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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7시(현지시각) 뉴욕 벨몬트파크 경마장에서 열린 '2023년 벨몬트 스테익스(Belmont Stakes, G1, 2400m, 총상금 150만 달러)' 경주에서 경주마 '알캔젤로(Arcangelo)'가 가장 첫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그 순간, 관중의 뜨거운 함성소리와 함께 유리천장이 깨졌다. 비록 올해 삼관경주의 모든 관문을 석권한 삼관마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미국 삼관경주 사상 첫 여성 조교사 우승자가 배출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벨몬트 스테익스는 최강의 3세 경주마를 뽑는 시리즈 경주인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 이하 삼관경주)' 시리즈의 마지막 관문이다. 삼관경주는 약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켄터키더비(Kentucky Derby)를 시작으로 프리크니스 스테익스(Preakness Stakes), 벨몬트 스테익스로 이어진다. 세 경주를 모두 우승한 경주마는 삼관마로 등극하는 영광을 얻는다. 1919년 첫 삼관가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단 13마리만이 삼관마에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올해는 지난 1993년 여성 기수 최초로 삼관경주에서 우승한 줄리 크론(Julie Krone) 기수가 벨몬트 스테익스 챔피언이 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자, 미국 삼관경주 3개 관문을 통틀어 가장 빠른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전설적 명마 '새크리태리엇(Secretariat)'이 삼관마에 등극한지 5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경마는 여성 조교사나 기수의 진출이 쉽지 않은 영역이다. 155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벨몬트 스테익스 역시, 그동안 이 대회에 도전한 여성 조교사가 안토누치를 포함해 단 11명에 불과하다. 지난해까지 역대 최고 성적은 1988년 경주마 '킹포스트(Kingpost)'로 2위를 차지한 다이앤 카펜터(Dianne Carpenter) 조교사였다. 그리고 무려 35년이 흐른 지난 6월 10일, 안토누치가 이 기록을 깨면서 대회 155년 역사 최초의 여성 조교사 우승이자 삼관경주 최초의 여성 조교사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게 됐다.
경마계 유리천장은 안토누치의 우승 불과 몇 시간 만에 우리나라에서도 깨졌다. 한국경마의 삼관경주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상금(10억원)이 걸려있는 두 번째 관문 '코리안더비'가 11일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렸다. 이날 부산에서 원정 온 경주마 '글로벌히트'와 '경마의 여왕' 김혜선 기수가 환상의 콜라보로 깜짝 우승하면서, 김혜선 기수는 생애 두 번째 대상경주 우승이자, 한국경마 최초의 여성 더비 챔피언이 됐다. 대상경주를 우승한 여성 기수는 한국경마 역사상 김혜선 기수가 유일하다.
여성 기수로서 새로운 한국경마 역사를 써가고 있는 김혜선 기수는 앞으로 조교사로서 인생2막을 꿈꾸고 있다. 만약 김혜선 기수가 조교사로 데뷔한다면, 이신영 조교사에 이어 대한민국 여성 2호 조교사가 된다. 이신영 조교사는 여성이 전무하던 2001년 기수로 데뷔해 우리나라 경마의 여성시대를 연 장본인이며, 2011년부터 조교사로 전향하면서 한국경마 최초의 여성 조교사로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한국경마 삼관경주 시리즈는 'KRA컵 마일', '코리안더비', '농식품부장관배'로 이어진다. 지난 4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열린 첫 관문 'KRA컵 마일'에서 부경마 '베텔게우스'가, 이번 6월 '코리안더비' 대상경주에서는 부경마 '글로벌히트'가 우승을 차지했다.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농식품부장관배'는 7월 22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개최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