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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삼킨 '불의 기운'…폭염사망 속출에 산불·가뭄까지 확산

기사입력 2025-07-04 13:03

공중보건 위험수위…그리스 이어 독일·스페인 산불 비상

동유럽 가뭄에 농작물 타들어가…배후에 기후변화 심화 의심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유럽 전역을 뒤덮은 무더위가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서유럽에 이어 동유럽 발칸 국가들에까지 세력을 뻗치면서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고온 건조한 바람을 타고 확산하는 산불과 사투를 벌이는 국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3일(현지시간) 가디언, 로이터,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달부터 시작된 초여름 폭염으로 인해 유럽 전역에서 최소 9명이 더위로 숨졌다.

낮 기온이 최고 40도를 넘나든 프랑스에서는 최소 3명이 숨졌으며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도 열사병으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속출됐다.

지난 몇 주간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에 집중됐던 폭염 피해는 이제 유럽 전체로 세를 넓히는 모양새다.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40도를 넘나들던 최악의 더위는 이날 다소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36도를 기록하는 등 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이날 오스트리아와 크로아티아,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에도 모두 30도를 훌쩍 넘는 더운 날씨가 예보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몇 주간 서유럽 국가들을 신음하게 한 폭염의 정점이 이제 중부 및 동남부 유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스트리아와 세르비아 일부 지역은 최고 기온이 36도에서 최대 38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으며, 알바니아 등 발칸 국가들은 무더위와 함께 극심한 가뭄이 찾아왔다.

이날 AP 통신에 따르면 세르비아 기상청은 '극심한 가뭄'이 농작물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강과 호수의 수위도 낮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르비아 전역의 소도시와 마을들 또한 식수 제한 조치를 겪고 있다.

같은 발칸 국가인 알바니아 중부 지역의 기온은 이날 40도를 기록했으며, 9월까지도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 최악의 가뭄이 예보돼 지역 농가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무더위와 함께 거센 산불도 곳곳에 확산하고 있다.

지난 달 키오스섬에서 한차례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던 그리스에서는 최근 유명 관광지인 크레타섬에 또 다시 산불이 발생해 주민과 관광객 약 5천명이 대피했다.

지난 2일 크레타섬 동남부 이에라페트라의 산림지대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지고 있으며, 다급하게 대피하던 주민들이 바다로 뛰어들어 어부와 잠수부들에 의해 구조되는 일도 벌어졌다.

3일 오후에는 그리스 수도 아테네 교외 피케르미 지역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최소 3개 지역 주민들이 대피하고 소방관 100명 이상이 동원돼 진화에 나섰다.

아테네 국제 공항과 인접한 이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근은 짙은 연기로 뒤덮였으며, 도심과 피케르미 지역을 잇는 도로에는 극심한 교통 체증이 이어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리스를 비롯한 지중해 연안 국가들은 덥고 건조한 여름철에 건조한 강풍이 자주 불어 산불이 흔하게 발생하는 '산불 위험지대'로 분류된다.

로이터는 이러한 산불은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벌어진 기후 변화로 인해 더욱 위험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 당국은 가장 더운 달인 7월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 산불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독일 동부 지역에도 대형 산불이 사흘째 확산하고 있으며, 스페인 북동부 지역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카탈루냐주 예이다에서 최소 2명이 숨졌다.

로이터는 올해 유럽의 폭염이 예년보다 훨씬 일찍 찾아오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평년보다 최대 10도까지 더 올랐다고 전했다.

이러한 초여름 폭염의 원인으로는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육지에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열돔'(heat dome) 현상이 꼽힌다.

블룸버그는 1980년대 이후 기후변화로 인해 유럽에서는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목했다.

기후변화에 따라 극단적 기상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유럽의 여름은 점점 더 자주, 강하게 찾아오는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짚었다.

최근 알리안츠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6월 중순까지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 32도가 넘는 날은 40일 넘게 이어졌으며, 스페인에서는 50일 넘게 지속된 것으로 집계됐다.

wisefool@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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