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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핀 종이꽃 100점…국가폭력 희생자 추모전

기사입력 2025-08-19 09:34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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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재, 꽃잎, 풀림의 의례' 개최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기자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반세기 넘게 전해진 불교 지화(紙花·종이로 만든 꽃) 100여 점으로 국가폭력 희생자를 추모하는 특별전을 연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서울 용산구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재, 꽃잎, 풀림의 의례'를 주제로 오는 20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특별전시를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삼척 안정사의 다여 스님이 만든 불교 지화 100여 점으로 구성됐다. 다여 스님은 일제강점기 금강산 유점사에서 안정사로 전해진 희귀한 불교 지화 제작 기법을 반세기 넘게 계승·복원해왔다.

전시는 1970∼80년대 독재정권 하에서 고문과 폭력이 가해지던 기념관 M2(옛 남영동 대공분실)의 1층부터 5층까지 각 공간의 의미를 살려 구성됐다.

박종철 열사가 수감됐던 5층 509호 앞에는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왕생화'와 해탈을 상징하는 '열반화', 궁극적 평화를 기원하는 '적멸화'가 전시된다.

작품들은 '살잡기'라 불리는 전통 주름 접기 기법으로 제작됐다. 이어붙임 없이 종이 한 장으로 구현되는 꽃의 형태는 불교의 깊은 정신성을 드러낸다고 사업회는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금강법계대일여래화, 약사여래칠불공덕화, 묘법연금광명대바라화 등 특별히 고증·재현된 작품도 선보인다.

전시 기획자인 김현진 전시감독은 "지화를 통한 해원은 억눌린 감정을 풀어내는 '풀림'을 뜻한다"며 "어두운 기억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조용한 의례이자 치유의 행위"라고 전시 의의를 설명했다.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이번 전시는 국가폭력으로 인한 모든 죽음을 가시화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게 할 것"이라며 "기억·치유·화해를 향한 문화적 실천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념관 M2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므로 전시 관람을 위해서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누리집에서 예약이 필수다.

chacha@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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