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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게 재고 떠넘긴 신일전자, 사업다각화 '역풍'?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23-06-14 09:17 | 최종수정 2023-06-15 07:19


국내 선풍기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신일전자가 8년여간 임직원들에게 재고 물품을 강제로 떠넘겨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강매 대상 품목은 카페트매트·제습기·연수기 등으로, 일각에서는 신일전자가 추진했던 '품목 다변화'의 그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직원들에게 재고 떠넘긴 신일전자, 사업다각화 '역풍'?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강제 할당 연수기·듀얼자동칫솔 가격 급여·상여금에서 일방적 공제

최근 공정위는 신일전자가 8년 넘게 자사 임직원들에게 판매부진으로 재고소진이 필요한 카페트매트, 제습기, 연수기, 듀얼자동칫솔, 가습기를 구입 또는 판매하도록 강요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신일전자는 직급별 판매목표를 할당하고 개인 판매 실적을 수시로 공지해 실적을 비교·점검했으며, 판매 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소속 사원들에게 제품 판매를 강요했다. 카페트매트의 경우 대표이사의 특별지시로 판매 기간을 연장하면서 목표 미달성 직원의 목표 달성을 독촉했다. 제습기 판매목표 미달 시 패널티 부과를 예고하고 인사고과에 반영하는가 하면, 연수기와 자동칫솔 등은 임직원에게 강제로 할당하고 제품 가격만큼 급여 또는 성과급에서 일방적으로 공제하기도 했다. 이같은 행위로 신일전자가 2013년 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부당하게 얻은 매출은 19억원이 훌쩍 넘는다.

공정위는 가격·품질·서비스와 같은 공정한 경쟁수단이 아닌, 고용 관계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임직원의 구매 의사와 관계 없이 제품을 구입하거나 판매하도록 강제하는 불공정한 경쟁수단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00만원을 부과했다. 단, 신일전자가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행위사실을 인정한 점과 처분에 대해 모두 인정하고 수락한 점을 고려해 과징금 일부를 감경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부당한 사원판매 지속 상황을 개선한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사업자가 고용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제품을 강매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며, 위법 행위를 적발하면 엄중하게 조치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신일전자 관계자는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따라 임직원들에게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을 서면 교부하고, 향후 동일 또는 유사법 위반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감시 기능을 강화할 것이다"고 밝혔다.


▶재고자산회전율 '뚝'…사업다각화 '기로'?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 제재 배경이 된 '재고 떠넘기기' 품목이 대표 상품인 선풍기가 아닌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선풍기 매출 비중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신일전자가 사업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제품을 내놓긴 했지만, 수요 예측 등에 실패하면서 '무리수'를 두게 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우려는 진행형이다. 신일전자가 지난달 발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신일전자의 재고자산은 2021년 254억원에서 지난해 383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올해 1분기에도 300억원을 상회했다.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재고자산회전율도 올해 1분기 기준 지난해 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익성에 대한 물음표도 달렸다. 매출은 2021년 1935억원에서 지난해 2027억원으로 2000억원대를 넘었지만, 2021년 79억 7795만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0억 4171만원으로 급감했고, 올해 1분기에는 13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신일전자 측은 "재고자산이 증가한 이유는 대외적인 요인이 크다"면서, "무엇보다 지난해 경기 부진과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재고자산이 늘어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지난해의 경우 신규 카테고리의 제품을 확대 출시하기 보다는 계절가전 제품에 집중해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했다고 덧붙였다.

관련 업계에서도 신일전자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윤석 대표가 지난해 '종합가전 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비전을 발표하고 2025년 매출 5000억을 목표로 한다는 청사진을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직원들에게 선풍기 외 품목에 대한 '강압적 재고떨이'를 한 사실이 드러나 제재를 받게 된 만큼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일전자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큰 대외적인 리스크에 집중하기 보다는 중장기적 실적 성장을 이뤄갈 수 있는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역량을 기울일 것이며, 올해는 더 촘촘한 재고 관리를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계절가전 제품군의 시장 지위를 강화하는 한편, 신성장 카테고리의 제품군을 개발해 틈새시장을 노리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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