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고사한 5·18 회화나무 '손자목' 혈통 확인

기사입력 2025-10-13 16:58

[연합뉴스 자료사진]
DNA 일치 나무들 청와대 이식 추진…"복제나무 표현이 더 명확"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5·18 민주화운동 최후 항전지인 옛 전남도청을 지키던 회화나무의 후계목을 청와대로 옮겨 심는 방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손자목'으로 알려진 묘목의 혈통이 확인됐다.

13일 광주시에 따르면 남구 방림초등학교·서구 빛고을초등학교에 심어진, 5·18 회화나무의 손자목으로 알려진 묘목 15주 중 14주가 '5·18 회화나무'의 DNA와 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증 절차는 회화나무의 후계목을 청와대로 이식하기 전 혈통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역 사회 목소리에 따라 광주시가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에 의뢰해 지난달 4일 시작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그동안 손자목으로 불리던 묘목들과 5·18 회화나무의 DNA를 대조·분석한 결과 대다수가 일치한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학계에서는 손자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후계목을 가지치기해 얻은 묘목을 다른 곳에 옮겨 심은 만큼 '복제 나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광주시는 검증을 거쳐 5·18 회화나무와 연관성이 명확해진 묘목들을 청와대에 심는 방안을 그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후계목의 정통성이 과학적으로 확인됐으니 청와대로 이식하는 방안도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라며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성을 지닌 묘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5·18 회화나무는 1980년 당시 시민군이 최후 항전을 벌이던 옛 전남도청 앞을 지키다 2013년 태풍 볼라벤으로 고사했다.

한 시민은 고사 전 그 아래에서 자라던 묘목을 가져다 키우다가 광주시에 기증했으며 DNA 검사에서도 5·18 회화나무와 연관성이 확인돼 옛 전남도청 인근 '회화나무 소공원'으로 옮겨 심어졌다.

아들뻘인 이 나무를 가지치기해 생긴 묘목들을 지역 교사들이 2개 학교에 나눠 심었으며 손자뻘인 나무들이 이번 검사의 대상이었다.

daum@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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