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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못볼지도] 뜨거워진 바다, 해파리 떼가 몰려온다

기사입력 2025-06-07 10:09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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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급증한 해파리, 어업인 생계와 피서객 안전 '위협'

그물망 설치·포획 작전 나선 지자체…"출몰 예측 모델 개발해야"

[※ 편집자 주 = 기후 온난화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습니다. 농산물과 수산물 지도가 변하고 있고, 해수면 상승으로 해수욕장은 문 닫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역대급 장마와 가뭄이 반복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기도 합니다. '꽃 없는 꽃 축제', '얼음 없는 얼음 축제'라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생겨납니다. 이대로면 지금은 당연시하고 있는 것들이 미래에는 사라져 못 볼지도 모릅니다. 연합뉴스는 기후변화로 인한 격변의 현장을 최일선에서 살펴보고, 극복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매주 송고합니다.]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한여름이면 시원한 파도를 즐기려는 인파로 가득한 부산 바닷가.

그런데 최근 이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즐거움으로 가득해야 할 해변에 해파리 떼가 출몰하면서 피서객들의 표정엔 긴장감이 가득하다.

기후 변화를 비롯한 다양한 해양 환경 변화로 해파리 개체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무더위로 예년보다 열흘가량 앞당겨 오는 21일 정식 개장하는 부산의 해수욕장은 물론 어획 활동으로 생계를 꾸리는 어업인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부산 앞바다 급습에 어업인·피서객 '한숨'

"그물로 광어 등을 잡는 선장들이 생선보다 해파리가 더 많이 잡힌다며 하소연합니다."

송정어촌계 간사 박병수 선장은 수년 전부터 부산 앞바다를 잠식한 해파리 떼의 심각성을 호소했다.

박 선장은 "해파리가 걸려 그물이 찢어지면서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며 "어업인들뿐 아니라 물놀이 구역까지 이동하는 해파리가 늘어나면서 피서객의 안전도 위협한다"고 7일 말했다.

이어 "작년에 해파리를 포획할 때 유난히 양이 많았는데 올해 더 더운 날씨로 해파리가 많아질까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초여름 날씨에 접어들면서 바다에는 벌써 해파리들이 넘실거리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4일 올해 처음으로 해파리 대량 발생 위기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부산과 경남 등 남해안에 ㏊당 300마리 이상의 보름달물해파리가 발견되면서 예비주의보 특보가 발표된 것이다.

올해는 2∼3월 저수온 현상으로 해파리 발생 시기가 작년보다 2주 이상 늦어졌지만, 수온이 상승하고 먹이량이 풍부해지면 성체가 대규모로 출현할 수 있다고 수과원은 예측했다.

해파리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하면서 쏘임 사고도 증가세를 보인다.

지난해 1∼9월 해수욕장 해파리 쏘임 사고는 총 4천224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한 해 동안 발생한 해파리 쏘임 사고 753건의 약 5.6배이며, 2021년(2천434건)과 비교해도 약 1.73배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부산이 1천31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북(977건), 강원(618건), 제주(610건), 경남(441건) 순이다.

최근 3년간 부산 주요 해수욕장의 쏘임 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2022년 278건, 2023년 444건, 지난해 853건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독성이 강한 노무라입깃해파리가 2015년 이후 최대 출현량을 보였다.

최대 길이가 2m에 달하는 노무라입깃해파리는 한 번 쏘이면 부종과 발열, 근육 마비, 호흡 곤란, 쇼크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 기후변화가 부른 해파리 떼

최근 해파리 개체 수가 급증한 데에는 인공 구조물 증가로 인한 서식지 확대, 천적 감소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기후변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따뜻한 바다를 선호하는 해파리에게 지구온난화로 데워진 수온은 더없이 좋은 서식 환경이 됐다.

특히 우리나라 해역은 유독 수온 상승이 가파른 편이다.

1968∼2023년 56년간 전 지구 표층 수온이 0.7도 오르는 사이 우리나라 해역의 표층 수온은 1.44도 상승했다.

올해도 우리 바다의 표층 수온은 평년과 비교해 1도가량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해파리가 먹을 수 있는 먹이가 풍부하게 공급되면서 해파리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지난해의 경우 중국 남부 해역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양쯔강에서 바다로 영양물질이 많이 흘러 들어갔다.

그러면서 동중국해에서 번식하는 해파리의 생육 조건이 좋아지자 해파리가 대량 발생했고 이후 우리나라로 유입됐다.

이외에도 바닷속 인공 구조물이 증가하면서 해파리의 유생인 '폴립'이 서식할 만한 장소가 늘어난 점 역시 해파리 개체 수의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

김경연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는 "폴립이 많은 상태에서 먹이가 풍부하고 적정 수온이 조성되는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해파리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까지 조사한 결과 올해도 해파리 개체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해파리 공습을 막아라"…그물망 설치하고 연구 개발 활발

바닷속 떠다니는 해파리를 막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다.

부산 기초 지자체들은 당장 올여름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해파리 출몰에 대비하고 나섰다.

광안리 해수욕장과 해운대·송정 해수욕장을 둔 수영구와 해운대구는 해파리 유입 차단용 그물망을 설치한다.

수영구는 해변에서 약 100m 떨어진 수상 구역에 해파리 유입 경로를 차단해 안전한 물놀이 환경을 확보한다.

이른 폭염 예고에 개장 시기를 앞당긴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퇴치선 1척이 배치되며, 송정 해수욕장에는 3∼5척을 투입할 계획이다.

송도 해수욕장 역시 다음 달부터 어촌계 선박을 동원해 해파리 제거 작업에 나선다.

해파리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연구기관들은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응 시간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해파리 발생 규모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면, 본격적인 수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관련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외래종인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중국에서 해류를 따라 밀려오는 만큼 해외 연구기관과의 교류도 중요하다.

김경연 연구사는 "중국의 해양 환경을 우리나라에서 알기 어려울뿐더러 현지에서는 해당 해파리를 식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개체 수가 늘어나는 것을 문제라고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해파리가 복합적인 요인으로 생기는 만큼 관련된 조사와 연구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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