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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청각기관으로 여겨져 온 악취노린재(stinkbug) 뒷다리의 특이 구조가 알을 보호하는 데 사용할 곰팡이를 재배하는 공생기관으로 밝혀졌다. 악취노린재 암컷은 뒷다리에 재배한 곰팡이 균사를 알 표면에 발라 기생벌 공격으로부터 알을 보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수십년간 '고막기관'(tympanal organ)으로 알려져 있던 디니도리드과 악취노린재(dinidorid stinkbug) 암컷의 뒷다리 구조물 기능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 구조물이 곤충과 곰팡이의 공생 기관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곤충도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담당하는 감각기관이 있다. 청각을 담당하는 고막기관은 곤충에 따라 위치와 형태가 다른데, 귀뚜라미는 고막기관이 앞다리에 있고, 매미, 메뚜기, 나방 사마귀는 복부나 흉부에 고막기관이 있다.
곤충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16속 100여 종의 디니도리드 곤충은 생식 능력이 있는 성체 암컷만 뒷다리에 특이한 고막기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으나, 이 기관에 대한 상세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후카쓰 교수팀은 이를 밝혀내기 위해 일본산 디니도리드과 곤충인 가는뿔악취노린재(M. gracilicorne) 성체 암컷의 뒷다리 특이 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암컷의 뒷다리 특이기관은 청각 기능을 전혀 하지 않으며, 이 기관을 뒤덮고 있는 것은 주변 환경에서 선택적으로 획득한 무해한 동충하초 속(Cordyceps) 곰팡이의 균사체인 것으로 밝혀졌다.
뒷다리 특이기관 표면은 얇은 막이 아니라 수천 개의 작은 구멍이 뚫린 각피(cuticle)로 이루어져 있고, 각 구멍은 분비세포와 연결돼 있으며 이곳에서 공생성 곰팡이가 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란기 암컷은 알을 낳는 동안 뒷다리의 곰팡이 균사체를 알 표면으로 옮겨 발랐으며, 알 표면의 균사체는 수일 내에 덤불 같은 구조를 이루면서 천적인 기생벌의 접근을 막아 알을 보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균사체로 덮인 알과 균사체가 제거된 알을 기생벌에 노출하는 실험에서는 균사체로 덮인 알이 일관되게 기생벌 공격을 받는 비율이 낮았으며 이는 균사체가 천적에 대한 효과적인 방어 수단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대만과 일본 남서부 섬에서 채집한 다양한 디니도리드과 곤충을 조사한 결과 모든 종이 성체 암컷의 뒷다리에만 곰팡이를 키우는 공생기관이 있고 알 표면에 곰팡이를 바르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악취노린재 암컷의 뒷다리 기관이 청각기관일 수 있다는 기존 해석은 형태적 유사성에 근거한 것에 불과했다며 이 발견은 곤충과 미생물의 공생 진화가 어떻게 출현하고 발달해 정교한 체계를 이루는지 보여주는 인상적 사례라고 말했다.
곰팡이 균사를 뒷다리에서 알 표면으로 옮기는 악취노린재[]
◆ 출처 : Science, Takema Fukatsu et al., 'Defensive fungal symbiosis on insect hindlegs', 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p6699
scitech@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