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 스며든 한국 문화…"한류 팬, 구경꾼 아닌 동반자"

기사입력 2025-12-06 08:39

(멕시코시티=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 있는 주멕시코 한국문화원에서 한류 팬들이 '빼빼로 데이'를 맞아 K컬처 퀴즈쇼와 나눔 이벤트를 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11.12 [주멕시코 한국문화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walden@yna.co.kr
[주멕시코 한국문화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구 반대편 미주 대륙의 멕시코에서 한류 콘텐츠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나 '오징어 게임'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the-top) 작품과 K팝의 폭발적 인기 속에 다양한 형태로 현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개원해 한국 문화 확산에 앞장선 주멕시코 한국문화원은 한 방향 소통 대신 한류 팬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기반으로 한 '함께 만드는 K컬처' 정착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5일(현지시간) 멕시코 산업계와 주멕시코 한국문화원 등에 따르면 멕시코 주요 신발 브랜드인 '파남'(Panam·Producto Autentico Nacional Mexicano)은 현지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을 통해 K팝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시각적 요소를 도입한 제품군을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업체 측은 "멕시코 청소년들은 지금 K팝과 K드라마에 완전히 빠져 있는데, 다른 세대가 돌아보며 '와, 대단하다'라고 말할 정도"라면서 "예전 같으면 멕시코 정체성 담론과 충돌하는 것처럼 여겨졌겠지만, 지금은 비즈니스 기회로 변모했다"라고 전했다.

1962년 설립된 이 업체가 그간 자국민 향수를 자극하는 기업·인물·문화 현상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적은 있으나, 외국, 특히 아시아 이미지를 제품에 투영한 건 드문 사례라고 한다.

일본풍의 제품도 함께 출시한 '파남' 측은 특히 K팝 콜라보(협업)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우리가 찾는 대중과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한국 드라마 작법을 차용한 멕시코 드라마 역시 최근 주목을 받았다.

텔레비사 우니비시온의 카날 5는 20부작 드라마 '애정 계약, 너랑 나랑'(Contrato de Corazones, Tu y Yo)을 방영했는데, 지난달 24일 종영 때까지 평균 105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카날 5는 이 작품에 대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K드라마에서 영감을 받은 시리즈"라며 몽환적 장면을 늘려 편집하거나 슬로모션을 적극적으로 삽입하는 등 "K드라마 포맷의 특징을 반영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스낵 업체 '토티스'(Totis)를 비롯해 멕시코 국민에게 친숙한 회사 역시 한국 문화를 자사 제품과 연결 지으려는 시도가 여러 방면에서 관찰되는 추세다.

2012년부터 양국 문화교류 첨병 역할을 하는 주멕시코 한국 문화원을 구심점으로 한 현지 한류 팬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 문화 향유에 적극적인 K인플루언서들은 틱톡·인스타그램·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문화원 이모저모를 수시로 알리고 있다.

예컨대 지난 10월 진행한 'K-컬처 한마당' 축제 프로그램들의 경우 온라인에서 30개 넘는 서로 다른 콘텐츠가 검색될 정도다.

민수이 주멕시코 한국문화원장은 "9월 K인플루언서 초청을 계기로 본격적인 네트워킹을 시작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성공 기원 한마음 행사, 세르반티노 축제와 연계한 한국 무용단 마스터클래스, 소칼로 국제도서전 북토크, 빼빼로 데이 버스킹, 김치의 날 행사 등 3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멕시코 한국문화원은 일방적 전달 형식의 행사보다는 현지 주민들과 함께 기획하고 즐기는 형태로 세부 일정을 짜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민수이 원장은 "멕시코 한류 팬들은 구경꾼이 아니라 우리의 동반자"라며 "앞으로도 한국 문화를 일방적으로 알리는 공간을 넘어 양국이 함께 성장하는 쌍방향 교류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문화원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walden@yna.co.kr

<연합뉴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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