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마비와 허리 통증, 이 두 가지 증상은 얼핏 보기에는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일반인에게 매선침 치료는 아직 낯선 분야로, 안전 여부를 걱정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구본혁 교수는 "치료 목적의 매선침 치료는 흔히 알고 있는 미용적 매선침과 다르게 일반적인 침 치료를 받는 것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에서 10여 개 내외의 매선침을 가볍게 시술한다. 시술 전후에 위생적인 부분만 잘 관리해준다면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직접 수행한 여러 건의 임상시험과 실제 진료 현장에서 수백 건 이상 시술한 결과 중대한 이상 반응은 한 건도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흔히 '구안와사'로 알려진 안면신경마비는 마비가 가벼운 경우 단기간에 완치될 수 있지만, 신경 손상이 심할 때는 발병 후 몇 년이 지나도 후유증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얼굴이 뻣뻣해지면서 얼굴이 마비된 쪽으로 쏠리는 구축 현상이 반복적으로 호전-악화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럴 때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매선침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2018년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 남상수 교수 연구팀으로 참여해 'European Journal of Integrative Medicine' 저널에 발표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4주간 주 1회 시술한 매선침 치료가 안면신경마비 후유증 환자의 안면장애지수 신체기능점수(Physical score)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단서를 확인했다. 이러한 시술을 실제 환자에게 적용한 연구 결과를 2023년 'Medicine' 저널에 발표했다. 총 68명의 환자에게 215회 매선침을 시술한 결과를 분석했으며, 의사가 얼굴을 평가하는 써니브룩안면평가체계(SFGS) 및 환자가 스스로 평가하는 안면장애지수(FDI) 모두 유의한 호전이 나타났다. 최대 6번까지 반복적으로 시술한 경우에도 특별한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만성적인 척추-관절 통증 질환에서도 매선침의 특성이 드러난다.
구 교수는 "2022년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척추센터 서병관 교수 연구팀으로 참여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8주간 주 1회 시술한 매선침이 가짜 매선침과 비교해 시술이 진행된 8주 동안에는 큰 효과 차이를 나타내지 못했지만, 치료를 마친 후 추가로 8주간 증상변화를 관찰한 결과 가짜 매선침의 경우 다시 통증이 증가했지만, 매선침의 경우 치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통증이 더 감소하는 효과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증상 관리를 위해서 자주 치료가 필요하지만 바쁜 일상 속 시간을 내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매선침 치료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증 관리를 하는 데 있어서 좋은 치료 수단이 될 수 있다.
매선침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환자들에게 더 큰 신뢰를 얻기 위해서 더 많은 과학적인 근거 확립을 위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2023년 6월부터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에서 부산대학교한방병원과 공동으로 안면신경마비 후유증에 대한 다기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3년 9월부터는 만성 턱관절 장애에 대한 임상시험도 계획 중에 있다.
구본혁 교수는 "매선침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환자가 믿고 시술받을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싶으며, 반복적으로 호전-악화가 반복되는 만성 질환 환자가 보다 나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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