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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1970년대인가…외국인 대상 택시 '바가지요금'이라니

기사입력 2025-08-23 13:22

택시 기다리는 시민들 [사진/김인철 기자]
서울 시내의 택시 [사진/성연재 기자]
속초 상인들의 자정 결의대회 [연합뉴스 DB]

최근 서울 종로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한 지인으로부터 최근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역에서 택시를 타고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 외국인 투숙객이 통상 1만원이면 충분한 거리의 택시 요금을 5만원 넘게 지불했다는 것이다.

업주 김모 씨는 이같은 내용을 해당 택시의 차량 번호, 기사 인적 사항과 함께 적어 서울시에 신고했다.

문제는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바가지요금 관행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씨는 "인천공항에서 서울 시내까지 10만원이 넘는 요금을 낸 승객 등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이런 일을 당했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외국인 대상 불법 택시 전담 단속반을 운영 중인 서울시는 올해 들어 지난 6월 말까지 근거리 승차 거부 109건, 공항 부당요금 139건을 적발했다.

그러나 실제 외국인 상대 바가지요금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택시들의 바가지요금이 기승을 부리자 서울시는 100일간의 집중 단속을 포함한 특별 대책을 시행한다고 최근 밝혔다.

시는 휴가철과 하반기 관광 성수기를 맞아 인천·김포공항과 명동 등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가용 인력을 총동원한 현장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외국인이 언제 어디서나 위법 행위를 신고할 수 있도록 지난 6월 19일부터 QR 설문 기반 신고제도를 도입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바가지요금이 서울뿐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최근 울릉도에서는 '비계 삼겹살' 논란과 함께 택시요금 바가지 의혹이 불거지자, 울릉군이 직접 신뢰 회복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울릉도 내 일부 식당과 숙박업소, 택시 업계의 바가지 실태가 연이어 폭로되면서 비롯된 조치다.

전남 여수시도 유명 식당의 불친절과 고가 호텔의 비위생적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르자 업주들이 자정 결의대회를 열었다.

여수에서는 유명 식당에서 2인분을 시키고 홀로 식사하는 유튜버에게 "빨리 먹으라"며 면박을 주고, 1박에 40만원을 받는 리조트형 호텔에서 '걸레'라 적힌 수건을 손님에게 제공해 질타를 받기도 했다.

강원도 속초에서도 오징어 난전의 불친절이 문제가 되자 상인들이 친절한 대응과 바가지요금 금지 등을 내용으로 자정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자정 결의대회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권신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홍보 기업인 에델만의 관광 부문 대표는 "우버나 그랩 같은 글로벌 차량 공유 플랫폼이 도입된 국가에서는 승객이 앱을 통해 항의하거나 별점으로 서비스 품질을 평가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시스템이 없는 서울에서는 불법 요금에 대한 즉각적인 제재가 어려워 관행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지방 방문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교통의 불편"이라며 "팬데믹 이후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의 서울 의존도가 더 높아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교통 시스템의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관광 이미지 훼손을 막고 택시 서비스 개선을 위한 예방·단속·처벌 등 전방위 대책을 시행할 예정이지만, 기술적·제도적 변화 없이는 근본적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 외국 관광청 관계자는 "동남아와 일본 등 주변 국가에서는 택시 기사가 관광객의 트렁크를 직접 실어주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polpori@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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