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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내연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죽어라"라고 협박한 전직 경찰 간부가 파면 처분을 받자 행정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A씨는 2021년 11월 2일 새벽 시간에 내연녀인 B(사망 당시 46세)씨를 협박해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 혐의로 이듬해 6월 기소됐다.
그는 협박 혐의와 관련해서는 지난 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으나, 자살교사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건 당시 인천 모 경찰서 소속 경위 계급이었던 그는 헤어지자고 한 B씨와 3시간가량 전화 통화를 하면서 "내 경찰 인맥을 총동원해서 네 아들을 형사 처벌해 장래를 망치고, 네 직장도 세무조사를 해 길거리에 나앉게 만들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이어 겁에 질린 B씨에게 "네 아들은 살려줄 테니까 넌 극단적 선택을 해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B씨는 같은 날 오전 8시 30분께 인천시 서구 가정동 빌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에 인천경찰청은 징계위원회를 거쳐 경찰 명예 실추 등 책임을 물어 A씨에게 파면 처분을 했다. 파면은 경찰 공무원의 징계 중 해임·강등·정직 등과 함께 중징계에 포함된다.
그러나 A씨는 징계에 불복해 소청 심사를 청구했고 기각되자 억울하다며 지난해 8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징계 사유와 관련한 발언은) 내연관계였던 고인과 격한 감정 다툼 중 감정적인 욕설이나 일시적 분노를 표시한 것"이라며 "자살교사 혐의와 관련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해도 현재 건강과 경제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며 "그동안 경찰 공무원과 경호 요원으로 징계처분 없이 성실하게 복무한 점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징계 사유가 정당하고 관련 절차도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형사사건에서 협박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판결이 확정됐다"며 "자살 교사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더라도 행정소송에서는 징계 사유의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의 관련 발언은 본인은 물론 공직사회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라며 "경찰 조직 내부의 사기를 저하했을 뿐만 아니라 경찰 조직의 대국민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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