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빈집의 재탄생] 최수종도 반한 그곳…순천 마을호텔 '어여와'

기사입력 2025-09-14 08:32

(순천=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지난 8일 전남 순천시 저전동 마을호텔 어여와에서 한 시민이 휴식하고 있다. 쇠락한 원도심 빈집을 활용해 2022년 문을 연 어여와는 주민 참여, 내실 있는 운영 등으로 도시재생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2025.9.8 iso64@yna.co.kr (끝)
(순천=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순천시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한옥형 폐공가와 부지를 사들여 설계 공사를 거쳐 마을호텔, 청년 임대주택, 공유 공간, 마을 정원 등을 조성했다. 사진은 8일 저전동 공유 공간인 '저전 나눔터' 모습. 2025.9.8 iso64@yna.co.kr (끝)
[촬영 조남수]




[※ 편집자 주 =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인구이동으로 전국에 빈집이 늘고 있습니다. 해마다 생겨나는 빈집은 미관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우범 지대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농어촌 지역은 빈집 문제가 심각합니다. 재활용되지 못하는 빈집은 철거될 운명을 맞게 되지만, 일부에서는 도시와 마을 재생 차원에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매주 한 차례 빈집을 주민 소득원이나 마을 사랑방, 문화 공간 등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조명하고 빈집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한옥 독채인데, 주말에 15만원이면 4인 가족이 묵기에는 매우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한 여행 블로거가 남긴 전남 순천시 저전동 마을호텔 '어여와'의 이용 후기다.

흔한 후기나 흔한 한옥 숙소로 봐 넘길 수도 있지만, 어여와에는 여느 곳에는 없는 마을과 도시 재생의 이야기가 있다.

어여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하나로 2022년 저전동에 문을 열었다.

저전동은 1990년과 비교해 인구가 3분의 1로 줄어든 원도심 지역이다.

신도시와 택지개발로 사람이 빠져나가고 노후 건축물 비율이 80%를 넘어서 침체한 공간은 재생의 기회를 맞았다.

순천시는 2019년 부지와 한옥형 폐공가를 사들이고 설계, 공사를 거쳐 마을호텔, 청년 임대주택, 공유 공간, 마을 정원 등을 조성했다.

임대주택에는 청년들이 월세 20만원을 내고 거주할 수 있다.

옛 남초등학교에 조성된 '비타민 센터'는 어르신들이 아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강습실, 당구장, 탁구장, 댄스실 등을 갖춘 이 마을의 '복합 문화센터'다.

옛 스케치북 공장은 '저전 나눔터'라는 공유 공간으로 바뀌어 공연, 전시, 교육 행사장으로 쓰인다.

그 중에도 마을호텔은 이 마을을 상징하는 핵심 공간이다.

주민들이 직접 구성한 비타민 저전골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이 수탁해 운영하는 마을호텔 어여와는 빈집 3채를 각각 한옥스테이, 정원스테이, 북스테이를 주제로 꾸민 숙박시설이다.

요란한 광고 없이도 입소문을 타면서 가족 여행객의 예약이 끊이지 않는다. 명절이나 휴일에는 친척, 손주들을 맞이하는 마을 주민들도 고객이 된다.

탤런트 최수종은 유명한 단골이다.

남도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최수종은 영상 캠프를 이 일대에서 개최한 것을 인연으로 지역에 들를 때면 수시로 어여와에서 머물렀다.

한 주민은 "(최수종이) 숙박하지 않더라도 마을에 들러 인사를 나누고 가곤 한다"며 "1990년대 서울 풍경과 비슷하다면서 동네 분위기를 푸근해한다"고 전했다.

조합원들이 직접 마을을 가꾸고 숙박비 등으로 생긴 수입을 나누니 마을호텔은 소득원이 되기도 한다.

빈집을 재생시키면서 다른 빈집들도 전입 주민으로 채워지고, 어두운 곳에 불이 켜져 동네는 활력을 되찾기 시작했다고 주민들은 자랑했다.

'마을호텔 어여와'라는 이름은 '마을의, 마을에 의한, 마을을 위한 호텔로 어서와'라는 뜻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여와는 2022년 한국부동산원 빈집 아이디어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으며 전국 지자체, 주민자치회, 도시재생 사업 기관 관계자들의 선진지 견학도 잇따르고 있다.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도시재생 사업이 최근 소프트웨어에 눈을 돌리면서 저전동을 눈여겨보고 학습하는 기관·단체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저전동의 성공 비결은 첫째도, 둘째도 주민 참여였다.

기획 단계부터 관리, 운영까지 주민이 직접 하다보니 책임과 주도성이 커졌다.

이강철 비타민 저전골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은 "사업 초기 업체를 통해 마을 정원 2∼3곳을 조성했는데 꽃과 나무가 모두 죽어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주민들이 '만든 사람 보고 관리하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며 "그 이후 주민이 직접 원하는 나무를 심고, 가꾸게 되면서 정원은 풍족해졌다"고 소개했다.

이 사무국장은 "도시 재생사업이나 관광사업들은 대개 계획 단계에서부터 외지인, 관광객 위주로 흘러가는 사례가 많다"며 "잘 만들어진 시설로 1∼2년 반짝 관심을 끌려고 하기보다 원주민의 만족도를 먼저 높여 놓으면 동네의 분위기, 문화를 느끼려는 외지인이 따라오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연합뉴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