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李재판엔 "신속재판 가치 택한 판단 존중" vs "재판도 의견표명 가능"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오전 10시 온라인 원격회의 방식으로 임시회의를 열어 5개 의안을 논의하고 표결을 진행했으나 어느 안도 의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임시회의는 법관대표 전체 126명 가운데 90명이 참석해 2시간가량 진행됐다.
회의에선 공정한 재판과 사법부의 신뢰, 재판독립 침해 우려 등에 대해 7개 안건이 제시됐고 중복된 안건에 대한 수정을 거쳐 5개 의안이 표결에 부쳐졌다.
회의에선 법관대표회의 명의로 의견을 낼지와 관련해 "아무런 의견 표명이 없다면 사법부가 어떤 책임도 인식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줄 우려가 있다"는 찬성 의견과 "대의제 기구인 법관대표회의 명의의 집단적 의견 표명은 부적절하고 의결 내용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이 가운데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재판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사법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에 대해 엄중히 인식한다'는 안건은 참석 법관 대표 90명 가운데 찬성 29명, 반대 56명으로 부결됐다.
다수 견해인 반대 의견을 낸 참석자들은 "개별적 비판은 가능하더라도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의견 표명은 부적절하고, 신속한 재판과 외관의 공정성이라는 가치 중 어느 한 가지를 택한 법관의 판단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소수인 찬성 측은 판결 내용 자체가 아닌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 또는 그로 인해 사법 신뢰에 미친 영향에 대한 것이고, 재판사항이라도 의견 표명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 없다는 점 등을 주장했다.
또 '판결에 대한 비판을 넘어 판결한 법관에 대한 특검, 탄핵, 청문절차 등을 진행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임을 천명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는 안건은 90명 중 찬성 16명, 반대 67명으로 부결됐다.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가 이 시기 법관 독립에 대한 중대한 위협 요소임을 인식한다거나 자유민주국가에서 재판 독립은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할 가치임을 확인한다는 안건도 반대표가 찬성표를 압도해 부결됐다.
재판 독립 의견 표명과 관련해서는 "사법신뢰 훼손에 대한 의견 표명 없이 재판(법관) 독립에 대한 의견 표명만 하는 것은 재판의 독립만을 절대적 가치로 여기고 사법부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국민의 감시를 차단하겠다는 인식을 줄 우려가 있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법관 탄핵 등이 헌법상 가능한 조치인데 이를 두고 '사법권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을 표명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법관대표회의가 향후 관련 분과위원회를 통해 제도개선안에 대한 연구와 논의를 하기로 한다는 안건도 90명 중 찬성 26명, 반대 57명으로 부결됐다.
이번 임시회의는 지난달 1일 이 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판결의 공정성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자 한 법관대표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26일 열린 임시회의에서 안건을 논의했으나 대선(6월 3일)을 앞두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입장 채택 없이 선거 이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임시회의는 소집 요구를 위한 투표 마감 시한을 다음 날 오전까지 한 차례 연장하는 과정 끝에 정족수(26표)를 채우는 등 개최 과정에서 진통도 겪었다. 임시회 소집에 반대하는 의견도 70표 가까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작 전에 법조계 일각에선 대선 이후 이 대통령의 선거법 파기환송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가 이미 헌법 84조를 들어 심리를 중단했고, 사법부와 대법원장을 향한 민주당 측 사법개혁 추진 움직임이 다소 속도를 늦춘 상황에서 법관대표들이 별다른 결론을 내지 않고 회의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이날 회의에선 재판제도 분과위원회와 법관인사제도 분과위원회를 구성했다. 해당 분과의 소관 사항에 대해서는 각 분과위에서 자체적으로 후속 논의한 뒤 오는 12월 하반기 정기회의에서 사법행정 및 법관 독립에 관한 사항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하는 법관대표회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already@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