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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인 빅 트러블(큰일 났네)! 꼬끼오! 헬프 미(도와줘)!"
닭 분장을 한 노성자(61)씨가 어설프지만 또박또박한 영어 대사를 외치자 장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곧이어 노씨가 바닥을 구르며 황금알을 낳자 객석은 박수치며 환호했다.
이날 4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만학도들은 저마다 사연을 품고 무대에 올랐다. 영어 연극과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연설문, 춤 공연 등 내용도 풍성했다.
이들이 "미러 미러, 후 이즈 프리티(거울아 거울아, 누가 예쁘니)?" 등 능청스러운 영어 대사를 이어가자 객석에서는 박장대소가 이어졌다. 같은 반 학우들은 직접 만든 손팻말과 응원봉을 흔들며 용기 내 무대에 오른 이들을 응원했다.
무사히 무대를 마친 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세우며 "땡큐 소 머치(감사합니다)"를 외쳤다.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기도 했다. 채씨는 "나이 여든에 무슨 공부를 하나 싶었지만 연극 연습하면서 정말 재밌었다"며 "많이 떨렸지만 무사히 공연을 마쳐 뿌듯하다"고 말했다.
몇 달 전 알파벳부터 처음 배우기 시작한 학생들이 영어 대사를 외워 표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많은 학생이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탓에 준비기간도 충분하지는 않았다.
백설공주 역의 이희순(67)씨는 "두 달간 매일 저녁 수업 후 학교에 남아서 집에서 싸 온 고구마를 나눠 먹으며 연습했다"며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백설공주 의상과 가발은 아들이 직접 준비해줬다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직접 연설문을 작성해 발표에 나선 참가자도 있었다.
본인을 70대라고 소개한 한 학생은 "아들까지 다 결혼시키고 난 뒤 품위 있는 노인으로 늙어가기 위해 용기를 내 공부를 시작했다"며 "영어 발음을 신경 쓰며 암기한 내용을 발표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잘 끝내 행복하다"고 말했다.
ysc@yna.co.kr
<연합뉴스>





