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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신흥국들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글로벌 무역전쟁이 코로나 팬데믹보다 더 어려운 도전 과제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기타 고피나스 수석 부총재가 말했다.
신흥국 정책 당국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으로 인해 '안개 속을 헤쳐 나가고 있다'는 게 고피나스 부총재의 진단이다.
고피나스 부총재는 "팬데믹 초기 단계 때는 전 세계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을 매우 빠르게 완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이번 관세전쟁 때는 충격이 차등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금리인하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지만, 미국의 높아진 무역 장벽에 직면한 신흥국들의 경우 상황이 '수요 충격'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고피나스 부총재는 설명했다. 이 경우 신흥국에서는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를 겪게 된다.
팬데믹 초기에는 선진국과 중진국 할 것 없이 성장을 회복시키기 위해 금리를 대폭 인하하거나 채권 매입에 나서 이번 무역전쟁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고피나스 부총재는 "(나라별로) 이런 차이가 발생하면 글로벌 금융 조건이 긴축될 수 있으며, 신흥국은 이런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부분 국가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두 달간 신흥국의 통화와 주식은 대부분 반등했다. 투자자들이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는 4월 2일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일 이후 저점 대비 약 20% 상승했다. 멕시코 페소화와 한국 원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도 이 기간 5%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이제 경고도 나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번 주 보고서에서 "신흥국에서 파괴적인 자본 유출 위험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상대적 경제 전망과 글로벌 위험 심리가 악화할 경우 많은 신흥 시장이 자본 유출 위험에 직면할 수 있으며, 이는 통화 평가절하 압력과 자금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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