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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폭 정부조직 개편 쉽지 않을 듯…대통령실 내 '통상수석' 컨트롤타워 가능성도
산업·통상·에너지 분야를 총괄하는 산업부는 그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직 개편 논쟁의 중심에 서 왔다. 정권별 국정 철학과 운영 기조에 따라 부처 간 핵심 기능 재편이 반복돼 온 탓이다.
통상교섭 기능의 경우 김대중 정부 때 외교부로 이관돼 '외교통상부' 체제로 운영됐다가, 박근혜 정부 출범을 계기로 다시 산업부로 돌아왔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 개편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통상 기능을 놓고 외교부는 '이관'을, 산업부는 '현행 유지' 입장을 고수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정책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로서 기후에너지부를 새로 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사전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기후 위기에 따른 에너지·산업 전환 문제는 환경 에너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환경은 규제 중심으로, 에너지는 산업 지원 중심으로 가다 보니 (정책이) 충돌한다"며 기후에너지부 신설 필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산업부가 맡고 있는 에너지 정책과 환경부의 기후 관련 분야를 통합한 새로운 정부 부처를 출범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후에너지부가 출범하면 이 대통령의 에너지 분야 핵심 공약인 '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과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실현' 정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산업부 내 통상교섭본부의 개편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통상교섭본부는 탄핵정국으로 인한 대통령실 외교 공백 속에서도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을 전면에서 담당해왔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자·다자 협상뿐 아니라 수출입, 외국인 투자, 무역안보 정책까지 총괄하고 있다.
정치권과 관가 일각에서는 이러한 통상 기능을 산업부에서 분리해 독립적인 위상을 가진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조치와 미중 갈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통상 정책의 위상과 전략적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공약으로 기정사실화된 기후에너지부 신설 외에 산업부 내 통상 기능까지 손댈 경우, 정부조직 개편의 폭이 지나치게 커져 국정 초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통상 조직을 산업부에서 떼어내는 방안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정치권과 관가 안팎에서는 대통령실 내 '통상수석비서관'(가칭)을 새로 만들어 범정부 차원의 정책 조정 기능을 맡기는 방식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을 통해 경제안보 총괄 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를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경제 흐름을 고려할 때, 산업과 통상 정책을 분리하기보다는 통합적으로 수립·집행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
보호무역주의, 경제안보, 공급망 재편 등이 글로벌 경제 이슈로 부상하면서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전략적 대응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 2기의 자동차, 철강 등 품목 관세 및 상호관세, 반도체 수출통제 사례 등을 보면 국내 산업과 경제안보 정책을 통합해 대응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상 전문가는 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미국의 경우 대중 수출통제, 보조금 등 경제안보 이슈가 부상하면서 이런 분야를 담당하는 상무부와 통상·관세를 담당하는 무역대표부(USTR) 간의 연계·조율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런 최신 트렌드 속에 한국도 산업부가 산업·통상 정책을 담당하되, 대통령실이 경제 안보 전반을 총괄하는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is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