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강경 보수' 다카이치 첫 회담에 日전문가 "출발 무난"

기사입력 2025-10-31 17:05

APEC 이재명 대통령, 다카이치 일본 총리 영접 (경주=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2025.10.31 photo@yna.co.kr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기무라 간 교수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현실주의적 자세로 한일간 협력 기조 유지…전망은 낙관하기 어려워"

미일 정상회담에도 "성공적" 평가…"트럼프 대통령과 관계 설정 잘했다"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박상현 특파원 =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양국 정상이 현실적 입장에서 한일관계의 개선 흐름을 이어가려 한 것 같다."

지난 30일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이재명 한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 간 첫 정상회담에 대한 일본 내 한일관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 21일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는 '여자 아베'라고 불릴 만큼 그동안 강경 보수 성향 행보를 걸어온 만큼 그의 총리 취임이 한일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일본에서도 이번 회담은 주목받았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 현립대 교수는 3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한국에서 우려하듯 역사수정주의적인 생각을 가진 것은 확실하지만 이번에는 현실주의적인 자세를 보여 한일 간 협력 기조 유지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전 일본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했지만, 취임 후에는 실용주의 노선을 취하며 다가갔듯 다카이치 총리도 비슷한 태세를 취했다는 평가다.

오쿠조노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북러 군사 협력 등 달라진 안보 환경을 지목하면서 "다카이치 총리도 지금은 한국의 진보 정권과 싸울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라고도 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명예교수는 "시간도 짧았고 상견례 성격의 회담이었기 때문에 대립이나 쟁점이 부각되지 않았다"며 양측이 서로 회담을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그는 "'정치인' 다카이치와 '총리' 다카이치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원래 가진 생각은 바꿀 수 없겠지만 이 대통령이나 다카이치 총리나 북핵 위협 등 국제환경에서 생존 문제를 우선시해야 해야 하고 역사 인식 문제에서는 서로 자제해야 하는 게 명백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양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응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대립이 심해질 수밖에 없는 미중 사이에 껴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라고 짚었다.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는 "기본적으로는 부드러웠던 정상회담이라는 게 첫 번째 인상"이라며 "한국에서는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으니까 이를 불식했다는 의미에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경계심이 컸던 만큼 여론이 의외라는 의미에서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메커니즘이 현 단계에서는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 전문가는 전망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지며 반드시 낙관만 할 수는 없다는 반응도 보였다.

기미야 교수는 "현재 양국 정상이 각각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기 때문에 외교를 둘러싼 타협이 상대적으로 쉽다"며 "하지만 지지율이 떨어지면 강성 지지층에 기대게 되고 그럴 경우 역사문제 등을 둘러싸고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하지 않겠다는 양측의 암묵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다카이치 총리가 시마네현이 개최하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보내는 일본 정부 대표를 격상해야 한다는 식으로 총재 선거 때 말했지만,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때인 지난 9월 27일 "대신(장관)이 다케시마의 날에 당당히 나가면 좋지 않은가"라며 그동안 정무관(차관급)을 보내온 정부 대표를 장관급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

기무라 교수는 "현재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도 있기 때문에 다카이치 총리가 민족주의적 인식을 외부에 드러내놓아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생각은 하기 어렵다"며 "당분간은 잘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이끌 한일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솔직히 단언하기 어렵다"며 여러 상황에 따른 변화 가능성도 있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오쿠조노 교수도 "양국 간 역사나 영토 문제가 얼마나 잘 관리가 될 것인지는 걱정스럽다"며 "갈등이 부각될 때 양국 정부가 절제된 자세로 대응해 필요 이상 국민감정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7∼29일 방일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평가를 일본 내에서 받고 있다.

오쿠조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 설정을 잘했다고 본다"며 "야당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팔짱을 끼는 등 친밀한 행동이 과했다는 지적도 일부 제기됐다.

기무라 교수는 "야당 일각의 비판은 있지만 다카이치 입장에서 큰 영향을 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내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van@yna.co.kr

<연합뉴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