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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한 번식력' 갸냘픈 꽃사슴 인간의 손에 운명 곧 갈려

기사입력 2025-05-06 08:00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유철환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권익위 주요 제도개선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안마도 꽃사슴 등 무단 유기 가축으로 인한 피해 해소 조치사항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5.4.28 jjaeck9@yna.co.kr
[순천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광군·고흥군·순천시, 유해야생동물지정 시 포획·개체수 조절

포획 규모·방법 등 검토…"인간·자연 공존 방안 고민"

(영광=연합뉴스) 손상원 장덕종 기자 = 왕성한 번식력으로 개체수를 늘려가던 꽃사슴들이 인간의 손에 운명을 달리하게 됐다.

이름처럼 가냘픈 모습과 달리 경작지를 파헤치는 등 민가에 피해를 준 탓에 포획 대상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6일 전남 영광군, 고흥군, 순천시에 따르면 환경부는 꽃사슴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야생생물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최근 입법 예고했다.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면 꽃사슴은 지자체장 허가를 받고 포획할 수 있게 된다.

영광 안마도에는 지난해 기준 꽃사슴 937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사슴과인 고라니의 국내 서식 밀도는 1㎢당 7.1 마리지만, 안마도 꽃사슴 서식 밀도는 162마리에 달했다.

먹이를 찾아 경작지를 짓밟거나 조상 묘까지 파헤치자 영광 주민 593명은 2023년 7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넣기도 했다.

영광군은 연내 시행 규칙이 개정되면 야생물포획단을 활용해 꽃사슴을 포획한다는 방침이다.

사슴을 안전하게 섬에서 반출할 수 있도록 가축 전염병 검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치하기로 했다.

고흥의 '작은 사슴 섬' 소록도(小鹿島)에는 지난해 현황 조사 결과 230여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독지가가 작은 사슴을 닮은 섬의 상징성을 부각하고 투병 중인 한센인을 위로하고자 사슴을 기증한 것을 계기로 1992년부터 40여마리를 방사했는데, 급격히 개체 수가 늘어났다.

텃밭이나 조경 숲을 파헤치는 등 피해에 주민들은 꽃사슴의 접근을 막고자 궁여지책으로 허수아비까지 세웠다.

지난해 12월에는 주민이 꽃사슴 수십마리를 포획해 도살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선 사례도 있었다.

고흥군은 세부 지침이 확정돼 하달되면 개체 수 조절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포획할 수 있는 종(種)이 아직 불분명하고 일부 소유권 분쟁이 발생할 여지도 있어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한 상황이다.

번식기 등을 고려해 포획 시기를 결정하고 포획 후 매립할지, 반출을 허용할지 등도 환경부 지침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고흥군은 전했다.

순천 도심 봉화산에서 서식하는 꽃사슴들은 아파트 단지에까지 출현해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용당동 한 아파트에서 사슴이 뛰노는 영상과 사진은 연초 인터넷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궜다.

2010년대 초반 농장에서 탈출해 그대로 방사한 사슴 4마리가 봉화산에서 번식하면서 개체 수가 60∼70마리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슴들은 봉화산 둘레길 주변에 나타나 한가롭게 거닐거나 인근 동천까지 내려오기도 해 주민에게는 친숙하지만, 로드킬 등 사고 우려에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자체들이 어느 정도로 개체 수를 조절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사슴 섬' 소록도, '생태 도시' 순천의 지역 정체성 등을 고려하면 소탕이나 일망타진보다는 공존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순천시 관계자는 "개정안 시행·공포 시기 등이 확정되면 대책 회의, 용역, 자문 등을 거쳐 포획·관리 계획을 마련하겠다"며 "인간과 자연의 공존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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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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