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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지문, 과학수사 단서이자 무기화 가능성도
홍콩·대만서는 "中으로 DNA 정보 유출" 논란도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전원 DNA 분석 통해 신원 확인
범인을 추적할 수 있었던 결정적 증거는 생체 정보였다.
생체 정보는 지문, 홍채, DNA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생리적 특성을 말한다. 과학 수사의 중요한 단서인 동시에 개인의 건강과 유전형질, 가족관계까지 드러낼 수 있어 권력과 정치·안보 영역에서는 매우 민감하게 다뤄진다.
◇ 화성 연쇄살인사건 등 미제사건의 '열쇠' 된 DNA
생체 정보 중 특히 DNA를 감식하는 기술은 범죄 수사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디옥시리보핵산(Deoxyribo nucleic acid)을 뜻하는 DNA는 생명체의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고분자 화학물질이다.
과학 수사는 DNA 감식 이전과 이후로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장기 미제사건으로 꼽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2019년 범인 이춘재의 자백을 확보하며 30여년 미제였던 연쇄살인사건의 실체를 밝혀냈다. 이춘재는 1986년 이래 화성과 청주지역에서 벌어진 14건의 연쇄살인사건에 대해 자신이 진범이라고 자백했고 경찰은 그의 DNA가 검출된 3·4·5·7·9차 사건의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로 입건했다.
또 2001년 발생한 '안산 부부 강도살인 사건'은 19년 만의 재수사 끝에 2020년 DNA 분석으로 실마리를 찾았다. 당시 증거물 테이프에서 검출된 DNA가 피고인의 것과 일치하면서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이다.
이 사건을 다시 꺼내 수사했던 경찰관은 지난 14일 관련 공판에서 "DNA 감식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과학수사 방식"이라며 "오랜 시간이 흘러도 남는 미세한 흔적이 범죄의 실마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2010년 제정된 일명 'DNA법'(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검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형 확정자·구속피의자 또는 범죄현장에서 채취된 DNA를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한다.
이 데이터는 다른 사건 피의자의 DNA와 대조돼 미제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26일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이번 루브르 절도범들은 범행 후 도주하는 과정에서 조끼, 장갑, 헬멧, 무전기, 절단기, 토치 등을 버렸다. 현지 수사 당국은 이들 물건에서 DNA, 지문 등 150건 이상의 생체 정보 증거물을 채취했고 이를 바탕으로 절도범들의 신원을 추적해 왔다.
김동섭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28일 "DNA로 핑거프린트(지문처럼 개인을 식별)하는 건 수사에서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친자 확인 등 일상 사례부터 미제 사건 해결까지 폭넓게 쓰인다"고 설명했다.
◇ '무기'도 되는 생체정보…홍콩서 "中에 DNA 정보 유출" 논란도
지문·홍채·안면 정보 등은 휴대전화 잠금해제부터 금고·연구소·정보기관 등 제한 장소 출입(개폐)까지 신원 확인시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렇듯 개인을 특징짓기에 생체 정보는 범죄의 단서에서 범죄의 도구로 둔갑할 수도 있고 위협적인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지난달 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수행원들이 김 위원장이 앉았던 의자와 테이블을 세심히 닦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의자나 테이블에 지저분한 흔적이 없는데도 수차례 닦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당시 미국 CNN은 이를 '김정은 DNA 닦아내기?'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일부 유전학 전문가들은 DNA가 정보 수집에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짚었다.
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김 위원장이 베이징으로 이동하는 전용 열차에, 배설물을 통해 건강 상태 등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전용 화장실이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해외 순방 시에도 김 위원장이 사용한 식기류까지 수거해 외부 분석을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과 대만에서는 현지 주민들의 DNA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2020년 9월 홍콩 정부가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실시하자 일각에서 중국이 코로나19 검사를 통해 홍콩인의 DNA 등 생체 정보를 수집, 감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당시 검사는 중국 본토로부터 파견된 인력 50명의 지원을 받아 시행되고, BGI그룹 등 중국 기업 3곳의 홍콩지부가 검사 진행을 주도했다.
결국 민주 진영 등의 반발 속 해당 전수검사에는 홍콩 시민의 4분의 1 남짓만이 참여했다.
2023년에는 대만 내 산부인과 등에서 사용하는 태아 유전자 검사 도구가 BGI그룹과 중국군이 협력해 출시한 제품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동시에 또다른 중국 유전자 분석 기업인 노보진이 대만 학교와 병원 등의 유전자 검사를 저가 수주한 뒤 검체를 외국에 있는 중국 기업에서 검사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대만 언론은 이를 보도하며 대만인의 유전자 정보가 중국에 유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 실종자 찾고 참사 희생자·전사자 유해 확인도
생체 정보는 실종자를 찾고 참사 희생자와 전사자들의 신원 확인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작년 12월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의 신원은 DNA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수습한 희생자의 시신은 전체 사망자 179명 가운데 5명에 불과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훼손된 시신 606편의 DNA와 유족의 DNA를 대조해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했다.
생체 정보는 영화와 드라마의 주요 소재이기도 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는 타인의 얼굴을 본뜬 가면이나 홍채, 지문 등 생체 정보로 신분을 속이는 장면이 단골로 등장한다.
그런가 하면 올봄 인기를 끈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는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서로의 신분을 바꿔치기해서 남들을 속이고 살다가 지문 때문에 위기에 처하는 대목이 나온다. 겉으로는 구분할 수 없는 일란성 쌍둥이도 지문은 서로 달라 사기극이 들통날 뻔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haemong@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