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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코스피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기대감 속에 '불장'을 재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한때 약화했던 외국인 순매수세가 되살아나면서 지수는 10일 3,300선을 넘어선 것을 시작으로 3거래일 연속 장중·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한 주 거래를 마감했다.
14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코스피는 전주 대비 190.42포인트(5.94%) 오른 3,395.54로 장을 마쳤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사임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로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가운데 한 주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는 정부의 세제개편안 입장 선회를 계기로 상승세에 속도가 붙었다.
7월 말 발표된 세제개편안의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대주주' 기준 강화(50억원→10억원) 방안이 사실상 철회되고 현행 유지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여론이 악화하고 코스피가 두 달 넘게 박스권에 갇힌 상황이 배경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주식시장 활성화가 그로 인해 장애를 받을 정도면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면서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고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러한 입장 전환을 '코스피 5,000' 시대를 이뤄내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각종 부양 정책이 뒤따를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코스피는 기자회견 전날인 10일 장중 한때 3,317.77까지 올라 직전 장중 사상 최고점인 3,316.08(2021년 6월 25일) 4년여만에 넘어섰고, 종가도 3,314.53으로 기존 최고치(3,305.21, 2021년 7월 6일)를 깼다.
기자회견 당일에는 재료소진에 따른 '셀온'(sell-on·호재 속 주가 하락) 현상으로 하방압력이 거세지면서 한때 지수가 밀리기도 했지만, 오후부터 상승세가 가팔라져 또다시 장중·종가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그 이튿날도 강세가 이어졌다.
5월부터 순매수를 이어오고 있는 외국인은 지난주(8∼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202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에는 SK하이닉스(1조8천247억원), 삼성전자(1조4천916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2천263억원), 카카오(1천909억원), 삼성전자우(1천585억원), 현대로템(1천92억원), HD현대일렉트릭(1천70억원), 이수페타시스(1천69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기관도 2조6천975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연기금은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국내 연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너무 낮다는 의견을 피력한 이튿날인 12일 1천863억원을 순매수, 지난 4월 7일(4천307억원 순매수) 이후 일별로는 가장 많은 순매수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반면 개인은 6조8천633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나섰다.
지난주 미국 오라클이 깜짝 실적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면서 AI 관련주와 반도체주가 큰 폭의 강세를 보였다.
그런 흐름 속에 삼성전자는 전주 대비 7.56% 오른 7만5천400원으로 이번 주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무려 23.72% 급등했고, 12일에는 장중 한때 32만9천500원까지 오르는 등 역대 최고가를 거듭 갈아치웠다.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정책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금융·증권·보험 등 업종도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지난 한 주 업종별 지수를 보면 증권(12.23%), 전기·전자(10.46%), 금속(7.21%), 금융(6.69%), 제조(6.49%), IT·서비스(5.45%), 보험(5.28%), 의료·정밀(5.15%), 비금속(4.38%) 등 대부분 업종이 상승을 기록했다.
하락한 업종지수는 통신(-0.44%)이 유일했다.
경기방어주 성격이 강해 강세장에선 상대적으로 관심이 줄어드는 특성이 있는데다, 해킹으로 인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 사태 여파로 KT 주가가 전주 대비 4.11%가량 하락한 상황 등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지수도 전주보다 35.68포인트(4.40%) 오른 847.08로 장을 마쳤다.
금주 증권가의 최대 관심사는 FOMC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현재 시장은 25bp 인하 93%, 50bp 인하 7%로 '인하'를 거의 확실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FOMC가 상승 랠리를 이어갈 밑거름이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이미 시장이 이를 상당 부분 반영한 상황이란 점 등을 들어 FOMC 전후 '재료 소멸에 따른 매도'가 유발돼 증시에 충격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 입장에선 한미 관세합의와 관련한 후속 협의가 난항을 겪는 상황도 변수다.
그런 가운데 지난주 말 뉴욕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현지시간 12일 전장보다 273.78포인트(0.59%) 밀린 45,834.22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3.18포인트(0.05%) 내렸으나, 나스닥종합지수는 98.03포인트(0.44%) 상승했다.
최근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 소비자의 경제 신뢰도를 반영하는 소비자심리지수가 시장 전망을 하회하자 경기순환주 위주로 투자심리가 악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증시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수치들도 등락이 엇갈렸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증시 상장지수펀드(ETF)는 1.03% 올랐지만, MSCI 신흥지수 ETF는 0.06% 내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0.11% 올랐으나, 러셀2000지수와 다우 운송지수는 각각 1.01%와 0.88% 하락했다.
금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15일 = 미국 9월 뉴욕 연은 제조업지수, 중국 8월 소매판매, 중국 8월 산업생산, 중국 8월 고정자산투자, 일본증시 휴장
▲ 16일 = 미국 8월 소매판매, 8월 산업생산, 미국 9월 NAHB 주택시장지수,
▲ 17일 = 미국 9월 FOMC 회의, 미국 8월 주택착공건수, 미국 8월 주택건축허가건수
▲ 18일 = 미국 9월 컨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 영국 BOE 통화정책회의, 일본 7월 핵심기계수주
▲ 19일 = 일본 9월 BOJ 금융정책결정위원회의, 일본 8월 소비자물가지수, 중국 LPR 금리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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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