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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말저런글] 평화가 전부는 아니지만…브란트 어록이 주는 영감

기사입력 2025-06-26 07:57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제공]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제공]


1969년부터 1974년까지 옛 서독 연방정부를 이끈 빌리 브란트 전 총리의 말말말은 남북 관계 개선과 평화공존, 그리고 통일 문제에 영감을 줍니다. 동·서독 분단 시절 구동독과 평화공존을 추구한 그의 동방정책 때문입니다. 동독을 분명한 실체로 인정하고 동·서독 관계를 화해와 포용의 기조로 돌린 이 정책은 장기적으로 독일 통일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가 많은 편입니다.

"독일 땅에는 두 국가가 있지만 둘은 서로가 서로에 외국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둘의 관계는 오직 특수한 형태(방도)로만 서로 다룰 수 있습니다.(또는 존재할 수 있습니다.)" 헌법 조문을 따르면 북한 땅도 우리 거라는 생각, 나아가 언젠가는 북한 체제가 무너질 거라는 관념에 매달려 북한을 별도의 실체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평화롭게 공존하기보다 적대하며 대결로 일방통행하는 어리석음과 결별해야 합니다. 1969년 10월 28일 첫 번째 취임 연설에서 브란트가 하는 이 조언은 남북 관계를 대하는 기초입니다.

동방정책 책사 에곤 바와 함께 브란트는 다른 정책 표어로 관계 개선을 위한 방법론도 귀띔합니다. 작은 (발)걸음 정책입니다. 숱한 요란한 말보다 하나의 작은 실천이 소중합니다. 접근을 통한 변화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옛 서독의 집권 세력이 바뀌어도 동·서독의 소통 채널은 끊기지 않았습니다. 교류도 지속되었습니다. 어떤 시기에라도 동독과 대화하는 이는 있어야 한다고 당대 보수 정파 인사들조차 인정했다고 합니다. 인상적입니다.

1981년 11월 3일 한 연설에서 브란트는 평화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평화가 전부는 아닙니다. 그러나 평화 없이는 그 어떠한 것도 불가능합니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로마 시대 「군사학 논고」의 격언도 힘을 키워서 평화를 지키라는 뜻으로 읽고 싶습니다. 평화는 전부는 아니지만 전부의 토대입니다. 평화는 곧 밥입니다.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하려고 합니다"라는 게 브란트의 취임 일성이었습니다. 이 선언까지도 지금 여기 한국 상황에 들어맞네요.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브란트 집권기 한국의 통일부 명칭에 해당하는 전독부가 동·서독관계부를 뜻하는 내독부로 바뀐 예를 들어 통일부 개칭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일단 평화를 정착하는 것이 5천만 국민의 지상명령이고 지상과제"라고 말하면서요. 브란트가 환생하여 힘을 보태는 상상을 해봅니다. "평화가 전부는 아닙니다. 그러나 평화 없이는 그 어떠한 것도 불가능합니다."라고 말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원어 소개 포함)

1. 동방정책: Ostpolitik

2. 독일 땅에는 두 국가가 있지만 둘은 서로가 서로에 외국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둘의 관계는 오직 특수한 형태(방도)로만 서로 다룰 수 있습니다.(또는 존재할 수 있습니다.): Auch wenn zwei Staaten in Deutschland existieren, sind sie doch fuereinander nicht Ausland; ihre Beziehungen zueinander koennen nur von besonderer Art sein.

3. 작은 (발)걸음 정책: die Politik der kleinen Schritte

4. 접근을 통한 변화: Wandel durch Annaeherung

5. 평화가 전부는 아닙니다. 그러나 평화 없이는 그 어떠한 것도 불가능합니다.: Der Frieden ist nicht alles, aber alles ist ohne den Frieden nichts.

6.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하려고 합니다.: Wir wollen mehr Demokratie wagen.

7. 전독부(전체독일문제부): Bundesministerium fuer gesamtdeutsche Fragen / 내독부(내부독일관계부, 즉 동서독관계부): Bundesministerium fuer innerdeutsche Beziehungen

8. 빌리 브란트 어록 - https://willy-brandt.de/willy-brandt/reden-zitate-und-stimmen/zitate/

9.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 https://law.go.kr/법령/대한민국헌법

10. 연합뉴스 기사, 정동영 "평화가 지상명령…통일부 명칭 변경 적극 검토 필요"(송고 2025-06-24 16:43) - https://www.yna.co.kr/view/AKR20250624138400504

11. 연합뉴스 기사, 93세 일기로 생 마감한 '브란트의 키신저' 에곤 바(종합)(송고 2015-08-20 21:05) - https://www.yna.co.kr/view/AKR20150820160051082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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