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中, SCO 정상회의·열병식 기세 몰아 美 공격…단일대오에는 '균열'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SCO) 톈진 정상회의와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의 여세를 몰아 미국의 패권과 일방주의를 공격했으나, 인도는 힘 조절에 나섰고 브라질은 공격 수위를 낮췄다는 것이다.
현지시간으로 8일 브릭스 의장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주재로 열린 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비롯해 이집트·인도네시아·이란·아랍에미리트(UAE)·인도·에티오피아 등 주요 회원국 정상 또는 대표가 참석했다.
우선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 대신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교장관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브릭스 화상 정상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고관세 압박에 맞선 '저항의 전선'을 형성할 목적으로 급하게 조직됐다. '50% 상호관세'라는 초고율 폭탄을 맞은 인도에서는 모디 총리의 등판이 예상됐음에도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인도의 이런 선택이 예견됐다는 지적도 있다.
모디 총리가 SCO 톈진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의 '3자 회동'을 하면서도 그 직후 열린 베이징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지 않는 '절제력'을 보였던 터다.
근래 트럼프 대통령이 모디 총리가 활짝 웃는 얼굴로 시진핑-푸틴과 함께 한 톈진 회동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가장 깊고 어두운 중국에 인도를 뺏겼다"라고 언급하자 모디 총리가 득달같이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과 인도의 관계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게시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SCMP는 이번 브릭스 화상 정상회의에서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 발언에 주목했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장벽을 높이고 거래를 복잡하게 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으며 무역 조치와 비무역 문제를 연계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말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인도 관세 전략을 비판하면서도 중국에도 화살을 겨눴다.
그가 "인도의 가장 큰 적자는 브릭스 국가와의 관계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신속한 해결책을 촉구해왔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는 중국을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2024년에도 인도에 990억달러(약 137조원)의 무역적자를 발생시킨 중국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인도로선 50% 상호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미 행정부도 앞으로의 걱정거리이지만, 일방적 무역 흑자국인 중국은 현실적이고 현재적인 문제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국제연구센터의 미하엘라 파파 연구원은 "인도가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며 "인도가 브릭스 정상회의에 모디 총리를 참석시키지 않음으로써 재조정 공간을 확보했다"고 짚었다.
그는 "인도 외교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미 행정부는 물론 다른 브릭스 회원국(중국)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었다"면서 "내년에 인도가 브릭스 의장국이라는 점에서 인도의 이런 태도로 내년 브릭스의 향배를 점쳐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 연구소 소속 전문가인 사랑 시도레는 "인도의 이런 온건한 접근이 미국 내에서 수용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 초 재집권한 이후 브릭스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해온 점에 비춰볼 때 향후 인도가 어떤 입장을 설정할지에 미국과 인도 관계 회복 여부가 달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조절된' 발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SCMP는 전했다.
SCMP에 따르면 우선 룰라 대통령은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1945년에 만들어진 (세계) 질서가 급속하고 무책임하게 해체되고 있다"는 말로 미국을 비판했다.
특히 룰라 대통령이 트럼프 미 행정부의 무역 정책에 대한 조직적이고 직접적인 공격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다자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브릭스가 "(WTO 등을 통한) 규칙의 침식을 막는 유일한 안전장치"라고 표현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이 신문은 짚었다.
한 소식통은 SCMP에 룰라 대통령의 연설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적인 대립을 피하면서 미 행정부의 고관세 조치를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SCMP는 룰라 대통령이 이달 말 뉴욕 유엔 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며, 이를 계기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어떤 분위기가 형성될지가 관심사라고 전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 수천 명에 대한 정치적 탄압, 협박, 괴롭힘, 검열, 기소에 따른 법치주의 훼손"을 이유로 브라질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은 연설을 통해 "세계에 패권주의, 일방주의, 보호주의가 매우 만연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잇따라 무역 전쟁과 관세 전쟁을 일으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국제 무역 규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표현으로 사실상 미국을 맹비난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최전선에서 다자주의와 다자 무역 체제 수호를 위해 브릭스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SCO 톈진 정상회의와 전승절 열병식을 통해 '반(反)·비(非)미 빅텐트'를 형성했다는 자신감을 배어 있다.
시 주석이 이런 블록화를 통해 짧게는 재차 시작된 '미중 관세·무역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길게는 미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G2(주요 2개국) 국가임을 과시하려는 의도를 비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브릭스 회원국 내에 무역적자, 기술 차이, 국경분쟁 등의 문제가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보호무역주의 반대 의제에 대한 브릭스의 공동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SCMP는 전망했다.
kjih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