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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샤라 임시대통령 외교 성과에도 내부 통합 실패 가능성
로이터는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이 작년 12월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을 축출한 이후 외교적으로는 정당성을 인정받는 등 승리를 거뒀지만 가장 중요한 싸움, 즉 극심한 분열에 빠진 국가를 하나로 묶어내는 싸움에서는 패배할 위험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현재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하고 있는 쿠르드족은 국가 편입을 거부하며 쿠르드족의 권리를 인정하는 새 헌법을 요구하고 있다.
남동부에서는 드루즈족이 정부군과의 격렬한 충돌 이후 공개적으로 독립을 요구 중이다.
지난 7월 남부 스웨이다주(州)에서는 드루즈족과 베두인족이 충돌했는데, 베두인족을 지원하는 시리아 정부군과 드루즈족 보호를 내세운 이스라엘군이 개입하면서 수백명이 사망하는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한 드루즈족 주민은 "탱크로 자국민을 겨누는 국가를 믿을 수 있겠냐"면서 "그들은 우리를 분열로 몰아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북서부에서는 알라위파가 정부가 일족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
정부군은 지난 3월 시리아 서부에서 독재정권 잔당을 진압하려 했는데, 그 과정에서 알라위파가 1천명 넘게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쿠르드족, 알라위파, 드루즈족 등 시리아 내 소수종파 지도자 400여명은 쿠르드족이 소집한 회의에 함께 모였다.
이들은 '분권화된 시리아 국가'를 의제로 올려 논의했고, 회담 후 성명을 통해 소수 민족의 권리를 보장하는 새 헌법 제정을 촉구했다.
알라위파의 영적 지도자인 가잘 가잘은 이번 회의에서 알샤라 정부가 종교의 이름으로 극단주의적 이념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이는 소수 집단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시리아 정부는 연방제 또는 분리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국자들은 아사드 정권이 축출된 이후 시리아 남부 영토를 점령해버린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불안하게 만들기 위해 종파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알샤라 임시대통령은 이슬람 반군 수장 출신으로 한때 미국이 1천만달러(약 138억원)의 현상금을 걸었던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였으나, 임시정부를 꾸린 후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성공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 속에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왔고, 이달 말 유엔 총회에서 시리아 지도자로서는 거의 60년 만에 처음으로 연설을 한다.
하지만 소수 종파를 하나로 아우르지 못하면서 향후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앤드루 타블러는 "알샤라가 국가의 부분 부분을 다시 모으지 못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위험이 있다"면서 화해를 이루지 못할 경우에는 그의 권위가 일부 지역에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리아는 이슬람 수니파가 다수지만 시아파를 비롯해 드루즈파, 기독교인, 알라위파, 쿠르드족까지 다양한 종교, 종파, 민족이 혼재한 나라다. 로이터는 시리아 전역을 다니며 소수 민족 및 종파 소속 수십명의 주민을 취재해 이번 보도를 내놨다.
withwit@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