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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생각해보면 금통위의 결정이 딜레마가 아닌 경우가 있었던가. 금통위는 상충하는 변수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를 살리려 금리를 내리면 물가나 가계부채가 걱정이고,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흔들릴까 우려된다. 이럴 때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오직 경제지표만을 보고 판단한다는 이른바 '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ent) 원칙을 내세운다. 정치적 고려 등 여타 요인을 일절 배제하고 오직 경제지표의 최신 수치만을 근거로 삼아 그 시점에서 최선의 결론을 도출한다는 뜻이다. 재정정책과의 상호 보완이나 조화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한국은행법상 한은의 최대 임무는 물가 안정이고 성장과 금융안정도 주요 책무다. 성장과 금융안정은 대개의 경우 서로 충돌하는데, 둘 중 어느 것이 중요한지 일률적으로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는 게 이창용 한은 총재의 설명이다. 상황에 따라 성장을 선택해야 할 수도, 금융안정에 무게를 둬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날이 갈수록 대내외 경제 여건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변적이고 불확실한 상황이니 상충하는 변수와 여건 속에서의 선택과 결정도 더욱 어려워져 간다.
hoonkim@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