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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돈볼카츠' 점주들과 갈등…더본코리아 IPO '암초'?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24-06-20 08:25


야심차게 IPO(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던 백종원 대표의 외식기업 더본코리아가 암초를 만났다.

산하 브랜드인 '연돈볼카츠'의 일부 가맹점주들이 본사인 더본코리아가 예상 매출액을 과장 광고했다며 18일 집회를 갖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더본코리아는 2번의 입장문을 통해 가맹점주들의 주장을 반박하며 법적 대응까지 예고하는 등 정면 충돌하는 형국이다.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준비했던 IPO라는 '잔칫상'에 '재'를 뿌리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더본코리아의 대응을 두고, 정당한 권리 보호라는 의견이 많지만 회사가 성장하는데 가장 중요한 동반자였던 가맹점주를 '적'으로 내몰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의 근간인 신뢰 관계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최악의 경우 문제 해결 이후까지 상장 자체가 미뤄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필 다음주 일반공모가 예정된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이노그리드의 상장 일정이 19일 전격 중단됐다. 코스닥시장위원회는 다음달 코스닥 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던 이노그리드가 최대주주 지위 분쟁에 관련한 사항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날 심사 승인을 취소한 것이다. 사상 첫 사례이자 향후 1년 이내에 증시 입성이 불가능한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다. 한국거래소가 그 어느 때보다 상장 준비 과정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똑같은 케이스는 아니지만, 사업구조의 핵심이 프랜차이즈인 더본코리아 본사와 가맹점주의 갈등은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상장 예비심사 결과에 중대한 영향'이기 때문이다.

양쪽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은 예상 매출 산정서와 구두로 언급했다는 예상 기대 매출의 현격한 차이라 할 수 있다. 향후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경우 문서가 아닌 구두 약속의 효력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18일 더본코리아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가진 7명의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2022년 초 홍보 홈페이지를 통해 하루 최고 매출이 338만~465만원이라고 광고했으나, 막상 개점한지 한 달 후부터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대다수 매장이 적자를 면치 못해 빚에 허덕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윤기 연돈볼카츠 가맹점주협의회 공동회장은 "가맹본부가 3000만원 수준의 매출과 20~25%의 수익률을 홍보했으나 실제 매출은 1500만원 정도에 그치고 수익률은 7~8% 정도여서 (가맹점주는) 월 100만~150만원 정도만 가져간다"고 말했다. 이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점주는 상품 가격을 올리려 시도했지만, 본사가 가격 조정을 절대 합의해주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맹점주 법률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와이(Y) 연취현 변호사는 이날 "가맹 희망자들에게 명시적으로 (기대) 매출과 수익을 액수로 말하는 것은 가맹사업법 위반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가격 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도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위반 예시로 들고 있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더본코리아는 17일에 이어 18일 연달아 입장문을 내며 반박했다. 더본코리아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바른 백광현·박상오·한원철 변호사는 "가맹점 모집 과정에서 허위나 과장된 매출액, 수익률 등을 약속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2022년 월 매출 1700만원 수준의 예상 매출 산정서를 가맹점에 제공했고 이는 실제 매출액과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돈볼카츠 가맹점 수의 감소는 코로나19 이후 시대 변화와 물가 인상 등에 따라 외식 시장 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했기 때문"이라며 "일부 가맹점은 당사 협의를 통해 다른 브랜드로 전환했다"고 강조했다. 또 "판매가에 대해서도 프랜차이즈 영업의 통일성을 고려해 가맹점주들과 성실하게 협의해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본코리아는 일부 가맹점주들이 분쟁 초기부터 영업 부진에 대해 가맹본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합리적 근거 제시 없이 폐업보상 등의 금전적 보상을 계속 주장했고, 이를 증명할 녹취자료도 보관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까지 시사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은 "더본코리아가 상장을 앞두고 있기에 일부 가맹점주들이 이를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킬 '레버리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분명 있고, 이를 막아보겠다는 강한 의지도 이해된다"면서도 "더본코리아는 다른 가맹사업자와 달리 '백종원'이라는 요식업계의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덕에 가맹 브랜드를 계속 확장하고 가맹점주들을 더 쉽고 빠르게 유치한 측면이 크다. 따라서 자칫 신뢰 관계가 무너질 경우 상장은 차치하고 사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최고의 강점이 가장 약한 고리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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