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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순환기내과 정영훈 교수가 주도한 '2025년 동아시아인 대상 항혈소판제 치료 권고안'이 발표됐다.
◇동아시아인 특성 반영한 '동아시안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
정영훈 교수가 2012년 처음 제안한 '동아시안 패러독스'는 한국·일본·중국·대만 등 동아시아인의 심혈관 질환 치료에서 항혈전제 사용 시 혈전·출혈 발생 양상 및 약물 반응이 서구인과 다르다는 점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유럽·미국 기준의 항혈소판 치료 전략을 동아시아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할 경우 과도한 출혈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동아시아인을 위한 맞춤형 치료 전략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으며, 정 교수는 이를 뒷받침할 다양한 기전 연구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유럽·미국 기준 그대로 적용하면 출혈 위험 더 높을 수도
이번 권고안에서는 유럽 및 미국에서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표준 치료로 간주되는 P2Y12 억제제(티카그렐러 및 프라수그렐)를 동아시아 환자에게 감량 없이 장기간 사용할 경우, 허혈 예방 효과는 유사하지만 출혈 위험이 더 높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과 일본에서 수행된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실제로 티카그렐러는 클로피도그렐보다 출혈 발생률이 최대 2배 이상 높았으나, 허혈 예방 효과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이에 따라 권고안은 일반적인 경우 고강도 항혈소판 치료(표준용량 티카그렐러 및 프라수그렐)를 1~3개월로 제한하고, 이후에는 아스피린 중단, 용량 감량 또는 클로피도그렐로의 변경 등 단계적 감량요법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정영훈 교수는 "서구의 표준 치료법이 동아시아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출혈 위험에 대한 세심한 평가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 교수는 "ARC-HBR과 같은 기존 서구 중심의 출혈 위험 평가 도구가 동아시아인의 생리적·체격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권고안은 저체중(남성 55kg 이하, 여성 50kg 이하) 및 노쇠(frailty) 등을 포함한 보다 정교한 평가 기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기 단일요법, 아스피린보다 클로피도그렐 선호되어야
권고안은 '조기 이제요법 단계적 감량요법'을 강조했을 뿐 아니라, '조기 단일요법 전환' 전략을 같이 강조했다. 기존의 서구 권고안에서 강조되어 오던 아스피린 기반의 단일요법의 제한점을 강조했다. 이는 기존 서구 권고안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졌던 아스피린 기반 단일요법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취지다.
최근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활발히 진행된 여러 임상시험(HOST-EXAM, SMART-CHOICE 3, STOPDAPT-2, STOPDAPT-3) 결과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클로피도그렐을 단독으로 사용한 경우 아스피린 단일요법보다 출혈 위험은 증가하지 않았고, 허혈성 사건 발생은 유의하게 감소했다.
이에 따라 권고안은 대부분의 임상 상황에서 아스피린보다 클로피도그렐 단일요법을 우선 적용할 것을 권장했다. 이는 이제요법의 장기유지가 동아시아인에게서 허혈성 사건을 줄이지 못하면서도 출혈 위험만 높인다는 임상 결과를 함께 반영한 조치다.
◇동아시아인 위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의 출발점
정영훈 교수는 "이번 합의문은 동아시아 전역에서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의 출발점"이라며, "향후 위험도 평가 시스템 개발 및 치료 가이드라인 표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동아시안 패러독스'는 단순한 초기 관찰이 아닌, 이제는 치료 전략 설계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며, "이번 합의문이 한국형 항혈소판제 치료 전략 수립의 근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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