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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실용외교 기조로 대일외교 일관성 강조…'제3자 변제' 해법도 유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한일관계 관리 의지를 보이고 있고, 일본 정부도 적극적으로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일본을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규정한 이 대통령은 과거사와 경제·안보·문화 등 미래지향적 협력은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통령이 과거 보수 정권의 대(對)일 외교를 비판해온 터라 집권 시 한일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었지만 취임 초기 양국 관계는 일단 순조로운 분위기다.
이 대통령이 지난 9일 미국에 이어 일본 정상과 두 번째로 통화하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오는 19일 주일한국대사관이 도쿄에서 주최하는 한일 수교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을 적극 검토한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특히 북핵위협과 미중경쟁,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일방주의 정책이 심화하는 국제정세를 고려하면 도전 과제가 겹치는 양국이 협력하는 게 상호 국익에 부합하는 측면도 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한일이 공유하는 전략적 이익이 워낙 크기 때문에 (관계를) 더 악화시킬 이유가 양쪽이 별로 없다"며 "서로 간 이해와 이익이 공유되고 전략적 소통을 해야 하는 관계이기에 원심력보다는 구심력이 한일관계에서 강하게 작동하는 세팅"이라고 봤다.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계기로 도약한 한미일 공조 체제도 '대북 공조' 등 공통 분모를 고리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취임 선서식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겠다고 공언했고, 한일 정상은 첫 통화에서 한미일 공조의 틀을 재확인했다.
한일 정상은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처음 만나면 이런 기조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과거 한일 합의와 정책의 일관성을 존중한다고 밝힌 만큼 과거사 문제 대응에서도 급격한 입장 전환을 꾀하진 않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한일관계 회복의 계기가 됐던 강제징용 '제3자 변제' 해법도 계속 이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관계는 2018년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문제에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악화 일로를 걷다가, 2023년 윤석열 정부가 민간 기여를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자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회복의 물꼬를 텄다.
다만 한일관계가 오랜 세월 역사 문제로 부침을 반복해온 만큼 민감한 현안이 발생할 경우 다시 긴장 상태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일은 이미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인 사도광산의 추도식 문제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일본 측의 성의 부족으로 파행된 추도식은 일본 정부 약속에 따라 매년 진행되는 것이어서 올해 하반기에도 한일관계에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일본은 다른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아시오 광산과 구로베 댐에 대해서도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양국에 인접한 대륙붕 남부 구역 공동개발에 관한 협정'(JDZ 협정)의 이행에 소극적인 일본이 오는 22일부터 일방적으로 '3년 뒤 협정종료'를 통보할 수 있다는 점도 한일관계에 부담을 주는 사안이다.
역사 왜곡으로 비판받는 일본 교과서나 독도 영유권 부당 주장, 유력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공물 봉납도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갈등 요소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갈등 현안이 발생하더라도 이재명 정부가 대일 정책을 급격히 전환할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원덕 교수는 "폭발성이 강한 사안이 새로운 쟁점으로 등장할 가능성은 작고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현 정부가) 초기 태도에서 돌변해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아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시바 총리도 역사 인식에 전향적 태도를 갖고 있고 한일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 기조를 전환할 만한 큰 돌발 사태가 일본발로 벌어질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예상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가면서 (대일 외교 기조가) 극과 극으로 바뀌었고, 다시 좌회전하기엔 부담이 크다"면서도 "(일본 내) 역사 문제가 발생하면 되돌아가지 않겠냐고 보는 시선도 있다"고 말했다.
역사문제가 한일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고 양국 모두 국내 여론을 외면하기 어려운 만큼 냉철하게 국익을 따져보고 자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리라는 지적이다.
kit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