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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폭설에 나무 윗부분의 기둥과 가지가 뚝 부러진 아름드리 소나무 설해목에 지난 5월 초 오딱이 부부가 명당의 위치에 구멍을 뚫고 둥지를 지었다.
그렇게 둥지를 다 만들고 암수가 일정한 시간에 맞춰 교대하며 알 품기에 들어갔다고 생각할 즈음에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진 것.
붉은부리찌르레기 2∼3마리가 나타나 오색딱따구리 둥지를 빼앗았고 이 설해목 둥지는 다시 쇠찌르레기가 차지했다.
5월 초순 설해목 명당을 빼앗긴 집짓기 명수 오딱이 부부는 이 곳에서 10여m 떨어진 오래된 소나무에 새 구멍을 파 둥지를 틀고 부지런히 드나드는 모습이 관찰됐다.
시간이 20여일 흘러 오딱이 새끼가 나올 시기로 추정되는 5월 하순 이곳 둥지에서 눈을 의심할 만한 놀라운 일이 관찰됐다.
오딱이 부부는 보이지 않고 붉은부리찌르레기가 연신 드나드는 모습이 보였다.
오딱이는 알을 품는 기간이 보름 안팎이며 새끼는 부화한 지 20일 안팎에 둥지를 떠난다.
이처럼 4∼6개의 알을 낳고 둥지를 떠나는 기간이 35일 안팎이지만 이곳 오딱이 부부는 정상적인 기간에서 10일가량 부족하다.
오딱이가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은 뒤 부화해 이소하는 기간을 고려할 때 중간에 둥지를 빼앗긴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주변 숲을 유심히 살폈으나 붉은부리찌르레기 무리만 많이 눈에 띌 뿐 오딱이 부부는 찾을 수 없었다.
특유의 나무 쪼는 소리도 '키욧 키욧'하는 경계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예정보다 빨리 새끼를 키워 이소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번 봄 오딱이 부부를 비롯해 꼬마물떼새 등 알을 낳고 부화하지 못해 실패하는 사례가 유난히 눈에 띈다.
오딱이 부부는 어디로 갔을까?
yoo21@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