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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오래된 연구(2017년)이긴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의 온열질환 발병률이 내국인의 4배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2015년 기준 외국인 노동자 1만명 중 12명꼴로 온열질환이 발병한다면 한국인은 1만명에 3명꼴로 같은 질환에 걸렸다는 것이다. 한국 기후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공사장이나 논밭 등 야외 작업장에서 장시간 일하는 데다 폭염에 대한 정보 접근성도 떨어져 폭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처럼 폭염은 언제나 공평하지 않다. 어디서 일하고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사회적, 경제적 조건에 따라 영향의 크기가 좌우된다. 야외 노동자나 건설 현장 노동자, 농촌 이주노동자들이 느끼는 폭염은 분명 사무실 노동자들과는 다르다. 지하나 반지하 주택, 비닐하우스, 쪽방촌 등 열약한 주거 환경에서 지내는 경우 폭염에 더 크게 노출되기 마련이다.
올해 들어 폭염의 맹위가 무섭다. 8일 서울 최고 기온이 37.1도로 기상 관측 이래 7월 상순 기온으로는 최고치였다고 한다. 전국의 누적 온열질환자는 모두 977명(이달 7일 기준), 그중 사망자는 7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온열질환자는 2배로 증가했고, 지난해 3명이었던 사망자도 2배 이상 많다. 스스로 폭염을 감당하기 힘든 취약계층이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폭염은 복합적인 기후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 근본 요인 중 하나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꼽힌다. 이런 측면에서도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이유는 충분하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에너지도 덜 쓰고 환경 쓰레기도 덜 배출하는 등 사회적 재화 소비가 적다고 봐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그만큼 적게 한다는 의미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적게 미치면서도 그 피해는 온전히 더 받게 되는 계층을 방치한다면 그것이 공정하고 정의롭다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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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