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천장 뚫은 코스피, 미중 갈등 우려 딛고 하루만에 기록 경신(종합)

기사입력 2025-10-15 17:14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8.83포인트(0.53%) 오른 3,580.64에, 코스닥은 5.21포인트(0.61%) 오른 853.17로 개장했다. 2025.10.15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한 15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을 찾은 시민이 상담 받기 위해 번호표를 뽑고 있다.nowwego@yna.co.kr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시장 기대감↑…대형주 일제히 오르며 지수 견인

외국인 투자자, 현·선물서 모두 '사자'…"코스피, 역대 최고의 한해"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코스피가 15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쓴 데는 미·중 갈등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과 함께 실적 기대감 및 10·15 부동산 대책의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중 무역 긴장 재점화로 코스피가 전날 하루 쉬어갔지만, 악재를 소화한 뒤 나온 여러 요소를 상승 재료로 삼아 더 높이 도약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중 무역 긴장으로 인해 전날 주춤했던 코스피는 이날 상승 출발한 뒤 2.6%대로 상승 폭을 키우며 역대 최고점 기록을 새로 썼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95.47포인트(2.68%) 오른 3,657.28로 거래를 종료했다. 종가 기준 최고치다.

장 중 한때 3,659.91을 찍으며 장중·종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새로 쓰는 기염을 토했다.

간밤 뉴욕증시는 미·중 무역 긴장이 재점화하는 데 대한 불안감에 3대 지수가 혼조세로 마감했다.

14일(미국 동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0.16%, 0.76% 하락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44%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뉴욕 증시 마감을 앞두고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과 관련해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식용유 및 다른 교역 품목과 관련된 중국과의 사업 관계를 단절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시장의 우려를 더 키웠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도 장 시작 전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가 무색하게 코스피는 외려 빠르게 상승 폭을 키워갔다.

지수는 전장보다 18.83포인트(0.53%) 오른 3,580.64로 개장한 이후 꾸준히 고점을 높여갔다.

종목별로 보면 삼성전자는 3.71% 뛴 9만5천원에 장을 마쳤고, 한때 하락하던 SK하이닉스는 상승 전환해 2.67% 오른 42만2천500원에 마감했다.

3분기 호실적 전망이 나온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첫 해외 수주 성공으로 추가 수주 기대가 커진 두산에너빌리티도 각각 9.74%, 9.37%의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LG에너지솔루션(0.39%), 한화에어로스페이스(2.25%), 현대차(0.22%), HD현대중공업(2.22%), KB금융(4.33%) 등 시가총액 상위 14위 내 전 종목이 강세 마감했다.

투자자별로 보면 외국인과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1천629억원, 7천516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7천429억원 매도 우위였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는 전일 중국 위협에 하락한 조선, 방산업종과 함께 원자력업종이 상승했다"며 "코스피 상승 국면에서 가격 부담으로 매수 부담이 있었던 주도주의 조정으로 매수심리가 유입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 고공행진 요인 중의 하나로 정부의 새로운 부동산 대책 발표를 꼽았다.

그는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의 자금이동을 자본 성장 기여도를 높이겠다는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되살아나 증권, 금융, 지주사 중심으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정부는 기존 규제지역인 강남3구·용산구를 포함한 서울 25개 구 전역과 한강 이남의 경기도 12곳 등 총 27곳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삼중 규제지역'으로 묶고 금융규제까지 강화하는 초강력 대책을 내놓았다.

증권가에서 미중 갈등이 곧 봉합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 점도 고공행진의 재료가 됐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겉으로는 강경 노선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에 대해서는 늘 한발 물러서는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의 모습을 보여왔다"면서 "미중 양국이 고비마다 단기 합의를 통해 갈등을 모면했던 것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전형적인 거래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중국에 대해 '타코' 모습을 나타낼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희토류라는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있다"며 "인공지능(AI) 사이클을 중심으로 미국 경제와 증시가 활황을 보인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과의 관세 갈등을 증폭시켜 판을 깨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입장에 대해서도 "중국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4중 전회(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더욱 강화한 뒤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 나설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오는 31일 경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에셋증권 김석환 연구원은 "코스피가 신고가를 달성한 가운데 지수는 올해 52% 넘는 상승세를 나타냈고 지수 추종형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거의 150%에 가까운 상승세를 보이며 역대 최고의 한해를 기록했다"고 평했다.

다만 그는 "오늘 외국인 현물 순매수가 제한적인 가운데 선물을 통한 방향성 베팅이 많이 증가했다"며 "이는 수급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장기 투자 목적과는 거리가 있다"고 부연했다.

eu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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