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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등록문화유산인 국내 최대 염전이 문화유산 등록 말소를 신청해 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
전남 신안군 증도에 있는 태평염전은 최근 국가유산청에 태평염전과 석조소금창고 두 건의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말소를 신청했다고 26일 밝혔다.
강제노동 의혹으로 미국 정부가 지난 4월 태평염전에서 생산한 천일염의 수입을 막은 것이 계기가 됐다.
태평염전의 문화유산 등록 말소 여부는 신안군이 심의를 시작했으며 전남도를 거쳐 국가유산청이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근현대문화유산법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장은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멸실, 가치의 상실 등으로 보존과 활용이 불가능하거나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그 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
신안 증도의 태평염전과 석조소금창고는 지난 2007년 신안 비금도 대동염전과 함께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됐다.
태평염전은 지난 1953년부터 70년 넘게 바닷물을 증발시켜 얻은 소금인 천일염을 생산해왔다.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 구제와 국내 소금 생산 증대를 목적으로 건립한 태평염전은 전증도와 후증도를 둑으로 연결하고 그사이 갯벌에 조성한 국내 최대의 단일 염전이다.
소금창고는 개조를 거쳐 소금박물관으로 탈바꿈했는데 돌로 만든 초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어 "태평염전의 천일염과 관련 제품에 대해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이 수입 금지 조처를 내린 것은 국제사회에서 이 문화유산이 인권침해 산업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해당 유산이 보존의 공공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평염전은 지난 2021년 드러난 염전 강제 노동 사건과 관련해 지난 5월 미국 정부가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자 미국에 해당 조치를 철회해달라는 청원서를 내고 진실을 소명하기 위해 제3자 기관 감사를 받을 예정이다. 올해 제3자 기관 감사를 계획했지만,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내년 상반기 감사를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태평염전 관계자는 "1985년 인수 이후 천일염 산업의 역사와 가치를 지켜오고 있는 태평염전의 문화유산 등록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산업과 환경, 지역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남기 위한 것이었으나 강제노동 사건 이후 천일염 산업 전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신속히 조치하고 제도를 개선했지만, 부정적 시선은 여전히 존재하며 문화유산의 의미와 상징성도 잃었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태평염전 측은 국가등록문화유산 유지와 관리에 따른 비용과 책임은 컸지만 지원이나 혜택은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태평염전의 국가등록문화유산 말소 신청은 국내 천일염 산업의 지속가능한발전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나왔다.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지인 신안군의 염전 허가 면적은 현재 2천㏊ 정도로 지난 10년간 태양광 사업과 양식장 등으로 3분의 1가량 줄었다. 태평염전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염전이 태양광 발전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천일염 생산량은 16만4천t(톤)으로 10년 사이 반토막 났다.
ykim@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