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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동에는 클린하우스가 한 곳도 없고 A씨·B씨 집 등 주거지가 모인 곳에서 1∼1.5㎞가량 떨어진 곳에 재활용도움센터가 있다. 재활용도움센터는 클린하우스보다 규모가 큰 집하장 형태의 쓰레기 배출장소다.
이 마을의 센터는 대중교통으로는 가기 어려운 곳에 있어 자동차나 도보로 찾아가야 한다. 마을에 한 곳 있는 쓰레기 배출장소마저 어르신들은 이용이 사실상 어려운 것이다. 또 고령자들은 운전면허도 반납한 상황이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제주지역도 농촌마을 주민들이 고령화하고 있지만 생활 환경 관련 인프라는 부족해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 배출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쓰레기가 무단 배출되거나 심지어 불법 소각 행위가 발생해 화재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인구 18만4천여명인 서귀포시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1%로 초고령화 사회로 분류된다.
그러나 서귀포시 읍면에는 쓰레기 배출 시설이 인구 1천600∼2천100명당 1곳이 있고, 그마저 시설이 해안 번화가에 집중돼 노령화가 더 심각한 산간 마을에는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
서귀포시 내 쓰레기 배출장소는 재활용도움센터 총 82곳, 클린하우스 332곳 등 414곳이 있다. 이 중 읍면 재활용도움센터 및 클린하우스는 표선면 40곳, 남원읍 44개, 성산읍 48곳, 안덕면 50곳, 대정읍 52곳 등으로 읍면별로 40∼52곳이다.
생활 쓰레기 못지않게 농촌 마을에서는 농약병, 폐비닐 등 영농 폐기물도 다량 발생하고 있지만 이 역시 배출 등 처리가 쉽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주민 편의 증진을 위해 재활용도움센터 등 생활 쓰레기 배출시설의 보급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영농 폐기물 배출의 경우 각 농촌 마을집하장을 설치해 농민들이 근거리 배출이 가능하게 하고 있고 영농 폐기물 집중 수거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새로운 해법 찾는 농촌 지자체
쓰레기를 모아 두는 클린하우스가 혐오시설로 여겨져 설치를 꺼리는 여론도 있다.
남원읍에 사는 C씨는 "클린하우스를 매번 깨끗하게 관리하는 인력이 있지 않은 이상, 클린하우스 쓰레기로 인해 냄새가 심하고 보기도 좋지 않다"며 "냄새 등의 민원 때문에 기존에 설치된 클린하우스를 없애거나 옮기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농촌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고령자들의 쓰레기 배출 편의를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주민과 행정기관이 힘을 모으고 있다.
충남에서는 새마을회, 농협중앙회와 업무협약을 맺어 농촌 쓰레기 수거 체계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읍면이 직접 수거 인력을 운영해 고령자들이 영농 폐기물 및 생활 쓰레기를 집 앞에 배출하면 수거반이 공동집하장으로 수거하는 체계다.
생활 쓰레기 등은 월 1회, 영농폐기물은 연 1∼2회 가량 고령자의 가정집을 돌며 수거한다.
강원 홍천에서는 마을 주민을 고용해 쓰레기 배출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모아지기'라는 이들 주민 관리인은 각 마을 내 고령자의 가정집을 방문해 쓰레기를 배출장소로 수거하는 일도 맡았다.
서귀포시 읍면 같은 농촌 마을인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서는 최근 '마을 중심 쓰레기 수거관리 체계'에 대한 실험이 진행됐다. 고령층의 생활 쓰레기 및 영농 폐기물 배출 문제와 더불어 농촌 마을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실험이다.
산내면에서는 각 마을 단위에 쓰레기 배출시설 관리자 1명씩 총 12명을 운영해 하루 한 번 이상 배출장 관리 문제점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배출되지 않은 경우 이장을 통해 마을 방송을 하도록 하며 쓰레기 배출 시설을 관리했다.
산내면사무소는 마을 주민들을 모아 쓰레기 배출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며 호응을 끌어냈다.
영농폐기물도 같은 방법으로 쉽게 배출할 수 있도록 배출 시설을 다양하게 설치했다.
산내면에서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사전 조사해 이런 경우 마을 관리자가 차량으로 직접 방문해 쓰레기를 수거하고 배출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내면 마을 중심 쓰레기 수거관리 체계를 진행하는 허그림 '숲과나눔' 캠패이너는 "마을 공동체가 중심이 돼 주민들이 불편을 해소하고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농촌 쓰레기 수거 체계 개선 실험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실험이 대안으로 안착하려면 민관이 고민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oss@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