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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적어도 군(軍)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여야 정치인들은 자기들의 정치적 계산에 집중하는 사람들이어서 정확한 사실을 말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상대적으로 비(非)정치적인 군은 다르다고 본다.
그동안 연합뉴스의 [삶] 인터뷰이들 상당수는 한국의 안보 능력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 인터뷰이는 북한의 종합 군사력은 한국의 100배, 1천배 이상이라고 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군이 자랑하는 현무 미사일은 1천기는 있어야 북한의 핵무기 1기의 위력을 갖춘다고도 했다. 한국이 가진 재래식 무기는 아무리 뛰어나도 북한의 핵무기에 비해서는 '물총'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군은 이런 견해가 사실과 다른지, 한국은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되는지 설명해야 한다.
이란은 페르시아 제국의 후손이면서 중동의 리더 국(國)이었다. 이 나라 지도자들은 평소에 자국의 군사력에 대해 호언장담했는데, 이번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방어 능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스라엘이 궁지에 몰리면 전술핵 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이란 같은 나라가 아닌지 국민은 걱정한다.
물론 한국은 위기 시에 우방국이 도와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지만 국제사회에서 다른 나라와 친한 관계를 맺어놓기만 하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우방국이 결정적 시점에 도움을 주지 않고 외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모든 나라는 자국 이익 실현에 집중하므로 이는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북한이 동족인 남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없다고 믿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국내외 정세변화와 자국 사정 등에 따라 남한 공격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한국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스스로 방어할 능력을 갖지 못하면 궁극적으로 전쟁 위험에 직면하게 되고,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정치인들보다는 백성들이 먼저 죽는다. 경제력을 가진 사람들보다는 돈 없는 서민들이 수난을 겪는다.
한국의 역사가 이미 입증한 사실이다.
◇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삶] "한국은 물총 갖고 나라 지키겠다고 한다"(2025년 5월16일 송고)
--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 전 세계에서 전쟁위험이 상당히 높은 몇 개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다. 대만도 마찬가지다.
-- 전쟁이 일어나면 대만과 한국은 나라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게 무슨 이야기인가.
▲ 대만은 중국에, 한국은 북한에 병합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북한이 조만간 한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심한 과장이다. 그러나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전술핵 발전 때문에, 얼마 전까지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이런 위험이 최근에 많이 높아졌다.
-- 한국은 전쟁에서 패배하고 북한에 흡수된다고 했는데.
▲ 남북한 갈등이 폭발하면 북한은 먼저 미국이 참전하지 못하도록 협박할 것이다.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면 ICBM을 미국의 워싱턴,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등에 떨어트린다고 할 것이다. 이러면 미국이 한국을 돕기가 쉽지 않다. 미국 지원이 없다면 핵무기가 없는 남한은 패전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가진 재래식 무기는 아무리 뛰어나도 북한의 핵무기에 비하면 물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장기적으로 보면 남한의 핵무장은 가능성이 매우 높고, 거의 불가피한 것처럼 보인다. 핵무기는 한국의 장기적 생존에 있어서 필요 조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 단계에서는 쉽지 않다. 미국이 묵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이 얼마 전에 한국을 '민감 국가'로 분류한 것은 남한의 핵 개발에 반대한다는 신호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 미국이 묵인하지 않는 이유는.
▲ 핵확산은 자국의 위상을 낮추기 때문이다. 미국은 합법적 핵 보유 5개국 중 하나다. 이들은 핵확산이 자국들에 대한 장기적 위협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남한 핵을 인정하면 일본, 대만, 베트남, 미얀마, 이라크, 사우디 등으로 핵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니 미국이 남한의 핵무기를 용인하기가 어렵다.
-- 미국은 북한 핵을 막지도 못하면서 남한 핵은 안된다는 것인가.
▲ 한국 사람들은 순진한 듯하다. 우리가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강대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그 판단 기준은 자국 이익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 생존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한국 사람들은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국제사회에서는 국가들이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미국은 남한의 핵 개발이 자국에 대한 도전인지, 아니면 자국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만 판단하고 행동할 것이다.
◇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삶] "남한 대 북한 종합군사력은 1 대 100…남한 완전 열세"(2024년 12월26일 송고)
-- 재래식 무기에서는 남한이 북한을 압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 각국의 군사력을 측정하는 비정부 기구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북한 재래식 무기 군사력은 세계 36위로, 작년의 34위보다 2단계 낮아졌다. 한국은 6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1위는 미국이고 러시아, 중국, 인도가 2∼4위를 차지했다. 영국은 6위, 일본과 프랑스는 공동 11위, 독일은 19위다. 주의해야 할 것은 재래식 무기만으로 군사력을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핵무기 능력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핵무기 강국으로는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이 있고 그다음으로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있다. 재래식과 핵무기를 합한 군사력으로는 북한이 세계에서 8∼9위 정도는 될 것으로 추정한다.
