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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침] 사회([샷!] "택배노동자도 투표하고 싶다")

기사입력 2025-05-24 07:16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전국택배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통령 선거일인 6월 3일 택배없는 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5.24 xyz@yna.co.kr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지난 21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인쇄된 21대 대통령 선거 '거소투표용지'를 살피고 있다. 거소투표는 투표소와 멀리 떨어져 직접 투표가 곤란한 유권자들을 위한 투표 방법이다. 2025.5.24 [공동취재] stop@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택배 쉬는 날'을 하루 앞둔 지난해 8월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남권물류단지에서 직원들이 택배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5.24 ksm7976@yna.co.kr


[샷!] "택배노동자도 투표하고 싶다"

선거날에도 일터로 나가는 '특수고용노동자'

"365일 배송경쟁 과열로 투표권 위기"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택배노동자들의 투표권 행사가 이슈로 떠올랐다.

택배노동자는 사측과 위임 또는 도급 형태의 계약을 맺어 근무하는 '특수고용노동자'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유급휴일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간 택배사들은 협의를 거쳐 선거일을 휴일로 지정해왔다.

그러나 최근 택배업계의 주7일 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올해 대선일을 앞두고는 휴무 시행이 정해지지 않아 논란이 됐다.

◇ "동료 피해줄까봐 자리 못 비워"

다행히 지난 23일 저녁 택배업계의 극적 합의로 6월3일 대선일에 쿠팡을 포함한 대다수 택배기사가 휴무와 함께 참정권을 보장받게 됐다.

그러나 이런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택배노동자들은 속을 태워야 했다.

앞서 22일 강원도 춘천에서 쿠팡 택배기사로 일하는 이재순(47) 씨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난색을 표했다.

매일 오전 8시에 일어나 오후 9시 넘어 퇴근한다는 이씨는 "'택배 없는 날'로 지정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투표 참여가 어렵다"며 "국민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인데 그게 왜 택배노동자에게는 해당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택배 분류 작업을 동반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중간에 짬을 내서 투표하러 가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씨는 "4명의 동료와 택배 분류 작업을 함께 하는데 혼자 빠지게 되면 남은 동료들이 제 몫을 대신해줘야 한다"며 "동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면 제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쿠팡 택배기사 조모(29) 씨도 "선거일이 평일이다 보니 사전투표를 하려 했는데 이번에는 공교롭게 사전투표일도 평일이라 투표하러 가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발을 동동 굴렀었다.

선거일이 휴일로 지정될 경우 하루 일당을 포기해야 하지만 조씨는 "돈도 좋지만, 대통령 선거는 국민 한명 한명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일"이라며 "꼭 참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 때 일하느라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그때 뽑힌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지금 탄핵당했다"며 "적어도 내 손으로 직접 뽑은 대통령이 그랬으면 덜 화가 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배송 경쟁 과열로 '택배사 간 합의' 어려워져

국가의 주요 선거 때마다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노동자의 참정권은 주요 택배사들의 합의를 통해 지켜져 왔다.

앞서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2024년 총선 당시에도 주요 택배사들은 함께 선거일을 휴일로 지정해 노동자들이 투표할 수 있게 했다. 법적으로 휴일을 지급할 의무는 없지만 노동자의 투표권을 위한 일종의 합의였다.

택배사 간 합의가 있지 않은 이상 택배노동자가 공식적으로 쉴 수 있는 날은 8월 14일 하루뿐이다. 이날은 2020년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로젠 등 국내 주요 택배사 4곳이 정한 '택배 없는 날'이다. 이 역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 회사들은 노동자들의 과로사를 예방하기 위해 '택배 없는 날'을 지켜왔다.

노조와 업계에 따르면 택배업계의 갈수록 과열된 배송 경쟁이 휴무 시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쿠팡이 시작한 365일 배송 서비스가 업계 전반에 확산하면서 배송업무 중단에 따른 경쟁력 약화, 고객 이탈 부담이 높아진 것이다.

다행히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쿠팡이 극적으로 '택배 없는 날'에 합의했다. 주간 배송 기사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휴무를 보장해 로켓배송이 처음으로 일부 차질을 빚게 됐다.

그러나 과연 이런 합의가 지속적으로 보장될지는 불투명하다.

앞서 택배노조는 지난 21일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달 3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할 것을 요구했으며,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동당도 택배사에 휴무일 지정을 촉구했다.

김광석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위원장은 "국민의 참정권은 헌법에 적시된 기본권"이라며 "이를 경쟁에서 밀리기 싫다고 보장하지 않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밝혔다.

winkit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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