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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쿠폰 한 달] ② 골목 활기 반짝 효과 우려도…후속대책 대기

기사입력 2025-08-24 08:32

지난달 27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 한 정육점이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 매장인 서울 시내 한 올리브영 가맹점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의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과 사용이 시작된 뒤 동네 상권과 시장에는 전보다 활기가 돌았다. 정부가 소비쿠폰 발행과 사용을 널리 알린 데다 전반적으로 소비 진작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다.

그러나 한정된 기간 안에 금액을 소진해야 하는 소비쿠폰의 특성상 매출 증진 효과가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소비쿠폰에 이어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하는 '상생페이백' 등의 소비 진작책을 잇달아 시행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내수 경기를 근본적으로 살릴 수 있는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24일 유통업계와 소상공인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수혜업종인 편의점은 물론 골목상권에서 소비쿠폰의 효과를 봤다.

경기도 고양시 오피스텔 상권에서 CU 편의점을 운영 중인 전모(63)씨는 "라면이나 생수, 즉석밥 같은 생필품 번들을 여러 개씩 사 가는 고객도 있었고, 간편식이 평소보다 더 나갔다"며 "계속 불경기여서 힘들었는데 소비쿠폰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하려는 분위기 자체가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느껴져서 모쪼록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소비쿠폰의 사용처가 주소지 지역 내 전통시장, 동네 마트, 연 매출 30억원 이하 매장 등으로 한정되면서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골목상권에 활기가 돌았다.

충남 당진시에 사는 60대 이모씨는 "처음엔 소비쿠폰이라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나 했는데, 기왕 받은 것이니 취지에 맞게 쓰자 싶어 일부러 시장에 가서 썼다"며 "장사가 그래도 좀 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다만 기본 15만원인 소비쿠폰이 지급된 지 한달가량 되다 보니 소비 진작 효과가 이미 정점을 찍은 분위기다.

서울 강남구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소비쿠폰으로 선결제하면 추가 적립해주는 행사를 했고 이달 초 정도까지는 손님이 확 늘었었다"면서 "쓸 사람은 다 썼는지 최근엔 효과가 별로 체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동전통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소비쿠폰 1∼2주 차에는 손님들이 많이 찾았는데 최근에는 영향이 크진 않은 것 같다"며 "(소비쿠폰이 등록된)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소비쿠폰 사용자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과 같은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도 "지난주까지는 엄청 바빴는데 이번 주에는 소비쿠폰 지급 전보다 매출이 더 떨어졌다", "아직 소비쿠폰 안 쓴 사람들 찾기 어렵다"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도 "소비쿠폰 지급 후 초기에 사용량의 60∼70%가 집중된 느낌"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민생 회복 소비쿠폰의 효과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장기 경기 회복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쿠폰 사용 구조상 효과는 단발성일 수밖에 없다"며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국가 재정의 부담을 감수하는 기회비용이 있는 정책인 만큼 효과가 보다 넓게, 길게 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됐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소비 진작과 매출 증가 효과를 키울 수 있는 방안으로 소비쿠폰 사용 시 전액을 사용하는 대신 일정 비율을 지원금(소비쿠폰)에서 차감하는 '할인' 형태를 제안하기도 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부교수는 "소비쿠폰은 매우 가성비가 떨어진다. 같은 돈을 쓰고도 많아야 3분의 1 효과를 보는 정책"이라며 "온누리상품권으로 줬으면 됐을 텐데 소비쿠폰을 발행하면서 발행·유통 비용을 쓰고 현금 깡 등 부작용도 생겨 행정력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월별 카드 소비액이 지난해 월평균 카드 소비액보다 많으면 증가 금액의 20%(최대 30만원·월 10만원 한도)까지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상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하는 '상생페이백'을 다음 달 시행한다.

이외에도 상생소비복권 이벤트, 특별재난지역 취약 상권 대상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 등 내수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도 잇따르고 있다.

noanoa@yna.co.kr, chomj@yna.co.kr, aera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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