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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IRA`가 배터리 구원투수되려면…"투자 규모도 고려해야"

기사입력 2025-06-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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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이후,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위기에 빠진 한국 배터리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세액공제 직접 환급제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향후 도입될 직접 환급제가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려면 세액 공제시 국내 투자 규모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직접 환급제는 기업이 투자한 금액에 대해 세액 공제액을 현금으로 '직접' 지원하는 제도로 국가전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다.

직접 환급제 도입을 바라는 업계 중 하나가 바로 배터리 업계다. 현재는 조세특례제한법상 반도체·배터리 등에 대한 시설 투자는 15%의 세액공제가 가능하지만, 흑자 기업에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형태여서 대상이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국내 배터리 3사와 소재 업체들은 세액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직접 환급제가 도입될 경우 전기차 캐즘 장기화와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확장 등 '삼중고'를 겪는 배터리 산업의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직접 환급제가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려면 세액공제의 기준이 단순히 국내 생산·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투자도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의 특성상 국내 업체는 한국을 연구개발(R&D) 중심으로, 해외를 생산거점으로 각각 운영하고 있다"며 "현재 어려움을 겪는 배터리 업체에 든든한 지원군이 되려면 국내 투자 규모까지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배터리 산업은 가격 경쟁력과 적기 공급을 위해 고객사의 생산 공장과 수요지 내에 생산 공장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도체와 달리 배터리는 무겁고 부피가 큰 데다 화학물질이 대량 포함돼 원거리 운송이 까다롭고 통관 절차도 복잡하다.

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 유럽, 중국 등 지역별로 생산 거점 공장을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해외 현지 생산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정책 수혜의 대상을 국내 생산·판매로 제한한다면 기업이 실제 체감하는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배터리 산업 특성상 국내 생산을 대폭 늘리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배터리 판매의 상당수는 전기차용 배터리로 주요 배터리 기업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는 유럽, 중국, 북미 등에 비해 내수시장 규모가 작고,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도 사실상 현대차·기아로 제한적이다.

배터리 소재 업체의 사정도 비슷하다.

배터리 기업들이 해외에 생산기지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소재 업체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안정적인 현지 생산망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을 하더라도 대부분을 배터리 생산 공장이 있는 해외로 수출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세액공제 직접 환급 기준에 국내 생산·판매 외에 투자까지 더해져야 정부의 지원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배터리 3사의 R&D 비용은 2024년 2조6천628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만 7천42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기차 캐즘 등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한 가운데 미래를 위한 투자는 확대하는 모습이다. 국내에 전세계 생산공장의 기술 허브인 '마더 팩토리'를 구축하기 위한 시설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했지만 이에 대한 직접적인 혜택은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중국 등 경쟁국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배터리 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앞서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를 직접 환급과 제3자 양도 방식까지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여당 내부에서도 '투자' 중심의 직접 환급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IRA가 친환경 에너지 분야도 업종을 한정해 지원하는 것처럼 지원 산업군을 제한하거나 현재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핀셋 지원'하는 등의 선별적인 기준을 마련해 재정적인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배터리 수요가 한정적인 상황에서 R&D 및 시설 투자를 더 촉진하는 것이 국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고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할 것" 이라며 "투자에 대한 과감한 지원을 통해 국내 배터리 3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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