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이 나라에선 이런 일 조심해야…범죄 유형별 피해 많은 국가는

기사입력 2025-10-17 08:42

(프놈펜=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ㆍ감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로 알려진 '망고단지' 외벽에 철조망이 깔려있다. 2025.10.16 dwise@yna.co.kr
15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탑승구에서 인천국제공항 경찰단 대테러기동대 대원들과 안보팀 관계자들이 캄보디아행 항공편 한국인 승객들을 대상으로 위험방지를 위해 질의응답 등 안전활동을 하고 있다. 2025.10.15 dwise@yna.co.kr
[김상욱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아누크빌[캄보디아]=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14일(현지시간) 오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상가 건물에 현지어와 함께 중국어 간판이 붙어 있다. 2025.10.14 son@yna.co.kr

"베트남 여행 계획 중인데 베트남에서도 한인 관광객 납치해서 캄보디아로 데려간다는 소문이 있어서 무섭습니다. 여자들끼리 가는데 괜찮을까요?"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들이 현지 범죄조직에 감금되거나 폭행당한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해외여행에 불안감을 표출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는 물론 베트남이나 태국 등 인근 국가를 중심으로 동남아 여행이나 방문에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이들 국가에서 가족이 실종됐다거나 범죄 피해를 봤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나오면서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범죄 피해를 본 국가들을 살펴봤다. 그 결과 동남아 국가에서 범죄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긴 하지만 미국 등 서방 선진국에서도 영사 조력이 필요한 사건·사고가 계속 있는 만큼 특정 국가나 지역 뿐만 아니라 외국을 방문할 때는 항상 전반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동시에 위험 국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하지만 과도한 불안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라오스·미얀마·태국에서도 고수익 취업 미끼 감금 상당수

지난해 해외에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발생한 범죄는 최근 캄보디아에서 납치·감금은 물론 살인, 강도, 폭행상해, 강간·강제 추행까지 다양했다.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의원이 외교부에서 받은 지난해 유형별 최대 범죄 피해 발생국 자료를 보면 납치·감금은 캄보디아가 22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베트남과 중국에서도 각각 16건과 14건의 납치·감금 피해가 발생했다. 필리핀(6건)과 태국·멕시코(각 5건) 등에서도 납치·감금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종은 베트남에서 총 195건(연락두절 및 소재파악 요청 포함)이 발생해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실종되는 국가로 나타났다. 일본(146건), 중국(142건), 미국(136건)에서도 실종 피해가 세자릿수를 기록했다. 필리핀에서도 87건 실종 피해가 있었다.

베트남은 폭행·상해(94건)와 강간·강제추행(20건), 교통사고(120건)도 우리 국민의 최다 피해 발생국으로 나타났다.

강도 피해는 필리핀이 17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기 피해는 중국(93건)과 베트남(75건)에서 많이 일어났다.

이번에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학생 사망사건처럼 고수익 취업을 미끼로 유인한 뒤 감금하는 사례는 캄보디아에서 발생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라오스, 미얀마, 태국 등에서도 상당수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외교공관에서 받은 동남아지역 취업 사기·감금 피해 신고 접수 건수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는 올해만 252건 피해가 발생했다. 2021년부터로 범위를 넓히면 올해 7월까지 캄보디아에서 468건 취업 사기·감금 피해가 있었다.

취업사기·감금 피해는 라오스(86건), 미얀마(28건), 태국(16건) 등에서도 빈번히 발생했다. 특히 올해 피해 신고 건수를 보면 태국이 8건으로, 동남아 지역 중 캄보디아에 이어 가장 많다.

◇ 강력범죄 동남아에 한정 아냐…지난해 살인 피해 최다는 미국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 발생지가 동남아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살인 피해는 미국(8건)에서 가장 많이 일어났다. 이어 베트남(4건), 필리핀(2건) 등의 순으로 많았으나 독일,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도 1건씩 발생했다.

강도 사건은 필리핀(17건)에서 가장 많았지만, 스페인(9건), 이탈리아·미국·칠레(각 8건) 등도 최다 범죄 피해 발생국 5위 안에 포함됐다.

신고 건수가 많은 절도와 분실은 선진국에서 빈발한다.

절도는 이탈리아(705건), 스페인(640건), 프랑스(387건), 미국(160건) 등의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분실은 일본(1천850건), 미국(629건), 중국(558건) 순으로 많았다.

