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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수리온헬기 투입·선제 주민대피…도심산불 인명피해 막았다

기사입력 2025-04-29 14:20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대구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9일 대구 북구 산불 현장에서 산림청 헬기와 군용 치누크 헬기가 산불 진화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25.4.29 psik@yna.co.kr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8일 오후 2시 1분께 대구 북구 노곡동 함지산에서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소방관들이 민가 주변으로 번진 산불을 끄고 있다. 2025.4.28 psik@yna.co.kr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대구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9일 동이 트는 가운데 대구 북구 함지산이 불타고 있다. 2025.4.29 psik@yna.co.kr
밤새 물 3만6천ℓ 뿌려…8천ℓ급 대형 진화헬기도 5대 동원

산불확산 예측시스템 가동, 주민 조기대피…민가 주변 신속한 방화선 구축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강풍과 건조한 날씨 속에 급속히 번졌던 대구 산불이 우려와는 달리 23시간 만에 꺼진 데는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헬기와 인력 등을 현장에 집중 투입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림 당국이 산불 확산 예측시스템을 활용, 선제적으로 주민 사전대피 등에 나선 점도 주목된다.

도심 인근에서 난 이번 산불은 결과적으로 주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의 확산 우려 등에도 인명 피해 없이 마무리됐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2시 1분께 대구 북구 노곡동 함지산 9부 능선에서 시작된 불이 강풍을 타고 계속해서 확산하자 당국은 산불 대응 1·2·3단계를 차례로 발령하고 진화 헬기와 진화 차량·인력 등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소방청도 민가 방향으로 확산하는 산불에 대응해 발화 2시간여 만인 오후 4시 5분께 국가 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산불 발생 첫날 일몰 전까지 당국이 현장에 투입한 진화 헬기는 모두 36대며, 진화 인력은 776명, 장비는 76대로 각각 집계됐다.

하지만 군위군을 제외한 대구 전역에 건조 경보가 발효된 데다가 주간에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15m에 이르는 강풍도 불어닥친 까닭에 당국은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고, 진화율은 10%대에 머물렀다.

그 사이 함지산 불은 동쪽으로 1∼2㎞ 떨어진 조야동까지 가파르게 확산하며 한때 민가를 위협했고, 불길은 아파트 등이 밀집한 서변동 방면으로 계속해서 번져 나갔다.



당국은 확산하는 불길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기상 여건 등을 고려해 주간에 현장에 투입했던 수리온 헬기(담수 용량 2천ℓ) 3대 가운데 2대를 일몰 후 야간 진화작업에 동시에 투입했다.

오후 늦게부터 풍속이 10㎧ 이내로 잦아들면서 산불 연기가 퍼지지 않아 전방 5㎞까지 시정이 확보됐고, 산불 현장 주변에 운항에 지장을 주는 철탑·송전선로 등과 같은 시설물도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야간 비행이 가능한 유일한 기종인 수리온 헬기 2대는 이날 오후 8시부터 오후 11시 20분까지 이착륙지인 K-2 군 공항에 배치된 소방차에서 물을 공급받은 뒤 각각 9차례씩 산불 현장에 출동해 모두 3만6천ℓ의 물을 불길에 투하했다.

앞서 산림청은 2020년 4월 안동산불과 2022년 3월 울진산불이 났을 때도 당시 유일하게 보유 중이던 수리온 헬기 1대를 야간 진화 작업에 투입한 바 있다.

이후 산림청은 올해 들어 수리온 헬기 2대를 추가로 들인 까닭에 야간 진화에 수리온 헬기 2대가 동시에 투입된 것은 이번 대구 산불 현장이 처음이다.

당국은 수리온 헬기 2대와 함께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등 진화인력 1천515명과 고성능 산불 진화 차량 15대 등 장비 398대도 산불 현장에 밤샘 투입해 야간 진화에 전력을 쏟았다.

또 29일 일출과 동시에 노곡·조야동 산불 현장에 진화 헬기 53대와 인력 1천551명, 장비 204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특히 산림청은 이날 오전 진화 작업에 담수 용량 8천ℓ급 대형 진화 헬기 1대도 추가 투입했다.

산림청은 이번 대구 산불에 보유 중인 8천ℓ급 진화 헬기 7대 가운데 5대를 투입했다.

나머지 2대 가운데 1대는 엔진 점검을 받고 있으며, 또 다른 1대는 동해안 지역 산불 발생에 대비해 해당 지역에 대기 중이다.

이처럼 당국이 이번 산불 진화에 가용 자원을 최대한 동원한 덕에 진화율은 29일 오전 4시 60%에서 오전 6시 65%, 오전 8시 82%, 오전 10시 92%로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오후 1시 100%를 기록했다.

산림 당국은 "불길 확산 속도를 잡기 위해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했다"며 "다른 지역에 대형산불이 나지 않은 까닭에 진화력을 최대한 집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대구 산불은 지난달 발생한 '경북 산불'과 달리 아파트 등이 밀집한 대도시 도심 야산에서 발생한 탓에 하마터면 대규모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경북 산불 당시와 달리 당국이 산불 확산 예측 시스템을 활용해 선제적으로 산불 영향권에 들 수 있는 지역 주민들에 대한 대피 명령을 내리고, 주택 밀집 지역 보호를 위해 불길이 번진 조야동 일대에 진화인력을 집중 배치해 방화선 등을 구축함으로써 LPG 충전소 등으로 불길이 확산하는 것도 막았다.

이밖에 당국은 이날 오전 진화 작업 당시 불길이 민가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열화상 드론을 통한 화선 관측한 뒤 헬기를 이용해 산불 지연제(리타던트)를 10차례 집중적으로 투하했다.

당국은 "산불 진화 시 대구시와 산림청, 소방·경찰·군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한 결과 큰 피해는 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민가 주변 등 구역에 남은 잔불이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 근무조를 편성·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uho@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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