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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지난 9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롤드컵(LoL 월드챔피언십) 2025' 결승에서 페이커가 주장을 맡은 한국 팀 T1이 사상 첫 3연패라는 대기록을 썼다.
T1은 KT 롤스터를 세트 스코어 3대2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에 따라 국내 e스포츠에 대한 열기가 다시 한번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사실 e스포츠는 단순 게임이 아니라 대중적인 여가 문화 및 산업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하지만 장시간 몰입하다 보면 손목, 팔꿈치, 목에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통증들은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쉴 새 없는 키보드·마우스 조작에 손목·팔꿈치 부상 취약
e스포츠를 하면서 가장 많이 겪는 질환으로 '손목터널 증후군'과 '팔꿈치터널 증후군'을 꼽을 수 있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쉴 새 없이 빠르게 조작하는 과정에서 손목의 정중신경이 눌리고 힘줄에 염증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FPS(1인칭 슈팅)와 MOBA(전략) 게임은 반응 속도와 손놀림이 성적을 좌우하기 때문에 손목 사용량이 몇 배 더 많아진다. 일부 선수들도 경기 중 손 저림을 호소하거나, 통증을 견디지 못해 휴식기 또는 은퇴를 선택하는 사례도 있다.
특히 손목터널 증후군은 이처럼 손목 힘줄을 과사용해 발생한다. 힘줄이 붓거나 염증반응이 일어나 공간을 더 차지하게 되고, 그로 인해 신경이 눌려 손 저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주로 엄지, 검지, 장지 쪽 손가락과 손바닥이 저리고 감각이 둔해지며, 손이 붓거나 손가락이 뻣뻣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만약 아픈 쪽 방향으로 손목을 1분 정도 구부렸을 때 통증이 느껴진다면 손목터널 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또한 게임 도중 팔꿈치 안쪽에 통증이 생기거나 손가락에서 저림 증상이 심해진다면 팔꿈치 신경이 눌리는 팔꿈치터널 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팔꿈치를 과도하게 구부린 채 게임을 이용하는 자세가 반복되면 팔꿈치 관절을 지나는 척골신경이 눌리면서 발생하게 된다. 팔꿈치터널 증후군이 생기면 통증과 함께 4~5번째(약지, 새끼) 손가락이 저릿하고 잘 펴지지 않게 된다. 반면 손목터널 증후군은 보통 1~3번째 손가락에 통증이 나타난다.
손목과 팔꿈치의 통증이 초기라면 휴식 및 안정과 함께 물리치료, 체외충격파,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호전이 가능하다.
예방을 위해 ▲게임시간을 1~2시간 내로 정하기 ▲게임 중간중간 손목을 가볍게 흔들거나 팔꿈치를 돌리면서 근육과 관절의 긴장 해소하기 ▲게임 도중, 전과 후 가벼운 스트레칭 등을 하는 게 좋다.
◇장시간 모니터 응시, 목·어깨에도 부담…목 디스크로 악화될 수도
장시간 한 자세로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는 행위는 목과 어깨에 부담을 크게 높인다.
특히 모니터를 집중해서 보는 동안 고개가 앞으로 숙여지는 '거북목 자세'가 굳어지면서 경추·승모근·흉추 주변 통증이 흔하게 발생한다.
거북목 증후군은 잘못된 자세나 습관 때문에 오는 목 변형으로 본래 C자형이던 만곡이 일자형이나 역C자형으로 변형된다. 목의 뒷부분에서 시작해 어깨까지 이어지는 통증과 뻐근함을 유발하며, 근육이 지나치게 긴장돼 두통까지 불러올 수 있다. 상태가 심해지면 목 디스크 등 중증 질환으로 이환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 바른 자세를 의식적으로 지키도록 노력하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흔히 '담 걸렸다'라고 표현하는 '근막동통증후군'도 유의해야 한다.
어깨나 목덜미 주변 근육이 쉬지 못하고 오랜 시간 긴장하면서 발생한다. 대부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호전되지만, 통증이 오래 지속되면 근육 조직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신호이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민간요법 등으로 방치할 경우 자칫 재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의의 정확한 검진을 통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목과 어깨에 발생하는 근골격계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경직을 피하는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 화면을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좋으며, 목은 살짝 당기고 허리를 곧게 편 채 의자에 깊숙이 앉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평소 목 근육 강화 스트레칭을 틈틈이 하고, 어깨를 돌리는 등 경직된 근육과 인대를 풀어주는 것도 좋다. 반신욕과 마사지를 통해 근육을 이완시켜 주는 것도 효과가 있다.
◇구부정한 자세는 허리에 취약…염좌·디스크 등 주의해야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 요추 염좌 같은 요통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
오래 앉아 고개를 앞으로 내밀고 허리를 굽힌 자세가 지속되면 추간판 압력이 증가하고 디스크가 뒤로 밀려나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발생한다. 디스크 통증은 허리뿐 아니라 엉덩이·다리로 내려가는 방사통(저림·통증)이 동반될 수 있다.
요추 염좌도 허리 주변 근육이 과하게 긴장·경직돼 통증이 발생한다.
요추 염좌는 척추뼈의 문제보다는 주로 인대 손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같은 경우 대개 하루 이틀 정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거나 근육 이완제 등의 보존적 치료로도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증상이나 통증의 호전 속도가 더디다면 단순 염좌가 아닌 허리디스크일 수 있어 검사를 받아야 한다.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김태섭 원장은 "최근 PC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면서 근골격계 통증을 겪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게임 도중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관절과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시간을 정해 놓고 무리하지 않는 등 특정 자세를 장시간 반복하고 유지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