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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로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저출생 고령화라는 인구 요인이 겹치며 해법을 찾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주요 기관 성장률 전망치가 0.8%까지 떨어진 상황을 돌파해야 하는 데다가 0.8명 아래로 낮아진 합계출산율과 초고속 고령화의 벽까지 넘어야 하는 것이다.
◇ 해 넘어 계속되는 내수 침체…'인구 효과'가 기름 부었나
내수 관련 지표는 계속해서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
2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3월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0.3%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 역시 전월보다 0.3% 줄었다. 설비투자도 전월 대비 0.9% 감소했다.
한국은행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지표상으로도 민간 소비는 1분기 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 또한 1분기 2.1% 감소했고 건설 투자도 3.2% 줄었다.
내수가 가라앉은 일차적 원인은 경기적 요인이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린 탓이다.
작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재화 및 서비스 소비가 급감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된 것 역시 경기적 요인의 영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엔 이에 더해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저출생으로 전체 인구가 줄고, 고령 인구 증가로 인해 소비 성향이 약화한 것이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국 인구는 2020년 5천183만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2023년 기준 인구는 5천133만명으로 3년 만에 약 50만명이 줄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비중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6.4%였던 고령 인구 비중은 지난해 20%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 역시 최근 인구 변화가 소비 및 내수 침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분석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적 요인과 경기적 요인이 내수에 미친 영향을 각각 파악하고, 이에 맞춘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내외 경기 상황 외에도 인구 감소·고령화로 인한 구조적인 요인이 내수에 적지 않은 '마이너스'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소비 제약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 예견된 미래 충격파…"중장기적 내수 감소, 명확한 추세"
인구 감소로 인한 '구조적 충격'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인구는 2030년 5천131만명으로 줄어든 뒤 2072년에는 1977년 수준인 3천622만명까지 축소될 전망이다.
노동 소득을 기반으로 소비를 주도하는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19년 3천763만명을 정점으로 하락해 2030년에는 약 3천440만명, 2040년에는 3천230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소비 성향이 낮은 고령인구 비중은 2025년 20.3%에서 2050년 40.1%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인구 구조 변화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저하와 내수 기반 약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노동 투입과 총요소생산성을 동시에 약화해 성장률과 소비 여력을 모두 제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기준 시나리오 기준으로 잠재성장률이 2025∼2030년 1.5%, 2031∼2040년 0.7%, 2041∼2050년 0.1%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2040년대 초중반 역성장 가능성도 제기됐다.
소비는 기본적으로 소득과 비례하기 때문에 잠재성장률 하락은 곧 구조적인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 역시 앞서 발표한 '인구 고령화에 따른 경제주체 생애주기 소비 변화' 보고서에서 고령화로 인해 2020년부터 2035년까지 가계 평균 소비가 매년 0.7%씩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기대수명 증가로 인해 사람들이 현재 소비를 줄이고 노후를 대비해 저축을 늘리는 '기간간 대체' 효과가 더해지면서 소비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경기가 개선되더라도 '내수 활황'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내수 부양을 위한 재정 투입의 효과도 과거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인구 감소로 성장률이 떨어지고, 소비를 비롯한 내수가 감소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명확한 추세"라며 "내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거나 성장하는 것 역시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인 인구의 소비 여력 확충을 위해 은퇴 연령을 늦춰야 제언도 나왔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 개혁을 통해 월급 구조를 바꾸고, 은퇴 연령을 늦춰 노인들이 돈을 벌 수 있게 해야 구조적인 내수 부진 및 저성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trauma@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