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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건설부문이 잇단 사망사고로 '안전불감증 논란'에 휩싸였다. 공사현장에서 이달에만 노동자 2명이 숨져, 최근 1년 6개월간 사망자가 4명으로 늘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11시쯤 한화가 시공하는 세종시 장군면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하청노동자 A씨(63)가 숨졌다. A씨는 도로 공사를 위해 벌목 작업 진행 중 쓰러지는 나무에 맞아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현장은 현재 작업 중지 상태이며 고용노동부에서 자세한 사고원인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다.
지난 10일 오전 8시57분 무렵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지역 기반시설공사 현장에서는 노동자 B씨(53)가 카고크레인에서 떨어진 붐대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B씨는 도시생태공원 산책로 내 정자 제작 작업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이는 인근에서 자재를 옮기던 카고크레인의 붐대 연결부가 파손되면서 붐대가 아래로 떨어져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화 건설부문 현장에서는 지난해와 지난 2021년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3월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병원 복합시설 신축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60대 노동자 C씨가 벽돌 더미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당시 공사장에는 타워 크레인으로 2.3톤(t)의 벽돌을 병원동 옥상에 올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벽돌더미를 쌓아둔 팔레트가 파손돼, 아래에 있던 C씨가 낙하하는 벽돌 등에 머리에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건은 사고 발생 후 1년이 지난 시점인데도 여전히 검찰에서 수사 지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2021년 성탄절에는 한화 건설부문이 시공하는 서울시 영등포구 역세권 청년주택 신축 공사 현장에서 홀로 작업하던 50대 노동자 D씨가 지하 정화조 개구부로 추락해 사망하기도 했다. 고용부는 지난해 4월 한화건설 부문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이 같은 현장 사고를 막기 위해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 1월 고위험 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노력에 나섰다. 고위험 통합관제시스템은 스마트 기술을 활용, 위험도가 높은 작업 시 현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와 본사 모니터링 시스템을 연동해 노동자의 안전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를 도입한 지 반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잇단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해당 시스템이 단순한 보여주기식 사업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이 같은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배경으로는 일차적으로 장비의 사전점검 부실과 노동자 안전을 위한 작업 유도 인력이 미흡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건설사들의 스마트 안전 관리 시스템 등은 건설업계에서 예방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는 대표적인 쇼맨십 사업"이라고 말했다.
사망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노동자 입장에서의 안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청 대표에 대한 처벌 사례도 꾸준히 나오면서 안전관리 책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최 교수는 "현장 상황을 직접 경험하는 노동자가 아닌 정부와 기업이 내놓는 안전 대책은 탁상행정일 뿐"이라며 "노동자와의 직접적인 면담을 통한 안전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최근 사고와 관련 "당시 실시간으로 사고 현장에 대한 모니터링은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 안전관리를 보다 강화해 추후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