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800만원 주고 병역면제…뇌전증 20대 위계공무방해 무죄

기사입력 2025-10-24 13:43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김민아 제작]

병역 브로커에게 800만원을 건네고 조언을 구한 뒤 뇌전증 진단으로 병역 의무를 감면받은 2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김성은 판사는 지난 17일 병역볍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28)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허위로 뇌전증 환자 행세를 해 병역을 미루거나 감면받으려는 목적으로 2020년 4월 병역브로커 B씨를 만나 800만원의 보수를 건네고 범행을 공모하고, 실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브로커를 만나고 이틀 뒤 전주시의 한 병원에 방문해 과거부터 경련 증상을 겪어왔다고 호소했고, 6개월간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다 같은 해 12월 병역판정검사에서 전시근로역인 5급 판정을 받았다.

검찰은 A씨가 병역을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속임수를 썼고, 병무청 담당 의사와 병역처분권자인 관할지방병무청장 등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실제로 뇌전증 증상을 겪고 있다고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병역의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속임수를 썼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9년 의사로부터 '너의 몸 상태로는 군대에 갈 수 없으니 다시 검사를 받아보라'는 말을 들었고, 스스로도 여러 차례 경련이나 발작 증상이 있다는 것을 자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2020년 3월 군대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몸 상태와 가족 사항을 설명하는 글을 올리며 '군대에 못 간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방법과 절차가 궁금하다'는 글을 올렸다가 B씨를 만나게 됐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A씨가 허위 증상을 만들어 내 병역을 감면받겠다기보다 실제 자각하던 본인의 증상에 기초해 병역 면제의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병원 등에서 고등학교 때 경련으로 쓰러져 약을 먹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약을 먹지 못하게 됐다고 언급한 것과 달리 약 처방 사실이 확인되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진료기록이 사라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A씨가 실제로 고교 3학년 때부터 양부모가 별세하면서 친할머니와 살게 돼, 보호 종료 아동이자 기초생활수급자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는 점도 고려했다.

특히 법원은 A씨가 2020년 4월 병원에서 뇌파검사에서 간헐적으로 우측 전두엽과 측두엽에서 스파이크파가 관찰된다는 진단을 받은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뇌전증 진단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병무청 담당 의사가 비교적 신속하게 5급으로 판단한 것은 피고인에 대한 (뇌파 검사 등) 의학적 소견이 명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병역 브로커의 개입이 있었더라도 이것이 허위 증상 호소가 아니라 기존 증상을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부각하기 위한 조언이라면 속임수를 쓰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suri@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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