-- 북한의 종합군사력은 남한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가.
▲ 남한의 100배, 1000배 이상이라고 본다. 남한의 재래식 무기는 북한의 핵무기 앞에서는 무기라고 보기도 어렵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핵탄두 2개를 맞고는 곧바로 항복하지 않았는가. 남한이 자랑하는 현무 미사일은 1천기 정도는 있어야 북한의 전술핵무기 1기 정도의 위력을 갖는다. 한마디로 비교 불가다.
--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은 어느 정도로 추산하나.
▲ 현재 북한이 90∼100기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러시아가 5천800여기, 미국 5천200여기, 중국 400여기, 프랑스 290여기, 영국 220여기, 파키스탄 170여기, 인도 160여기, 이스라엘 90여기다. 북한은 2030년까지 200∼300기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영국, 프랑스와 맞먹는 수준이다. 싱크탱크들은 북한이 핵탄두 300∼500기를 목표로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관측한다. 미국 본토와 일본, 한국에 동시 발사하려면 그 정도의 핵탄두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 만약에 서울 상공에서 핵탄두가 터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 핵폭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누크맵(Nukemap)'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20kt의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이 서울시청 상공 800m에서 폭발하면 11만4천여명이 사망한다. 부상자까지 포함한 사상자는 53만4천여명이다.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용산구 대통령실(3.6㎞)이 포함된 반경 5.29㎞가 핵폭발의 직접적인 피해권에 들어간다.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반경 100m, 깊이 30m 정도 크기의 거대한 분화구도 생긴다. 직접적 피해권에 있는 사람의 시신은 아예 찾을 수 없다. 고열로 인해 모두 타버려서 흔적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 북한이 2017년에 실시했던 6차 핵실험에서는 100∼300㏏ 위력의 수소폭탄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100㏏ 폭탄이 서울에 떨어지면 어느 정도 피해가 예상되나.
▲ 누크맵에 따르면 서울시청 상공 100m에서 100㏏의 수소탄이 터지면 즉사자(즉각 사망자) 36만명을 포함해 20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서울시청 반경 590m 지역에 있는 광화문역, 을지로 입구 등은 강력한 열에 의해 증발하고 모든 생명체는 사라진다. 이어 발생하는 강한 폭풍에 의해 반경 1.16㎞ 안에 있는 경복궁역, 서대문역, 명동역 일대의 콘크리트 건물이 모두 붕괴된다. 이곳의 사람이 생존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 세계에서 한국이 핵폭탄 피격 위험성 1위라고 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나.
▲ 북한은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한국에 비해 절대적 열세다. 그래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국지전이 발생하면 북한은 패배를 수용하기보다 핵무기로 전세를 뒤집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
-- 우크라이나와 중동 국가들은 한국보다 핵폭탄 피격 위험도가 떨어진다는 것인가.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재래식 무기만으로도 우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도 다른 중동 국가들에 비해 재래식 무기에서 우위를 갖고 있어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크게 떨어진다. 북한은 다르다. 재래식 무기에서 한국에 비해 절대적 열세이기 때문이다.
-- 스위스는 최근에 핵미사일 대피 훈련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한국도 핵무기에 대한 안전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가.
▲ 당연히 해야 한다. 북한은 여섯 차례 핵실험을 했고, 전술핵무기도 갖고 있다. 핵무기로 한국을 공격하는 연습도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북한의 핵 공격 상황이 닥치면 국민들이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나 훈련을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안보 불감증이 심각하다.
◇ '인간시장' 작가 김홍신
[삶] '인간시장' 김홍신 "南北 100년이면 타 민족처럼 돼 통일어렵다"(2024년 7월16일 송고)
-- 남북한 간의 비극이 사라지려면 빨리 통일돼야 하는데.
▲ 통일은 가능하면 빨리 와야 한다. 민족이 갈라진 상태에서 100년이 넘으면 민족의 정기가 달라지고 식생활, 문화도 바뀐다. 언어도 변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통일은 더욱 어려워진다. 물론 역사적으로 보면 한 민족이 100년 이상 갈라져 있다가 통일이 되는 일이 없지는 않지만, 옛날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통일을 이루려면 정치인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버리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통일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 한국 주변의 나라들이 남북통일을 원할까,
▲ 현재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 모두가 남북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본다. 통일 한국이 자신들의 안보 전략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일이 되려면 국제 정세가 변해야 하고, 북한 주민들도 바뀌어야 한다.
-- 경제력도 통일에 중요한 변수인가.
▲ 지금도 남한과 북한의 경제력 차이가 크다. 한국이 90이라면 북한은 10도 안 될 것이다. 핵을 제외한 무기 체계는 99대 1로 북한이 열세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훨씬 강한 경제 대국이 된다면 통일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고 본다. 경제 대국이 되면 우리가 북한을 도울 수 있고, 외교 강대국이 될 수 있기에 국제사회에서 협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keunyoun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