취업을 미끼로 한 사기 사건 역시 동남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주아일랜드 한국대사관은 올해 6월 홈페이지에 취업 사기에 유의하라는 안내 글을 올렸다. 대사관은 구직이 어려운 외국인 학생이나 워킹홀리데이 참가자를 상대로 취업을 미끼로 한 사기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주영국대사관도 지난 2월 영국 회사에 취업 및 비자 발급을 도와주겠다고 접근해 금전을 가로챈 사기 사건이 접수됐다며 사기 피해를 주의하라고 공지했다.

◇ "동남아 치안 변화 없어"…조심해야 하지만 과도한 우려는 불필요

전문가들은 동남아 지역 치안에 대한 최근의 우려에 대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 대학생이 감금됐다 폭행 살해당한 캄보디아 일부 지역처럼 범죄 위험이 큰 지역이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퍼지는 소문처럼 외국인을 대상으로 '묻지마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도는 외국인 대상 납치 범죄설에 대해 "해당 글의 진위는 판단할 수 없다"면서 "지난해 베트남에서 발생한 실종 195건은 중 174건은 단순 소재 파악 요청인 연락 두절이 대부분이었으며 현재 195건 모두 소재 파악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한국동남아학회 부회장인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그동안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캄보디아 등지에서 스캠 센터(범죄 단지)가 운영된 지 이미 10~15년씩 됐다"며 "동남아의 치안 상황이 최근 들어 특별히 더 안 좋아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조심할 필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소문처럼) 여행 다니다가 붙잡혀 (스캠 센터로) 가게 되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국내 폭력조직이 해외로 나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례가 포착됐는데 오히려 해외에서 한국인 가해자와 피해자가 발생하는 이런 부분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남아 현지 사정에 밝은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도 "불안이 과도하고 언론이 부추기는 면이 있다"면서 "연평도에서 포격이 일어났다고 서울이나 부산이 위험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 우리나라를 포함해 어느 나라나 범죄가 있지만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태국, 베트남 관광지는 오히려 더 안전한 편"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태국은 대부분 지역이, 베트남은 전 지역이 여행경보 1단계 '여행유의'에 해당해 크게 위험한 곳은 아니다"라며 "다만 우리나라 국민이 많이 찾는 지역인 만큼 해당 지역에서 재외국민 보호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여행 전 정부 여행경보·대사관 안내 살펴야

해외를 방문하기 전에 정부의 여행경보나 대사관 안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교부는 해외에서 사건·시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2004년부터 여행경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행경보는 발령 대상 국가의 위험 수준에 따라 1~4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여행 유의, 2단계는 여행 자제, 3단계는 출국 권고, 4단계는 여행금지에 해당한다.

또 단기적으로 긴급한 위험이 있는 국가에 대해 여행경보 2단계 이상 3단계 이하에 준해 행동요령을 필요로 하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다.

외교부는 지난 16일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산 지역, 바벳시, 포이펫시 등을 대상으로 여행경보 4단계인 '여행금지'를 발령하고 여타 지역에 대해서도 기존의 여행경보 단계를 상향 조정했다.

보코산은 지난 8월 한국인 1명이 숨진 채 발견된 곳이며, 바벳시와 포이펫시도 범죄단체들이 많이 포진한 곳으로 알려졌다.

범죄단체 밀집 지역인 시하누크빌주에는 3단계 '출국권고'가 발령됐다.

외교부는 앞서 지난해 2월 미얀마, 라오스, 태국의 국경이 맞닿은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취업 사기 사건이 다수 발생한다며 입국 경로로 이용되는 태국 북부 치앙센 국경검문소와 매싸이 국경검문소에 대해서도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여행경보지도를 실시간으로 운영하고 있으니 홈페이지에서 수시로 확인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행경보 조정 자체가 뒤늦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문하고자 하는 나라의 우리 대사관 홈페이지도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해당 국가에서 특별히 주의해야 할 범죄 유형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필리핀 대사관은 지난 8월 홈페이지의 공지사항 등을 통해 우리 국민이 납치됐다가 구조된 사건이 있었다며 심야시간대 외출이나 인적이 드문 지역을 방문하는 행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불법적인 일과 관련된 활동이 납치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고수익 보장 아르바이트 등 불법이 의심되는 활동에 연루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주필리핀 대사관은 최근에도 고수익 취업을 미끼로 해외 유인한 뒤 감금하는 사례가 있으며 필리핀 도심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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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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