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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감귤 열매 상품성이 떨어질까 봐 걱정이 큽니다."
지난 4일 제주 서귀포시의 농민은 감귤 농경지에 농업용 스프링클러로 물을 연신 뿌리며 걱정했다.
이달 파종을 앞둔 당근 재배 농민들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비가 온 직후나 충분히 물을 준 이후에 파종해야 발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 구좌읍 당근 재배 농민은 "이달 중순 이후부터 당근 파종에 들어가는데 비가 오지 않아 걱정"이라며 "충분히 농업용수를 댈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파종 후 그냥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구좌읍에서 당근 파종 이후 장기간 가뭄이 이어져 파종해도 발아가 안 되거나 새싹이 말라 죽는 피해가 발생했다.
콩의 경우에도 요즘 파종해 9월에 수확하지만, 최근 비가 적어 발아율이 떨어지고 생장 속도가 더딜 것으로 우려된다.
강수량이 적었던 마른장마가 보름만에 끝나고 밤낮으로 무더위가 이어지자 제주 농가들은 농작물 생육 부진을 우려하고 있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은 밭작물, 채소류, 감귤류 등의 생육 단계에 따른 맞춤형 관리 방안을 안내하고 농가 등을 대상으로 현장 지도에 나서고 있다.
기술원은 노지 밭작물에는 스프링클러나 분사 호스를 이용해 이른 아침과 해질녘에 물을 주고, 노지 감귤의 경우 착과량이 많거나 뿌리가 얕은 나무를 중심으로 물을 공급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여름철 급속히 밀도가 증가하는 볼록총채벌레를 막기 위해 토양 살충제를 사용하고, 시설하우스 재배 작물은 내부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환기를 철저히 하고 차광망이나 토양 피복자재를 이용해 토양 수분 증발을 줄이라고 당부한다.
제주시는 공공관정 468곳 및 급수탑 134곳 등 급수시설을 정비하고 읍면동별로 보유하고 있는 가뭄 대응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또 양수기 176대, 이동식 물탱크 451개 등을 농가에 대여하는 등 공용 물탱크 설치와 급수 지원에 나서고 있다.
허영길 제주도 농업기술원 농업재해대응팀장은 "장기적인 강수 부족과 고온 현상으로 작물 생육 저하가 우려되는 만큼 토양 수분 유지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 축산진흥원도 폭염 날씨가 지속됨에 따라 가축 관리 및 시설물 전반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축산진흥원은 축사 내 사육 중인 가축의 체감 온도를 낮추기 위해 개방형 축사의 창문(윈치커튼)을 열어주고, 환기팬 등을 이용해 축사 내 공기 흐름을 빠르게 유지하라고 강조했다. 또 그늘막 활용, 안개 분무 등의 활용을 권했다.
여름철 가축의 상한 임계온도(체온조절의 한계 온도) 27∼30도 이상 폭염이 지속되면 가축의 사료 섭취량 감소, 번식 장애, 체중감소 등이 발생하거나 심하면 폐사할 수 있다. 가축별 임계온도는 소·말·닭 30도 이상, 돼지 27도 이상이다.
제주 연안 바다에서는 고수온 예비특보(수온 25도)가 발효돼 제주도가 고수온 대응상황실을 가동하고 양식장 고수온 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koss@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