 올해 2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36%다. 지난 2020년 8월(0.38%)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출 주체별로 기업대출(0.39%), 가계대출(0.32%) 연체율이 2월보다 각각 0.05%p, 0.04%p씩 올랐다.
다만 은행들이 최근 부실 대출채권을 적극적으로 매각하며 지표 관리에 나서며, 5대 은행의 평균 신규연체율은 2월 0.09%까지 높아졌다가 3월에는 0.07%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융권은 금리와 경기 및 부동산 전망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연체율의 상승세를 막기는 좀처럼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 건전성 관리에 돌입했지만, 경기 회복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다가오는 부실 위험에 대비해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을 지난해 1분기(7199억원)의 2.4 배인 1조7338억원이나 새로 쌓았다.
2020년 1분기 코로나19로 시작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오는 9월께 종료될지 여부도 금융권 건전성 관리에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대출 상환 연장, 이자 유예 등과 같은 코로나 금융 지원까지 종료될 경우 부실 관련 문제가 대거 쏟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은행별로 추가적 연체율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