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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은 자기 자녀뿐 아니라 외국인을 부모로 둔 아이들을 걱정했다. "한일관계가 악화할 땐 일본인 부모가 있는 아이들이, 한중관계가 험악해질 때 중국인 부모가 있는 아이들이, 요즘처럼 캄보디아 내 범죄집단 문제가 불거질 땐 더더욱 죄없는 캄보디아 부모가 있는 아이들이 상처받을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실제 한국인들이 캄보디아 범죄집단에 연루돼 피해 본 사건들이 알려진 후 우리 사회에 캄보디아 혐오 정서가 확산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정치권에서조차 "캄보디아에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는 등의 극단적 발언이 나오고, 캄보디아서 한국 대학생을 살해한 주범이 중국인으로 드러나자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하자 캄보디아인들의 SNS에는 "가해자와 피해자는 모두 한국인인데, 왜 캄보디아를 욕하느냐" 등의 글이 다수 올랐다고 한다. 국내에 거주하는 캄보디아인들도 국적을 밝히는 순간 부정적 시선을 마주한다고 하소연한다.
우리나라도 신부나 신랑이 외국인인 다문화 혼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 2023년 기준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 비중이 10.6%에 달했다. 결혼 10쌍 중 한 쌍이 국제결혼이라는 의미다. 국제결혼뿐 아니라 여러 이유로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계속 늘어 올해 6월말 기준 273만명(법무부 자료)을 넘었다. 외국인들이 늘면서 외국인 혐오 현상도 갈수록 확산하는 양상이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올 5월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해 "이주민, 망명 신청자·난민, 중국계 사람들에 대해 온오프라인에서 인종차별적 증오 발언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재차 표명한다"고 밝혔을 정도다.
다행스러운 것은 외국인 혐오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 반대 운동도 확산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구로구의 한 중학교 후문에 '학교는 혐오 없는 존중의 공간' '다름 속에서 찾는 그래서 더 멋지게' 등의 손팻말을 든 학생들이 모였다. 최근 혐중시위 때문에 중국인 친구들이 상처받을까 봐 걱정돼 모인 학생들이다. 이 중학교는 중국 이주 배경 학생 비율이 절반이 넘는다. 이들은 결의의 찬 목소리로 "혐오는 스톱! 존중은 스타트!"를 외치며 인근 초등학교까지 거리 캠페인을 벌였다고 한다.
스레드에 실린 6학년 초등학생 글에도 수천개의 '좋아요' 표시와 수백개의 따뜻한 댓글이 달렸다. "학생은 아무 잘못도 없어요. 오히려 놀리는 학생들과 선생님이 잘못한 거예요",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온전히 널 이해하고 좋아해 주는 친구들이 생길 거야", "한국에 삶의 터전을 잡고 있는 수많은 다문화가족도 어엿한 한국 시민이고 소중한 이웃입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니 어른으로서 참 많이 미안하구나" 등등. 지인도 이런 위로와 응원에서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bondong@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