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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감원` 부활 꿈꾸는 한은…"금융규제·단독검사권 달라"

기사입력 2025-07-13 08:3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은행이 새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기회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핵심 권한을 넘겨받으려고 물밑 타진 중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주요 금융 규제를 결정하고, 한은이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 단독 검사권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12일 한은 등에 따르면, 한은은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을 보유하고, 금융안정 관련 기구 내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의 금융안정 정책 체계 개편안을 국정기획위원회에 공식 전달했다.

한은은 국정위에 "한은에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의 이중 책무가 부여돼 있으나, 금리 이외에 금융 불안에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확보돼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은과 달리 주요국 중앙은행은 직접 거시건전성 정책을 수립·집행하고, 미시건전성 감독 권한을 보유하거나 금융안정 협의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 중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한은이 요구하는 권한은 크게 두 가지다.

현 체계에서는 금융위가 보유한 신용·자본·유동성 등의 규제 권한을 한은 금통위가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담보인정비율(LTV),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시스템리스크완충자본(SRB),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과 관련한 규제 결정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 간의 조화로운 운용을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을 한은에 부여해야 한다는 논리다.

두 번째는 금융기관 단독검사권을 한은이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금감원에 금융기관 검사와 공동 검사를 요구할 수만 있다.

금융 시스템에서 비은행 부문 비중이 커진 상황을 고려할 때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금융기관도 단독 검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환위기 전까지 한은 부속 기관이던 '은행감독원'을 사실상 부활시키면서 비은행 감독권을 추가해 과거보다 더 큰 권한을 갖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와 별도로 한은은 이창용 총재가 유관기관 간 금융안정 협의체 의장을 맡도록 해 협의체 내 한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래야 금융 경제 상황을 중립적으로 판단하고, 시스템 리스크를 전문적으로 식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 들어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등이 아직 선임되지 않은 시점에 기관 간 논의 틀에서 주도권을 갖겠다는 뜻을 편 셈이다.

호주에선 금융안정 협의체인 금융감독기구협의회(CFR) 의장을 중앙은행 총재가 수행하는 점을 비슷한 사례로 들었다.

한은은 더 나아가 현재 금융위 형태인 금융감독 의결기구에 유상대 한은 부총재를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이창용 총재가 추천하는 금융 전문가를 상임위원으로 추가해 한은과 감독기구 간의 정책 조율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창용 총재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거시건전성 정책을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 강력히 집행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하는데, 정부만으로는 안 된다며 "경기가 나빠지면 정책 강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한은이 거시건전성 정책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본인이 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공개 발언하지는 않았다.

hanjh@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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